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FTA 수석대표회의 개최…다음달 초 예정
9차례 후속협상 후 경색…이번 양자회담으로 물꼬
'문화·관광' 개방 방점…'한한령' 완화 기대감 커져
향후 협상서 중점분야 조율…"개방 위해 함께 노력"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약 2년 가까이 경색됐던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통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딛고 문화·관광 시장이 새롭게 개방될 지 주목된다.
◆ 2015년 FTA 발효 이후 2차 협상 '지지부진'…양자회담으로 탄력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26일 한중 양자회담을 열고 양국 간 FTA 2차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고위급 한중 외교안보대화' 신설과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 출범, '한중 투자협력위원회' 재개 등 다양한 내용들을 논의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중 양자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FTA 2차 협상에 대해 "상품교역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양국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7 photo@newspim.com |
한중 FTA는 상품 분야에 대한 협상 타결을 통해 지난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 당시 양국은 우선 '포지티브(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불허하는 규제)' 방식으로 서비스·투자 시장을 개방하고, 이후 발효 2년 내에 '네거티브(모두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제한을 두는 규제)' 방식의 후속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던 바 있다.
이후 양국은 2018년 3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9차례에 걸쳐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9차 후속 협상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 등이 발발하며 상당 시일 지연됐다. 양국은 2022년 7월 들어서야 다시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수석대표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이후 또다시 경색된 채로 올해를 맞이했다.
이번 한중 양자회담을 통해 FTA 2차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다음달 초에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에 수석대표회의가 열릴 경우 2022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 '한한령' 기업 피해 막심…FTA 협상 통한 '블루오션' 진출 기대
이번 한중 FTA 관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초점을 둔 부분은 서비스 분야 중에서도 특히 '문화'와 '관광'이다. 이는 한한령을 사실상 완화하는 수순으로 작용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 활성화와 이익 증대 등을 불러일으킬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6년 우리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그 다음해에 한국 문화·관광 산업 등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한한령을 거둬들여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지만, 중국 정부는 한한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응해 고충만 있을 뿐 실체가 없는 곤란한 상황이 지속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한국을 찾은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한한령으로 인해 드라마·영화·음악 등 한류 콘텐츠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데 제약을 겪었다. 중국 내에서 한국 게임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게임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고, 식품·화장품·자동차 등 산업군에서도 매출 급감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한한령 초기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크게 감소해 이에 따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여기에 FTA와 관련해 중국 서비스 시장이 우리에게 개방되지 않은 데 따른 고충도 컸다. 그동안 우리 업계는 중국 내 관광·법률 등 서비스 시장 진입에 지분을 제한 받고, 사업을 청산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애로를 호소해 왔다. 우리 기업이 적용받는 중국의 규제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또 게임·드라마·영화 등 문화 콘텐츠가 중국 내 인허가를 취득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FTA 2차 협상이 재개되며 서비스·투자 시장 개방에 진전을 이룰 경우 우리 한류 콘텐츠 수출이 새로운 도약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들이 호소해 온 각종 애로사항이 해결되며 중국 진출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는 올해 들어 지속 중인 대중 수출 회복세에 더해져 무역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서비스 시장은 매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올 1월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서비스 수출입 총액은 5조8902억위안(약 1077조1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
정부는 향후 이뤄질 중국과의 협상에서 문화·관광 분야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상호 원하는 사항에 대한 조율은 다음달 초 화상으로 개최될 예정인 FTA 수석대표회의를 시작으로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FTA서비스투자과 관계자는 "원래 협정에 있던 서비스·투자 관련 내용을 더욱 강화해 추가 개방하기로 했는데, 저희 쪽에서는 문화·관광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 측이 원하는 내용은 다를 수 있어 앞으로 협상하며 조율해 나가야 한다. 양국 간 시장 개방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