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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전 여는 강익중 "예술은 철학이란 바늘로 '영혼' 깨우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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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출신 작가 강익중의 화업 40년 결산전
대표작과 신작 등 60점, 9월29일까지 전시
화해와 소통,연결 꿈꾸는 방대한 작업 한자리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이름은 강익중,호는 그냥입니다. 장난으로 지었다가 굳었습니다 /취미는 걷기. 온종일 걸을 수 있습니디. 김밥 두줄만 있으면 /고향은 청주. 하루에 열두 번쯤 생각합니다. 무심천과 우암산 때문입니다 /사는 곳은 뉴욕. 하지만 갈 곳은 떠나온 곳입니다. 저 푸른 곳".

[서울=뉴스핌] 고향인 청주의 청주시립미술관에서 화업 40년을 결산하는 회고전을 개막한 작가 강익중. 예전 KBS공개홀이었던 높이 10m의 전시실에 '내가 아는 것'이란 제목으로 한글 문구, 직접 지은 시 등으로 이뤄진 한글프로젝트를 시현했다.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글 학습 열풍에 강익중의 이 프로젝트는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글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쉽게 배우는 길을 작업을 통해 피력하고, 부드러운 강익중 한글체를 개발하는 등 '한글전도사'이기도 하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강익중(Kang,Ik-joong)이 창작활동 40년을 기념해 고향 청주에서 개인전을 열며 공개한 자기소개서다. '그냥'이라는 호, 김밥 두 줄만 있으면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는 고백, 고향 청주 무심천과 우암산을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자기소개서다. 

강익중은 청주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에서 작가 커리어 40년의 대표작과 신작을 모아 지난 7월 4일 '청주 가는 길:강익중'전을 개막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강익중의 핵심 작품들과 함께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 등 설치·회화·드로잉·아카이브자료 총 60점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 가는 길:강익중' 중 작가의 다양한 드로잉을 모은 전시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1960년 청주에서 태어난 강익중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1984년 뉴욕 유학길에 올랐다. 명문 미술대학인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1987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소통과 화합' '조화와 연결'의 메시지를 다양한 작품에 녹여내며 이제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청주시립미술관 전시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자, 작가가 지난 40년간 추구해온 개념을 바탕으로 제작한 3인치(7.6cm) 작업인 삼라만상/해피월드, 달항아리 시리즈, 한글 프로젝트, 신작을 소재별로 구분해 일반에 총망라해 선보이는 회고전이다.

전시는 높이 10m의 본관 1층 전시장에서 시작한다. 한글의 자음·모음이 조화를 이루며 3000여개의 글자가 높고 넓은 벽면을 가득 채운 한글프로젝트 '내가 아는 것'이 관람객을 맞는다. '내가 아는 것'은 2001년부터 작가가 일상에서 느낀 삶의 단상을 시처럼, 일기처럼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번 청주시립미술관 설치는 야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오픈홀 계단에 강익중이 설치한 작품 '무심천'. 2024.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11 art29@newspim.com

