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한국은행, 민주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물가가 오르면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고 국민들은 원성이지만, 사실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가장 깊은 고민에 빠지는 곳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이다. 과일 값이 오를 때 정부는 수입이나 대체과일, 정부지원 등 재정과 무역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고 푸는 것은 중앙은행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바라보는 경제상황에 대한 견해가 같거나 비슷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정반대의 입장일 때는 불편한 관계가 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코로나 때와 같이 국민지원금이나 자영업자 지원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풀어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할 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갑자기 올린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둘의 관계는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치킨게임처럼 비쳐지게 된다. 왜냐하면 정부가 지원한 생활비 지원자금은 외식, 국내여행, 쇼핑 등의 소비 활동진작에 쓰이지 못하고 가계부채의 높아진 이자비용만큼 은행으로 들어가게 되어 정책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정부는 중앙은행장 해임을 고려할 수 있을까? 또한 중앙은행은 정부와 대척점을 이루며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서라도 화폐조절을 통한 자신만의 정책기조를 고수해야 할까? 중앙은행이 정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엇박자가 되면 정부는 처음부터 고분고분하게 자신들의 말을 따를 수 있는 총재를 뽑아 애초부터 문제를 제거하려고 하지 않을까?

이 같은 가상적 상황은 결국 중앙은행이라는 국가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라는 민주주의 문제로 귀착된다.

중앙은행이라는 제도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은 무엇이며,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적 관계를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각국의 독립성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국제적 지표는 있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일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출처=블룸버그통신]

세계 제1위 권력자,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4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고 빌 클린턴 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리치(Robert B. Reich) 교수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는 미 대통령이 아닌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이라고 그의 자서전에서 적고 있다. 정치 베테랑이었던 리치가 주목한 그린스펀은 1987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후 2016년 직위에서 물러나기까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그리고 조지 W. 부시까지 4명의 대통령의 대통령과 함께 미 연방은행을 이끌어 온 수장이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사건은 바로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패닉사태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발생한 주가폭락사건은 1929년 발생한 두 번의 월스트리트 대폭락 수치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다. 홍콩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이어진 폭락사태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이르러 다우존스 지수가 22.61% 하락해 세계경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을 때 그린스펀이 신속하게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대폭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위기는 가까스로 수습되었다. 주가대폭락을 신속하게 대처한 그린스펀은 세계적 주목을 단숨에 받으며 스타덤에 뛰어올랐다.

그의 뒤를 이은 벤 버냉키(Ben Bernanke), 재닛 엘렌(Janet Yellen), 제롬 파월(Jerome Powel)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그린스펀 만큼 인지도는 없어도 세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국의 중앙은행장 이름은 생소해도 미국 연준위의장의 이름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앙은행의 역사

1401년에 설립된 바르셀로나 은행(Taula de canvi de Barcelona)은 지방 공립 은행의 첫 번째 사례다. 1407년 이를 모방해 제노바 공화국의 세인트 조지 은행(Bank of Saint George)이 설립되었고, 베니스에도 지로은행(Banco del Giro)이 설립되었다. 1609년 암스테르담 은행과 1619년 함부르크 은행이 차례로 설립되었다. 이 은행들은 국제 무역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화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지방 공공 은행으로 활동하며 중앙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국가가 소유한 중앙은행은 1688년 스웨덴 신분의회가 소유한 국가은행(Riksens Ständers Bank)이 세계최초다. 안정적인 화폐보유를 통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군대조직과 무기제작 등을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에 국왕의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 때는 스웨덴이 30년전쟁의 승전국으로서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1899년 릭스방크법에 따라 스웨덴 릭스방크로 이름을 바꾸며 1931년부터 1975년까지 금본위제를 택해 국가가 보유한 금의 가치만큼만 지폐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켰다.

영란은행.[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1.02 mj72284@newspim.com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은 주식회사형태의 특허회사로 출발했다. 1690년 프랑스 해군과의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해군육성이 시급했던 영국은 런던정부의 낮은 국제신용과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란은행법(The Bank of England Act)에 따라 은행을 설립했다. 골자는 런던과 웨스트민스터의 자본가들이 개인 최대 £10,000 투자를 유도해 함대를 건조할 수 있는 150만 파운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즉 대주주들이 참여해 만든 주식회사와 같은 형태를 띤 은행으로 이 같은 형태는 1946년까지 유지되었다.

