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비 미착용 상태에서 감따기 업무 지시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감을 수확하라고 지시하면서 안전장비 없이 나무에 올라가도록 했다가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5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특별시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원녹지사업소 팀장 A씨에게는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원녹지사업소 소장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2021년 11월 서울시 서부녹지사업소 산하 평화의 공원에서 기간제 근로자에게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따도록 지시하면서 안전한 방법을 강구하거나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부녹지사업소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당시 기간제 근로자였던 70대 피해자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에 올라가 감을 따던 중 약 2.9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그러나 A씨 등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해자는 안전모 등을 착용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에게 안전장비를 착용하라는 내용의 교육도 실시되지 않았었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및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감따기 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피고인들의 과실 정도나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10월 내지 11월경에는 공원 내 나무의 과실을 수확하는 작업을 해왔고, 피고인들에게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 모두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가 피해자 유족들에게 6900만원을 지급하면서 원만히 합의한 점,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 피해자 유족들에게 산재보험 급여가 지급된 점, 이 사건 이후 감따기 작업 변경을 변경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