오픈홀 계단에는 청주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을 형상화한 신작 '무심천'이 설치됐다. 검붉은 토양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가르며 낙하하는 물줄기가 역동적이다. 2층 전시장에는 청주의 우암산을 표현한 회화 '우암산'이 걸렸다. 작가는 청주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은 '음'이자 어머니를 상징하고,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은 '양'이면서 아버지를 상징한다며 음과 양,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하나가 되는 조화로운 관계로서, 두 작품을 서로 이어지게 설치했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청주 가는 길:강익중'전에 출품된 강익중의 드로잉. 힘 빼고 편안하게 그리자는 생각에 일상의 여러 단면을 가뿐하고 속도감있게 담아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2층 전시장에는 가로·세로 3인치 캔버스 회화 1만 여개가 빛을 발하는 '삼라만상/해피월드'가 설치됐다. 작가를 대표하는 3인치 크기의 작품(각양각색의 오브제들이 곁들여졌다)과 자연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인간 삶과 자연의 파노라마를 시청각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여기에 '달항아리' 시리즈와 '1000개의 드로잉', '탁구대' '꿈의 다리' 등의 작품을 통해 사람간 틈을 채워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개막일 작가는 전시 현장에서 각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예술가로서의 소망,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첫 전시실 높은 벽을 온통 채운 한글작업이 압도적이다.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10m나 되는 천정고에 놀랬다. 예전 KBS 청주방송국 공개홀이었다고 했다. '이 엄청난 공간을 어떻게 이기지'하고 고민,고민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공간을 이길 게 아니라 공간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곤 내가 잘 아는 것들, 내가 쓴 문구들로 채우게 됐다. 그간 써온 4000건의 문구 중 150건을 골라 1전시실을 꽉 채웠다. 이를테면 "뜨거운 백사장 위를 달리면 무좀이 사라진다" "무더운 날엔 우리나라 지하철이 최고다" "마음이 느긋해야 잔병이 없다" " 나뭇잎의 이슬에도 작은 우주가 있다" "사랑은 바람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되어야 기차가 떠난다" "다다닥 소라껍질엔 파도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사랑은 희생과 충성의 준말이다"같은 글이다. (이 공간에 머물며 작가가 펼쳐놓은 글귀들을 따라가며 읊조리다 보면 무릎을 탁 치거나, 스르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강익중 회고전 중 달항아리 회화 연작과 백자사발 설치작품 '우리는 한식구'가 전시되고 있는 2층 전시실 전경.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무심천과 우암산을 표현한 작품이 여럿이다. 청주가 왜 이리 각별한가.
-어릴 적 여름이면 무심천에서 놀고, 봄가을이면 우암산에서 수없이 놀았다. 이번에 청주에 다시 와보니 (뉴욕에 살면서도) 내 마음은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3인치 회화가 태어난 스토리가 흥미롭다.
-뉴욕 프랫인스티튜드에 처음 입학했을 때 매일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주간에는 공부하고 야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야채가게 같은 곳에서 일하며 지냈다.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해 작은 캔버스를 여러 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작업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캔버스에 스케치며 드로잉을 했다. 나중에 돈이 새기면 큰 그림에 옮길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그게 지금의 3인치 작품이다. 객차 안의 군상들, 일상의 단편, 암기해야 할 영어단어 등을 3인치 캔버스 안에 그림과 기호, 문자로 끝없이 그려넣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의 이번 회고전에는 강익중이 1986년 뉴욕 소호의 우스터갤러리에서 'One-month Living Performance'를 펼치는 사진이 크게 확대돼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갤러리 지하공간을 빌려 3인치 캔버스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더벅머리 작가를 찍은 사진이다. 바닥에는 직접 만든 작은 캔버스들이, 벽에는 완성된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있다.)  

[서울=뉴스핌]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 가는 길:강익중'에 출품된 강익중의 시적 성찰로 가득한 드로잉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3인치 회화, 너무 반복되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 3인치 회화를 10만점 이상 그렸다. 매일 매일 일기 쓰듯 그린 3인치 캔버스가 모이니 '삼라만상'이 되더라. 이 작업으로 국내외서 공공미술을 많이 했는데 모두 합하면 그쯤 된다. 그림만 그리던 것에서 오브제를 더하니 새로왔고(아들이 갖고 놀던 미니카 등 다양하다), 스피커를 달아 사운드를 더했더니 시청각 작업으로 발전했다. 나 혼자 그리는 게 심심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했고, 어르신들과도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공공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게 됐다. 이제는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작업이 됐고, 이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 특히 난민촌 어린이들과 북한 어린이들, 아프리카의 척박한 마을 어린이들과 손잡고 작업을 많이 했다. 또 어르신들과도 작업했다. 
-소통과 화해, 그리고 연결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북한 어린이들 그림은 두차례나 타진했는데 아쉽게도 아직 모으지 못했다. 아프리카 저 깊숙한 오지 어린이의 그림은 모았는데 말이다.

[서울=뉴스핌] 자신의 대표작인 3인치 작업 '삼라만상/해피월드' 앞에 선 작가 강익중.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캔버스에 일기 쓰듯 그린 작품과 아이의 장난감, 거리에 버려진 소소한 각종 오브제를 연결시키고, 사운드까지 곁들이니 삶과 자연, 우주가 어우러지는 융합적 세계가 됐다. 작가 왼쪽으로 유학시절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팔던 명품 짝퉁시계도 보인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4.07.11 art29@newspim.com

▲그렇게 모은 그림이 얼마나 되나.
-100만 장이 넘는다. 절반은 스캔을 떠놓았다. 우간다의 AIDS 걸린 어린이들, 보육원에 사는 어린이들, 암병동의 소아암 환자들의 그림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 귀중한 문화도서관이 될 것이다.