영란은행은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회사 형태에서 국가가 국유화해 중앙은행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세계중앙은행 형성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첫 번째 계기는 월터 베이지호트(Walter Bagehot)가 쓴 '롬바르드가(街) (Lombard street: A Description of the Money Market, 1874)'에서 국가소유의 중앙은행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롬바르드 거리에서 활동했던 오버랜드 거니 은행(Overend, Gurney and Company)이 은행이 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영란은행에 지불보증을 해 주지 않아 생긴 파산문제는 국가 중앙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주식회사였던 영란은행의 주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우량은행의 일시적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앙은행의 존재는 국가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두 번째 영란은행의 위상에 영향을 끼쳤던 문서는 맥밀란 보고서(Macmillan Report, 1931)다. 맥밀란 위원회는 뉴욕 주식의 폭락사태에 따라 얼어붙은 영국의 금융시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이 위원회에는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eynard Keynes)도 조사위원으로 참가해 함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위원회의 권고사항은 바로 영란은행의 국유화였다.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국내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1946년 국가가 소유하는 중앙은행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문서는 라드클립 보고서 (Radcliffe Report, 1959)다. 2차대전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보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영란은행을 지휘하고 통화정책과 경기관련 정책에 있어 정부가 우선권을 가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강력하게 제시되어 논란이 되었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지휘와 감독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는 권고안이었다. 2차대전 이후의 산업재건, 국가인프라건설, 그리고 주택건설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고 마셜플랜으로 미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했던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준 보고서였지만, 이후 영국에서는 영란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며 중앙은행의 고유권한과 독립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루이 14세 사후 존 로(John Law)가 설립한 일반민간은행(Banque Générale - Banque Générale Privée)은 1716년 5월 20년 인가를 받은 주식회사였다. 침체된 프랑스 경제를 활성화하고,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비롯한 루이 14세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국가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중앙정부의 소유는 아니었다. 1800년 나폴레옹의 주도로 프랑스은행 (Banque de France)이 처음으로 설립되어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의 역사 속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유럽의 중앙은행들보다 한참 늦은 1913년에야 설립되었다. 은행들은 평상시 예금자로부터 예치된 자금의 대부분을 투자에 쓰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예치한 은행의 지불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일시에 현금을 찾으려고 할 때 발생하는 예금인출에 속수무책이 된다. 1930년대에 발생했던 대공황을 거치면서 위기상황에서 발생하는 뱅크런(Bankrun)에 대비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에서 '부분 지급준비금제도'가 갖춰졌다. 또한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통화량을 재량껏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탄력적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역할도 포함되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달러 발행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가 소유의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상업은행들(privately-owned commercial banks)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인 연방준비제도로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식으로 화폐를 조달하고 있는 형태다.

1971년 닉슨의 달러정책, 세계 중앙은행 화폐정책의 대변혁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체결한 조약은 본격적으로 1958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아 세계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마셜플랜 하에 경제복구를 추진 중이었던 유럽과 일본은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화폐는 자연스럽게 달러에 고정되었다. 금1온스 당 35달러의 고정환율로 자국의 화폐를 바꿀 수 있었다.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단일 마차였기 때문에 브레튼우즈 체제는 잘 작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970년에 이르자 서독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미국이 세계경제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27%까지 수직낙하했다. 베트남전쟁으로 늘어난 국가채무, 국제수지의 적자악화, 통화팽창 등의 결과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1971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84%, 그리고 8월 기준 실업률은 6.1%까지 치솟았다.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급히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재무장관, 재무부 국제담당재무 국장 핵심인물을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 불러 비밀회합을 가졌다. 결국 달러와 금 사이의 태환제도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임금과 가격을 한시적으로 90일 동안 동결하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책정했으며, 이를 8월 15일 일요일 바로 발표했다.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임금과 가격을 통제한 것이다. 이를 역사는 1971년의 닉슨쇼크(Nixon shock)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국내외적으로 성공하는 듯했다. 8월 15일 발표한 다음 날인 월요일 다우존스는 일일 사상 최대 상승폭으로 올랐고, 뉴욕타임스도 긍정적 사설을 실었다. 1971년 12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후속 조치도 이끌어 냈다. 독일의 마르크화, 일본의 엔화 등 각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평가 절상이 이루어졌다. 이를 스미소니언 협정(Smithsonian agreements)이라 한다.

