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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기차,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기사입력 : 2024년06월11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06월11일 10:04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아무리 싸도 중국산은 안 살 듯, 그렇게 좋으면 너나 사라." 

비야디(BYD)와 같은 중국차를 다루는 기사를 쓰면 항상 보이는 종류의 댓글이다. BYD가 지난해 4·4분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는데도 아직까지 '중국차를 어떻게 믿냐', '중국차를 누가 사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조수빈 산업부 기자

중국산에 대한 불신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내연기관 시절만 해도 중국산 자동차는 타국 브랜드 대비 분명한 열세였다. 저가 가격으로 경쟁하며 내수시장에서만 파이를 넓혀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전기차 시장, 많은 투자와 실험이 필요한 산업에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대규모 내수시장 등을 발판삼아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성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점유율 1위가 와닿지 않는다면 옆나라 일본을 보면 된다. 토요타와 혼다로 가득 차 있던 차도에 심심치 않게 외국차들이 보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중 18% 가량이 BYD 차량이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JAIA)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일본 수입 전기차 판매량 1186대 중 BYD 차량은 217대를 차지했다. 상용차보다 승용차 시장 진출이 더 어려운 만큼 이는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그런데도 한국은 잠잠하다. 한국 시장 진출은 작년부터 예고된 이슈다. 인증 심사 등 국내 차 출시가 코 앞까지 다가왔는데도 다루는 뉴스량도 적다. 취재를 해봐도 BYD가 들어와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축한 단단한 내수 시장 입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보였다. 

물론 BYD 차량이 한국에 출시되더라도 당장 현대차나 기아와 대등한 위치를 두고 겨룰 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거부감과 불신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결국 초저가 경쟁만이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인데 일본 출시 금액을 보면 기대만큼 저가도 아니다. 통상 일본과 유사한 금액대로 출시됐던 타 수입차 사례를 보면 한국에도 4000만원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하반기에 출시된다면 기아의 3000만원대 전기 SUV EV3와 겨루어야 한다. 

판매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BYD가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BYD가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경험치와 브랜드 인식 변화일 것이다.

한 딜러사의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까다로운 시장을 경험하면서 글로벌 경험치에 대한 노하우까지 쌓인다면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한 번씩 사보는 고객, 중국차에 대한 브랜드 인식 변화. 두 가지만 얻어가도 BYD는 성공이다.

최근 베이징 모터쇼에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중국 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어느 회사보다도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에 우리가 (중국차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는 잘못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전기차 선도기업인 테슬라의 처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초기 모델 로드스터, 모델 S에서 품질 문제를 겪었다. 생산 지연과 파산 위기까지 겪으며 저평가 됐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전기차의 심볼이 됐다. 과거의 중국이 지금도 같은 모습일 것이라는 안일함은 버려야 한다.  

bea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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