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계열사 SK E&S, SK이노와 합병...SK온 지원
SK스퀘어 대표 경질 등 6월 경영진 조정 있을 듯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SK온 회생에 나선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최창원 의장을 중심으로 SK그룹 전반에 걸쳐 부실사업들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SK그룹은 6월 말 있을 전략회의를 기점으로 리밸런싱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온 이미 한계점...SK E&S 합병으로 흑자전환 앞당길듯"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일부터 이틀 간 진행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계획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올해 3월말 기준 SK그룹이 각각 지분 36.22%, 90% 씩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의 자회사다. 양 사의 합병은 SK그룹이 알짜 계열사 SK E&S를 통해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있는 배터리 전문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어 내 설립된 SK온은 연결기준 지난해 86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올해 1분기엔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사옥 전경. [사진=SK] |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리될 당시만 해도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빠른 성장과 기업공개(IPO)가 기대됐지만,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으며 SK온의 흑자전환은 늦어지고 있다. 반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 SK온의 지분 89.52%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잇따라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서며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SK E&S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수소 등의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로 배당을 통해 지주회사 SK(주)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3월말 기준 SK E&S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2125억원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온의 경우 이미 한계점에 다달은 상황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 자회사간 합병을 통해 SK E&S의 캐시플로우를 일으키려는 것"이라며 "현재 SK온 상황에선 IPO가 불가능한데 반해 양사가 합병해 SK온 지원에 나선다면 SK온의 부채비율이 줄고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겨 상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말 '전략회의', 부실계열사 경영진 자리서 물러날듯
주목할 부분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발표를 시작으로 SK그룹 전체의 사업 리밸런싱 작업이 속도를 내고, 그 시작점이 이달 말 있을 SK 경영전략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최창원 의장 주재로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선 SK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 작업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투자나 중복투자 등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투자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성이다. 현재 SK그룹 계열사는 총 219곳으로 1년사이 21곳 늘었고, 삼성과 비교해도 3배 많은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과거부터 인수합병(M&A)를 통해 성장했고, 최태원 회장이 취임한 후 글로벌화에 드라이브를 걸며 해외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적극적으로 했다"면서 "이것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땐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대로 내실화하지 못하면 리스크가 크고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6월말 경영전략회의를 통해선 SK그룹의 부실 계열사 경영진들부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의 경우 취임 1년 3개월만에 경질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SK텔레콤로부터 인적분할한 반도체·ICT 투자회사로, 투자 및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단 포트폴리오를 가져왔지만,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스퀘어 이외에도 이달 초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최근 성민석 SK온 부사장도 최고사업책임자(CCO)직에서 보직해임됐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