1973년에는 3월에는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꿔 무역수지에 따라 환율이 자동조절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모든 것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변동환율제는 라인강의 기적과 한국전쟁의 특수로 경제의 붐이 일고 있던 독일과 일본의 마르크와 엔화의 가치를 가파르게 상승하게 했지만,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줄어들어 두 화폐 대비 2분의 1의 가치로 계속 떨어졌다. 달러 가치의 지속적 폭락, 세경경제 2위와 3위 화폐의 가치상승은 스미소니언 합의도 폐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다. 1985년 9월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합의한 환율조정에 따라 달러 대 엔환율을 1달러에 250엔에서 120엔으로 대폭 조정하여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낮추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터널이 시작된 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라 할 수 있다. 잘 나가던 일본경제가 이 기점으로 경쟁력을 서서히 상실하면서 버블이 꺼져가지 시작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반사이익을 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1986년부터 3년 연속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2%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자료=한국은행]

중앙은행 독립성, 정치학 연구의 영역으로 들어오다

중앙은행의 위상이 정치학 연구의 한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온전히 리파르트(Arend Lijphart) 교수의 덕이다.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형태(Patterns of Democracy, 1999/2012)에서 중앙은행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정도는 민주주의의 작동방식과 매우 연관이 높다고 주장한다. 리파르트 교수는 세 가지의 변수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첫째, 연방주의와 지방자치 수준이 높을수록 독립성은 올라가고, 단방형 중앙집권국가에서는 독립성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독일, 스위스, 미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국가들의 1945-94년 사이 중앙은행 독립성 지수는 상위그룹에 속해 이 상관성은 0.6 정도에 이른다. 둘째, 노사 간의 협조체제가 공고한 국가일수록 독립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노사 간의 공조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되면 국가가 경기부양이나 실업률 통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덜 개입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상관관계는 0.10으로 매우 낮아 신빙성은 떨어진다. 셋째는, 비례대표제로 권력이 공유되어 있는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두 번째 논리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분산되어 중앙은행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0.06의 상관관계를 보여 거의 신빙성은 낮은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단방제, 중앙집권제, 다수대표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로 대체로 위 3가지의 가설이 맞아 떨어진다. 1945-94년 사이 평균 0.27에 머물고, 1945-2010년까지의 평균도 0.36, 그리고 1995-2010년 기간 동안은 0.41로 대체로 최하위권에 있어 3개의 가설이 모두 해당되는 국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의 중앙은행 독립성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낮게 나오기 때문에 전혀 설명력이 떨어진다. 위 세 나라는 단방제는 모두 동일하지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고, 권력분산형 모델이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결정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미국과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적 위상을 훼손시킨 사례들

사례 1. 존슨 대통령과 윌리엄 마틴 위원장과의 갈등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는 이미 1951년과 1970년 사이 의장이었던 윌리엄 마틴(William McChesney Martin Jr.)과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과의 갈등은 더 극적이다.

1965년 12월 5일의 존슨 대통령이 "위대한 사회"를 실천하기 위한 국내 프로그램 확대, 1964년 제정된 세금 감면,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지출 증가 등의 재정 부양책을 들고 나왔을 때, 연준의장이었던 마틴 주니어(William McChesney Martin Jr.)는 경제가 과열되는 조짐이 있다고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분노하며 연준의장과 경제 관료들을 텍사스 목장으로 불러 모았다. 그날 모임에서 존슨 대통령은 담낭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에서도 격정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연준의장도 단호했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제가 옳고 대통령이 틀린다는 것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방준비제도법이 금리에 대한 책임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부여했다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이 최종적이어야 하는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리치몬드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1965: The Year the Fed and LBJ Clashed. https://www.richmondfed.org/publications/research/econ_focus/2016/q3-4/federal_reserve)

결국 존슨 대통령은 그의 뜻에 따라야 했다.

