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횟수는 롯데가 압도적 1위, kt가 가장 적어
경기시간은 롯데·KIA가 최장, 키움·kt가 적어
투수보다 타자 위반이 경기시간에 더 영향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올해 KBO리그의 눈에 띄는 변화는 1군 경기에선 세계 최초인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과 피치클락의 시범운영이다.
ABS는 류현진(한화)이 24일 수원 kt전에서 여러 차례 불만을 터뜨렸고, 황재균(kt)이 26일 인천 SSG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1호 퇴장을 당하는 등 이런저런 논란이 진행 중이다. 14일 삼성과 NC의 대구경기에선 ABS 콜을 못 들은 심판진이 스트라이크 사인을 내지 않았다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올해 시범운영되는 피치클락은 경기시간 단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피치클락 통계로 본 각 구단의 성향은 어떨까. 3월 23일 LG와 한화의 프로야구 개막전. 2024.03.23 mironj19@newspim.com |
ABS는 운영의 문제이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심판의 권위는 줄었지만 기계가 판정을 내리는 만큼 특정 팀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피치클락은 어떨까. 피치클락은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에게도 시간 제한을 두는 제도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있을 때 23초(메이저리그 15초,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다음 타자가 나왔을 때 투구 제한 시간은 30초이다. 포수는 9초 내에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타자는 8초(메이저리그 7초) 내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닝 교대 시간은 2분이다.
이를 위반하면 수비 팀에는 볼, 공격 팀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메이저리그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 KBO리그에서는 첫 시행인 만큼 시간을 더 부여했다.
올해는 피치클락을 적용하긴 하되 제재는 가하지 않는다. 각 구단에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는 후반기부터 적용한다.
현장에선 피치클락에 대해 우려는 하지만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의 스피드업과 국제 경쟁력 강화, 팬 퍼스트 정신은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우선 처음 적용한 3월 시범경기에서 경기 평균시간은 2시간 35분으로 줄었다. 지난해 시범경기는 2시간 58분이 걸렸으니 23분이나 단축됐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미국 메이저리그도 경기시간 단축에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2022년 3시간 4분이던 경기시간은 2시간 38분으로 26분이나 줄어들었다.
29일 현재 구단별 평균 경기시간과 연도별 경기시간. [사진=KBO] |
반면 KBO리그는 아직까지는 경기시간 단축에 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리던 2014년 3시간 24분(정규 이닝 기준)으로 최고를 찍었던 경기시간은 이후 조금씩 줄어들어 지난해 3시간 12분이었다. 올 시즌은 29일 현재 3시간 6분으로 지난해에 비해 6분 줄어들었다. 이 정도만 해도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 시범경기나 메이저리그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다. 이는 올해 타고투저가 심화된 데 따른 상쇄효과인 듯하다.
구단별 경기시간을 보면 9이닝 기준 키움(2시간 58분)이 유일하게 3시간 이내였다. kt(3시간 2분)가 뒤를 이었다. 반면 롯데와 KIA는 3시간 11분으로 가장 길었다.
이는 구단별 피치클락 위반 횟수와 거의 비례한다. 롯데는 29경기에서 297개의 위반을 해 경기당 평균 10.24개로 가장 많다. 피치클락이 정식 도입됐다면 볼 카운트에서 경기당 10개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황성빈은 18일 잠실 LG전에서 혼자서만 6번이나 위반을 해 벤치 클리어링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29일 현재 구단별 피치클락 위반. [사진=KBO] |
한화는 경기당 8.20개로 2위인데 일반적 추세와는 정반대로 타자 위반이 투수 위반보다 많은 게 눈에 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주자가 있을 때 사인을 많이 낸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이에 비해 kt는 3.31개로 롯데의 3분의 1보다 적다. 특히 kt는 투수진이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경기당 1번꼴인 35개의 위반밖에 하지 않아 롯데(176개)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의 수비 사인이 kt 이강철 감독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롯데는 포수 위반이 10개나 돼 가장 많기도 하다. 반면 NC와 키움은 여태 1개도 없다. 포수의 피치클락 위반도 수비 지시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KIA는 전체 위반 횟수는 4위(경기당 6.47개)이지만 타자 위반(84개)이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게 경기시간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SSG는 경기당 7.03개(3위)나 되지만, 홈런 1위 군단답게 한 방으로 점수를 내는 만큼 경기시간은 키움과 kt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경기시간이 가장 짧은 키움은 타자 위반(44개)이 다른 팀에 비해 가장 적었다.
현장에선 피치클락을 준수하기 위해 피치컴 도입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피치컴은 투수와 포수가 투구 사인을 교환하는 전자장치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인 훔치기 논란이 일자 고안했다. 9개의 버튼이 있는 송신기로 포수가 구종, 로케이션을 입력해 신호를 보내면 투수를 포함한 야수들이 모자 안에 있는 수신기로 정보를 수신한다.
KBO는 "피치컴 도입을 위해 전파사용 인증을 준비 중이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각 구단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