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 선회에도 "국민만 바보 만든 꼴" 비판 여전
KC인증도 도마 위…"민간 기관에 이익 주는 것" 지적
업계 한 목소리로 '실효성 있는 대책' 주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유통업자들의 과도한 이익 남기기에 대한 반발로 직구 양이 늘어난 건데, 애꿏은 국민만 바보 되는 법안을 만든 꼴입니다. 앞으로 몇 배나 비싼 국내업체에서 물건을 강제로 구입해야 하는 건가요?"
평소 해외직구를 통해 전자기기나 조카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해온 소비자 김모씨(32)는 정부의 오락가락 해외직구 정책에 대해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흘 만에 해외 판매상품(직구)에 대한 금지 방안을 철회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규제 철회'에 대한 명확한 입장 대신 "해외직구를 한꺼번에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애매한 태도를 보이자, 예정대로 인증제도가 시행된다고 믿는 소비자도 많아 혼란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뉴스핌DB] |
◆정부 입장 선회에도 혼란 여전해
실제 각종 커뮤니티 등에는 김씨와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 의견이 지속 개재되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직구 정보를 교환하던 맘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원성이 높다.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제품 대비 훨씬 저렴한 직구의 가격 메리트를 하루아침에 뺏기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 후 맘카페에서는 해외 직구 금지에 대비한 사재기 목록이 돌기도 했다.
카페 회원 A씨는 "카시트를 직구로 사면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지는데 왜 정부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느냐"며 "그렇다고 KC인증이라 다 신뢰가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A씨의 말처럼 'KC인증' 자체도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KC인증이 민간 기관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정부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C 안전 인증은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 제품을 대상으로 생산 공장과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심사·시험 후 인증서를 발급해 주는 제도다. 원칙적으로는 KTC, KTL, KTR 총 3개의 공공기관만 시행 및 발급이 가능하지만 민간 기관들도 공공기관들과 계약을 체결한 비영리 업체에 한해 인증 시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돼 왔다.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자료=국무조정실] 2024.05.16 jsh@newspim.com |
◆플랫폼 업계 혼란도 여전…"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직구를 대행하는 플랫폼 업계의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전날 정부 발표로 해외 구매대행 업자들이 환불 방안까지 공지하는 등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분간은 정부가 유해성이 확인된 상품 리스트를 업체에 전달하면 해당 상품에 한해 판매가 금지된다. 다만 업체 입장에서는 정부가 보내주는 리스트 상품만 금지하는 것인지, 인증제도는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등 기준이 모호해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정부의 섣부른 제도 마련을 비판하면서 추후 대응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정부에서 제도를 시행할 때 알리나 테무 같은 C커머스에 비교해 피해를 보는 해외직구 대행 수입상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라며 "오히려 KC 인증에 대한 문제점만 부각되고 사실상 철회로 종결되면서 원래 목적이었던 C커머스는 오히려 자유로워져 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유해 리스트에 없어도 유해성 물질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인증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C커머스가 관리를 철저히 할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모로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새로운 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