사례 2.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위원장 길들이기

2018년 12월 10일자 워싱턴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을 향해 일련의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미쳤다'고 표현하며 '중국보다 훨씬 더 큰 문제'라고 파월의장을 길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또 기사에서 '제롬 파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봅시다'라며 강제퇴임 조치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꺼내며 압력을 가했다. (2018. 12. 10. 워싱턴 저널).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례 3.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와의 밀월관계

부동산 규제 및 대출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순응하면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적이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금리가 2.5%에서 1.25%로 내려 가계대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이를 따져 물었다. 2017년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한 의원과 한국은행 총재와의 질의답변이다.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가 1.25%로 반 토막이 됐다. 소신을 못 지킨 게 이해가 안 된다". 질의에 대해 총재는 "5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는 경기흐름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에 기여한 것이다.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율적, 중립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의 압력에 의한 결정인지, 자율적이며 독립적 판단인지 의문이 남는다.

사례 4. 문재인 정부시절 경제부총리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압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19년 7월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8개월 만에 돌려놓았다. 시장에서는 같은 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8월경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며 정책공조 필요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러 차례 한국은행에 간접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 말의 신빙성을 의심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부총리는 2019년 5월 기자간담회, 7월 4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변화한 경제여건을 감안해 금통위가 합리적이고 적절한 판단을 할 것", "국제적으로는 전체적으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같이 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고려된다" 등의 발언으로 한국은행의 7월 금통위를 앞둔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압력 시그널을 보냈다.

이런 발언들을 두고 경제부총리의 지속적 압력이 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쳐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12차례 연속 동결했다. 2024.07.11 photo@newspim.com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면

우리나라의 국제적 평가는 냉정하다. 리파르트 교수가 제시한 국제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독립지수는 하위권에 속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한국은행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정부의 압력과 무관하게 완전히 정부의 의지와 단절될 수는 없다.

미국의 제롬 파월이 트럼프가 보란 듯 정부가 압력을 가하는 것과 반대로 금리인하를 끝까지 거부하고 반기를 들었던 사례나, 존슨 대통령의 엄포에도 당당하게 맞선 마틴 주니어의 한마디가 강하게 와 닿는다.

