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 기각하고 재판·선고
대법 "피고인 방어권 행사 못해…다시 재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심에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던 기초생활수급권자에 대해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사실혼 배우자 B씨와 함께 B씨가 소유한 아파트에 거주하며 B씨 명의의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1인 가구에 해당하고 재산이 없는 것처럼 거짓으로 생계·주거급여를 신청해 2018년 11월부터 3년간 기초생계급여 총 2528여만원을 부정 지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보장가구 범위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되며 타인 명의의 자동차라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상용하는 경우 수급권자의 재산에 포함된다.
A씨는 1심 재판 중이던 2022년 6월경 자신이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그는 B씨와의 동거생활을 정리하고 해당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등 사정이 변경됐고 다시 기초생활급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를 위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뒤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며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임을 이유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한 뒤 A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했고 1심과 같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한 채 심리를 진행한 원심(항소심)의 조치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2항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은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형사소송규칙 제17조 3항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1심에서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기록상 이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원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하고 선정된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피고인으로 하여금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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