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서 회담
"국정 방향 돌릴 마지막 기회"
"가족 의혹 정리했으면 좋겠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말씀에 귀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 대표와의 공식 첫 만남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집무실로 들어서며 "아이고 대통령님" 하며 인사를 건네자,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표 왼쪽으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 오른쪽으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자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갖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자리에 앉은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대선) 후보 때 TV 토론 때 뵀고 당선 축하 전화해 주시고 국회에 가서 뵙고 오늘 이렇게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어려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유능한 국정,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정, 편 가르기나 탄압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주문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만에 처음 성사된 오늘 회담이 이러한 국민 뜻을 받드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회담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도 있어서 오늘 이 만남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우리나라에 국정을 총책임지시는 최고 국정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며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면서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그는 또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던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시급한 민생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개혁 정말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의정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며 "두 달째 이어진 의정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의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전공 필수 지역 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며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정원확대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연금개혁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대통령님께서 과감하게 연금개혁을 약속하시고 추진한 점 국민 한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라는 개혁안이 마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서 정부여당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이후 이 대표는 해병대 채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이태원 참사 관련 특검 등 민감한 국회 현안들도 차례로 의제로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과도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입법권 침해하는 시행령이라던지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된 특검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정치는 추한 전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다"면서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