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자이스' 방문...파운드리 장비부품사 파트너십 강조
HBM 승부수 하이닉스...최태원 회장 ,엔비디아 젠슨 황 친분 알리기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최고경영진들이 글로벌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AI 시대, 글로벌 기업과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외부에 알리는 방식으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자이스' 방문 이재용 회장·젠슨 황 만남 최태원 회장…파트너십 과시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진과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기업으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미세 공정을 위해 ASML EUV 장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지금까지 ASML과의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면,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ASML의 핵심 부품 회사와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외부에 알린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노광장비가 중요한데, ASML 핵심 장비업체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핵심 모듈 업체와 협력한다는 점은 더 의미가 있다"라면서 "그런 업체들과 관계가 돈독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 회장이 직접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엔디비아 젠슨 황 CEO와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엔비디아는 AI 칩 선두기업으로 그래픽저장장치(GPU)를 앞세워 전세계 AI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칩 메모리로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고, 지난 3월부터는 5세대 HBM인 HBM3를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AI칩 시장에서 HBM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과의 만남에 대해 "오랫동안 본 사람이고, 모여서 같이 인사하고 밥 먹고 나오다 보니 회사 연감에 사인을 해 줬다"라면서 "자기네 제품이 빨리 나오게 우리 연구개발(R&D)를 빨리 서두르라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에 나섰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
◆경계현·곽노정 외부활동 '주목'..."부르는 곳 많아져"
반도체 기업 전문경영인(CEO)들의 글로벌 행보 역시 눈길을 끈다. 반도체 비즈니스가 기업 간 거래(B2B)인 만큼 과거엔 반도체 기업 CEO들이 해외 고객사와의 미팅을 물밑에서 진행했다면, 최근들어서는 이런 만남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4일부터 시작되는 'MS CEO 서밋'에 초청된 것으로 전해진다. MS CEO 서밋은 MS가 업계 최고 전문가를 초청해 경제 동향과 기술 혁신 전망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올해 MS CEO 서밋에서는 전 세계의 화두인 AI와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투자를 확정 짓고 나선 상황에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기업 CEO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달 15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테일러 캠퍼스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보조금 발표 행사에 참석했다. 경 사장은 행사 참석 후 본인의 링크드인에 "반세기 전 한국에서 삼성 반도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고 발전된 컴퓨터 칩을 만들어 세상을 잇겠다는 목표로 설립됐고 오늘 그 50년 꿈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미국 테일러 공장 의미를 강조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5조2000억원 투자를 확정 지은 SK하이닉스 역시 곽노정 사장이 지난달 17일(현시지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퍼듀대와 토드 영 상원의원은 미국 워싱턴DC 상원 러셀 빌딩에서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논의하는 '칩스 포 아메리카, 글로벌 성공을 위한 실행' 행사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 기조연설자로 곽 사장을 초청한 것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사장들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행보에 나선다기 보단, 반도체가 주목받으며 부르는 곳이 많아지고 관심도 커져 자연스럽게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