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언론인에 대한 평가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 벌금 30만원
대법 "모욕적 표현은 인정하지만 위법성 조각 여지 충분"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 언론사 대표를 지칭해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표현을 적었다가 1·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긴 하지만 죄가 되지 않는, 즉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지역 언론사 대표 B씨에 대해 "B씨는 순천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려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기레기라는 단어는 허위 사실과 과장된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표현으로 폭넓은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기자들이 감수해야 할 표현에 해당하므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거물급 기레기라는 표현 중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이는 직업인으로서 언론인에 대한 외부적 평가와 명예를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으로 형법 제311조가 규정한 모욕에 해당하고 이를 단지 저속하거나 무례한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언론인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만큼 그에 따른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나 언어 관념과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거물급 기자 쓰레기'라는 경멸적 표현까지 언론인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범위 내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와 같은 표현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파성이 높은 SNS를 이용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표현을 사용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점은 불리한 양형요소"라며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위법성 인식의 정도가 미약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표현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사회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기레기라는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여론조사 조작에 대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결정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기자이자 언론사 대표인 피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대체로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터무니없다거나 허황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피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SNS에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피고인의 SNS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자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게시했다"며 "이와 같은 사건의 경위와 배경, 그 내용의 흐름과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표현은 의혹을 제기한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다소 감정이 섞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댓글 역시 피해자의 고소 등 행태와 관련된 것으로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모욕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결정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