▲작품 '삼라만상/해피월드'의 3인치 회화 사이로 명품시계도 보인다.
-저 시계(롤렉스 금장시계)에는 사연이 있다. 방학이면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팔던 가짜 명품시계다. 9달러에 떼다가 12달러에 팔았는데 깎는 손님에겐 10달러에도 주었다. 바로 옆에선 전수천(1947~2018)형이 선글라스 장사를 했는데 화장실 갈 땐 서로 자리를 봐주곤 했다. (훗날 전수천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돼 1995년 '방황하는 혹성 속의 토우'로 특별상을 받았고, 강익중은 1997년 3인치 작업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울=뉴스핌] 남북의 화해와 소통을 소망하며 제작한 강익중의 '탁구대'.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7.04 art29@newspim.com

▲백남준 작가와의 인연도 잊을 수 없을 텐데.
-그렇다. 1994년 휘트니뮤지엄에서 2인전을 개막한 후 백 선생이 내게 물었다. '1000년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봤느냐'고. 그래서 나는 '100년이 아니고요?'라고 되물었다. 30세기의 세상을 물은 셈이다. 그 분은 무당 같으신 분이었다. 오른손으론 1000년 후의 미래를, 왼손으론 1000년 전의 과거를 생각하고 꿰뚫어 보던 철학자셨다.(실제로 백남준은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를 모은 민음사의 '103인의 현대사상'을 비롯해 국내외 여러 철학서에 등재돼 있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간 화해와 연결을 꿈꾼다.
-내가 생각하는 통합은 '멀팅 팟'이 아니다. 막 섞어 죽이 되는 게 아니라,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저마다 반짝이는데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거다. 그 조각들을 이어주고, 틈새를 없애는 일을 하고 싶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작가 강익중이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임진강에 세우고자 하는 '꿈의 다리' 드로잉. [사진=청주시립미술관] 2024.07.04 art29@newspim.com

▲임진강에 세우고자 하는 '꿈의 다리'가 그런 건가.
-맞다.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남북한 어린이들 그림을 모아 임진강에 둥그런 다리를 놓고자 한다. 언젠가 이 다리를 꼭 놓고 싶다. 허무맹랑하다고 할지 모르나 난 꼭 될 거라 믿는다. 

▲통일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렇다. 남북이 오랫동안 대치해 싸웠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도 언급했다.
-이는 정말 중요한 이슈다.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 가족을 칼로 찌르고 유린했는데 '끽'소리도 못했다. 칼을 꽂은 사람들이 그 칼을 뽑아줄리 없다. 우리 자신들이 뽑아야 한다. 이는 인권의 문제이자, 자존의 문제이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확실하게 청산해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청주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청주가는 길:강익중'전의 포스터. 9월 29일까지 본관 1,2층에서 열린다. 2024.07.04 art29@newspim.com

▲이 시대 예술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술가는 낚싯대를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망망대해에 예술가가 힘차게 낚싯대를 드리우면, 과학자는 뭍고기를 끌어올리는 사람이고, 경제인은 그걸 합리적으로 자르는 사람이다. 정치인은 자른 뭍고기를 나눠주는 사람이고. 각자 소임이 있는데 출발은 예술가가 낚싯대를 던져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술가가 없이는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

▲당신의 작품은 따뜻하고 밝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힘들게 분투 중이다. 성공을 향해.
-성공은 이름을 알리는 게 아니다. (지금은 돈의 시대, 권력의 시대이지만) 자산가치(돈)나 명예같은 반짝이는 것에 중심에 두지 말고, 정직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 씨름으로 치면 기본기같은 거다.

