수천만 원 '혈세'로 이유없이 떠나..."경제난 나몰라라" 지적
'선진국 문화·복지지설 비교' 명분 불구 "왜 하필 지금" 분노
[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 대덕구의원 여야 8명 전원이 스위스·프랑스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에 최악의 경제난으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홀연히 떠난 사유를 놓고 구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더구나 특별한 이유없이 전원 출장을 자제하는 대덕구의회 규칙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출장을 강행한 것을 놓고 지역 사회 논란이 뜨겁다.
대덕구의회는 김홍태(국민의힘) 의장을 비롯해 박효서(더불어민주당) 부의장, 조대웅(국민의힘) 운영위원장, 이준규(국민의힘) 행정자치위원장, 전석광(무소속) 경제도시위원장, 김기흥(더불어민주당)·양영자(국민의힘)·유승연(무소속) 의원 등 구의원 8명이 23일부터 30일까지 유럽 해외출장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대전 대덕구의회 김홍태(국민의힘) 의장, 박효서(더불어민주당) 부의장, 조대웅(국민의힘) 운영위원장, 이준규(국민의힘) 행정자치위원장. [사진=대덕구의회] 2024.04.26 nn0416@newspim.com |
출장 명분은 프랑스와 스위스를 방문해 유럽 도시재생사업과 하수시설 등 현장을 살펴보고 선진 복지국가의 문화·복지지설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의회 설명이다.
6박 8일간 진행되는 이번 출장에는 구의회 사무과장과 의정팀장, 직원 등 5명도 동행했다. 의원·직원 등 1인 당 평균 348만 원으로 총 4530만 4400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구의원 전원이 해외출장을 떠난 점이다.
대덕구의회 의원 공무해외 출장 등 규칙 제9조 공무해외출장 제한 등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특별한 사유 없이 의원 전원 또는 1명으로 해외 출장을 계획하는 경우'에 해외출장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덕구의회가 공개한 공무해외출장계획 어디에도 의원 전원이 당장 반드시 출장가야 할 긴급·중요 사안은 보이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2022년 가을 대덕구 9대 의회 여야가 한달 넘게 원구성을 놓고 파행을 일으키며 민생에 피해를 줄 때와 달리 이번 출장에서는 여야가 '합심'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대전 대덕구의회 전석광(무소속) 경제도시위원장, 김기흥(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영자(국민의힘) 의원, 유승연(무소속) 의원. [사진=대덕구의회] 2024.04.26 nn0416@newspim.com |
이에 대해 대덕구의회 관계자는 "지난 제8대 구의회에서도 의원 전원이 출장간 적 있는 걸로 안다"며 "원구성 파행 이후에는 여야 의원 간 협치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원 출장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민들의 보는 시각은 다르다. 치솟는 물가 등으로 가뜩이나 생활하기 어려운 시점에 굳이 선진국 문화 시설을 보러 현지까지 가야 하냐는 지적이 많다.
구의원들의 행태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대덕구의 한 주민은 "구의원은 권한 행사만 주장하기보다 권한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느꼈을 의원들이 변하겠다는 다짐도 뒤로한 채 서둘러 해외출장을 떠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핌>에서 여러 구민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와 다르지 않다. 열 명 중 한 명도 구의원들의 '만장일치' 해외출장을 인정하는 구민은 없었다. 그만큼 구민들의 분노가 높다는 반증이다.
이에 특별한 사유 없이 우르르 몰려 나간 대전 대덕구의원들이 귀국 후에 과연 거창하게 내세운 '선진 복지국가의 문화·복지지설 비교분석'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하다.
하지만 구민들의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이것이 구민들이 구의원들을 지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하튼 구의원들은 그냥저냥 해외로 떠났다. '철 없는' 구의원들을 둔 대전 대덕구민들의 속만 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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