"나는 연방준비제도법이 금리에 대한 책임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부여했다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이 최종적이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통화안정과 물가안정, 그리고 경제성장의 큰 틀에서 자율적 결정의 잣대를 확실히 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되어 한국이 국제비교에서 당당히 세계 최고수준으로 소개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길 바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삼전닉스 주가는 급락, 빚은 그대로?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가 없고 주가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계좌는 반등을 기다리기에 앞서 부족분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해진 기한까지 추가 담보를 납입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주가 회복 전에 보유 주식이 강제 처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2800원(6.35%) 내린 18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3만2000원(10.44%) 하락한 113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각각 7.57%, 9.4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의 담보 부담도 커지고 있다. ◆ 주가 급락에 담보비율 하락…납부기한 넘기면 반대매매 문제는 주가가 떨어져도 빌린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금 대비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유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추가 담보 납입이나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다른 담보 없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 종목만 담보로 잡혀 있고 대출금이 그대로라면, 담보비율이 150%였던 계좌는 지난 5일 하루 하락만으로 각각 약 138.6%, 135.8%까지 낮아진다. 유지 비율 140%를 적용받는 계좌라면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이자와 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계좌의 담보 상태와는 차이가 있다.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투자자는 지난 5일 주가가 7.57% 떨어지면서 담보 가치가 약 1억3865만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최소 담보 가치가 1억4000만원이라면 하루 만에 약 135만원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셈이다. 부족분을 제때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이 발생한 고객에게 부족 금액과 납입기한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이나 증권 입고, 보유 주식 매매, 신용융자 현금상환 등으로 부족분을 해소할 수 있지만, 기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주가가 더 떨어지면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의 추가 납입 여력과 담보가치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계좌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7715억원으로 전날보다 1269억원(0.44%) 증가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 관련 반대매매 체결액은 약 84억2000만원으로, 이달 4일 약 39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에 정부는 반대매매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일시적인 담보 부족이 대규모 강제매도로 이어지는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규제 완화가 모든 계좌의 반대매매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담보 유지 기준과 적용 대상, 기존 담보 부족 계좌의 처리 방식 등은 증권사별 시행 방안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로, 주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증권사들은 정부 발표 직후 내부 검토에 착수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안과 기존 계좌에 미치는 영향은 검토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담보부족 고객의 단기 반대매매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도 "다만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주가 급락과 강제매도가 맞물려 하락세를 심화시키는 상황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라고 전했다. ◆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다는 평가…반등까지 버틸 여력이 변수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미주 영업·마케팅 채널을 점검한 결과 당장 메모리 수요에 이상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역시 수요 감소보다는 건설 지역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27년 예상 순자산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각각 1.13배, 1.00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는 향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잠재적 위험보다 기대수익에 압도적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NH투자증권도 이번 급락이 반도체 업황 자체의 악화보다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급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의 AI 산업 규제 강화 우려와 헤지펀드 청산 등이 기술주 전반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AI 인포그래픽=양태훈 기자]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 역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어, 정책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곧바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협의와 장기공급계약의 이익 방어력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관련 기술주 역시 주가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AI 산업이 고성장 국면에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적자인 데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AI 기업들과 빅테크들의 현금흐름 개선 단서가 입증되기 전에는 악순환이 끊어지기 어려워보인다"라며 "시장은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이 단서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4분기 실적 시즌까지는 가야한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 2026-11-07 07:00
사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허용한다더니…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정부와 여당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인센티브를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 통과가 기대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의 부정부패 가능성을 지적하며 공공 정비사업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민간 정비사업 지원 기조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은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적인 요건과 제한이 붙을 수 있어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 사업성 개선 효과가 폭넓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합의 됐지만 실제 법안 통과는 미지수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 1.2배까지 부여하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법안 개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I일러스트=이동훈 선임기자]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간 협의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위축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개선 과제'를 국토부에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8개 과제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과제 중 하나인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용적률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특별법에 따라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법적 상한의 최대 1.4배,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최대 1.3배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점을 들어 민간 정비사업에도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법적 상한의 1.2배 또는 1.3배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용적률 1.2배 방안을 최종 선택해 여당과의 협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포함한 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제도가 확정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서울시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360%까지 용적률을 늘릴 수 있으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250%에서 300%까지 받게 된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아지면 2031년까지 약 4만3000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목표인 8만7000가구에서 13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 상향이 모든 사업장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같이 추산된다"고 말했다. 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의 정비사업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면 단순계산시 35만가구 착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의 방향성은 마련됐지만 국토부와 여권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서다. 실제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이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와 도시정비법처럼 바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협력하겠다"면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국토부와의 실무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국토부가 아닌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시보다 야당과의 협의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세부적인 개정안 내용에 대해 서울시의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고 단지 서울시의 요청사항만 국토부에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 與 지역별 차등적용 등 추가 조건 내놔…대통령 비판 인식도 통과 변수 이미 방향성이 확정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시 입장은 이미 전달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대했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에 시간이 소요될 사안도 발생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여권의 추가 사항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먼저 지역별 차등적용이다. 강남·서초·송파구의 강남3구와 용산구의 민간정비사업은 용적률 추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또 늘어난 용적률로는 전용면적 59㎡ 이하 주택만 짓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주지 못하도록 명확히 하는 것도 추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당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안은 서울시가 고려했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 추가 소요와 진통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부분은 서울시가 크게 반대할 사안은 아닌 만큼 개정안 통과를 크게 늦출 요인이 아니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사업성 증대가 절실한 비도심 강북지역에 중점적으로 배정할 수 있고 또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는 재건축 이후 사업성까지 고려해 고밀 재건축을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요구 사항인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완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통과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면서도 막판 진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출범 이후 사안마다 극한대립에 빠진 서울시와 국토부의 관계 때문이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홍 장관과의 빠른 만남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홍지선 장관은 실무협의부터 마무리한 다음 만남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정법 개정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한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도정법 개정에 대해 시 의견을 요청한 사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공공 재개발을 강조하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공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데 민간정비사업은 부정 부패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민간 정비사업을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는 "대통령이 맞대 놓고 민간 정비사업을 비판했는데 여권이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법안 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돼 있는 '공공성 강화'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국회나 정부의 제도 개선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1-07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