▲당신의 기본기는 무엇인가?
-내가 아는 것, 옆에 있는 것, 맘이 편한 것을 더욱 잘 파고드는 거다. 나는 일을 하면서 이 일에 진심인지, 솔직한지, 즐기고 있는지 늘 자문하곤 한다.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예술은 철학이라는 바늘로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것이다. 내 자리에서, 내 방식으로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싶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볼 수 있었던 강익중의 40년 창작 커리어의 핵심 대표작과 신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청주가는 길:강익중'전은 오는 9월 29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1,2층에서 열린다. 미술관 3층에서는 청주가 낳은 또다른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 윤형근 화백(1928~2007)의 대표작과 미공개 작품을 모은 '윤형근_담담하게'전(9월 29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000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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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시 청와대…낙수효과 기대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2일부터 언론 브리핑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되면서,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말부터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오는 것이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부근의 효자동과 통의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을 방문해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기자와 취재원들의 만남이 무작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체 상인과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23일 효자로 남단에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본 모습. 우측으로 경복궁 영추문이 눈에 들어온다. 2025.12.23 calebcao@newspim.com ◆ "낙수 효과로 장사 잘 될 것 기대 중" 이날 오전 자하문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이 청와대로 돌아왔다니까 기대하는게 크다"면서 "아무래도 직원들도 돌아오고 하니 매출이 늘어나지 않겠어요?"라고 예측했다. A씨는 장사를 시작한지 3개월 가량 지났다고 밝혔다. 점심 무렵인 오전 11시쯤 효자동에서 5년째 음식 장사 중인 김광재 청기와집 사장(62)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移轉) 전후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용산으로 가기 전에는 점심 장사로만 60~70명 정도를 받았고, 청와대 외곽을 경비서는 경찰 인력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그러다가 청와대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나서는 5~6개월간 관광객이 몰려들며 300명씩 받는 '특수'를 누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후에 거의 다 관람하고 나서 청와대 신비감이 떨어졌고 2년 가까이 장사가 엄청 안됐다"면서 "용산으로 가기 전에 비하면 반 토막 정도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대통령실이 돌아온다니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사장과 대화하는 중간에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 직원 7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김 사장이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의 자리 안내를 한 후 다시 돌아와 인터뷰를 계속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들어오잖아요. 저분들은 기동대인데, 낙수효과지. 근무하는 인원이 몇 천은 될 테니까. 그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밖으로 나와서 먹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도시락을 맞출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겐 기회지." 집회나 시위에 대한 걱정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시위 걱정? 시위대가 온다고 식당을 부수진 않으니까, 왔으면 밥이라도 한 그릇 먹겠지 우리 손해는 아닐 겁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겠네요. 막 욕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할 테니까"라고 내다봤다. ◆ "별 체감 안 되는데" 시큰둥한 반응...임대료 증가 걱정도 효자동에서 남쪽에 인접한 경복궁 옆 통의동 골목에서 25년째 한식당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 B씨는 "솔직히 (장사가 잘 되는)체감이 아직은 안가요. 뭐 돌아오면 나아지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우리 집은 경찰이나 직원들이 오는 집은 아니에요. 그 전에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고. 주로 경복궁에 놀러 온 사람들이 찾아와요"라며 "(이전에 청와대 사람들이)오더라도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룸을 찾는지, 음식 맛보러 오는 게 아니라 대화하려고 오는거야. 그래서 대통령실 돌아왔다고 해도 그냥 그래"라며 얼버무렸다. 경복궁과 통의동을 가르는 효자로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76세 남성 C씨도 대통령실 복귀가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상권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원래 12월은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체감이 안 가는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 15년 장사를 했는데, 그 전에도 대통령실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우리 가게에는 오지 않았어요." C씨의 가게는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팅' 전문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에서 커피콩을 사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고객은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들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가기 전에 이 안쪽 골목에는 비싼 한식집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었겠죠. 그런데 용산으로 가버리니까, 그 집들이 다 카페로 바뀌었어요. 옛날엔 이 근방에 카페가 5~6곳이었는데, 올해만 20곳 넘게 생겼어요." C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C씨의 추측으로는 올해 들어 주변 상점들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겹쳤는지, 전체적으로 월세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근 월세가 보통 30평에 500만원을 내는데, 다른 카페들 보면 더 큰 평수겠지만 1000만~1500만원 내는 곳도 있습니다. 근데 보시면 알겠지만 장사가 안돼요. 내 나이에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월세만 내면 버티지만 다른 곳들은 걱정입니다" 집회와 시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시위도 두 종류가 있다"며 "무슨 노조들이 하는 시위는 매출과 관계 하나도 없고 시끄럽지만, 여러 시민단체나 각 개인이 와서 하는 시위는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옆 무궁화동산에서 만난 산책 중이던 동네 주민 D씨는 "원래 여기가 조용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곳"이라며 "용산으로 갔을 때도 큼지막한 시위는 항상 광화문에서 했기 때문에 별 차이는 못 느꼈다"고 얘기했다. D씨는 "옛날 2008년에 광우병 시위를 크게 할 때는 집에 가는 길도 시위대랑 경찰에 막혀서 불편한 게 많았다"면서 "그런 것만 제외하면 동네 사는 게 나쁘진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대통령실 청와대 복귀와 관련해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269억원, 그 자리에 국방부가 다시 들어오는 데 238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길 때 든 비용 800억원을 합산하면 총 1300억원의 비용이 낭비된 셈이다. calebcao@newspim.com 2025-12-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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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19만명 정보 유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최대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약 19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한카드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하고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신한카드는 23일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전화번호를 포함한 총 19만2088건의 개인정보가 신규 카드 모집 과정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한카드 본사 전경[ 사진=신한카드] 2025.06.18 yunyun@newspim.com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번호 18만1585건 ▲휴대전화번호와 성명 812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성별 2310건 ▲휴대전화번호·성명·생년월일 73건 등이다. 신한카드는 조사 결과 주민등록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가맹점 대표자 정보 외 일반 고객 정보와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며 조사 결과 일부 내부 직원의 신규 카드 모집을 위한 일탈로 밝혀진 만큼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으로 추가 확산될 염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정보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고 사실과 사과문을 게시하고, 가맹점 대표자가 본인의 정보 포함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조회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개별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보호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이 '목적 외 개인정보 이용'인지, '정보 유출'인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으나, 적극적인 고객 보호를 위해 '정보 유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2025-12-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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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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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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