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 정산 일정 개선하고 고객 환불 현금으로
파장 지속…컬리·오아시스, IPO 난항 예상
정부,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화 등 규제 적용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티메프(티몬·위메프)에서 나온 판매자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판매자 정산 일정 손보기, 고객 환불을 포인트가 아닌 전액 현금 지급으로 시행하는 등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이는 모두 티메프와 같은 미정산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플랫폼임을 강조해 판매자·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옥 앞에서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대기하는 가운데 경찰이 출동해 있다. 2024.07.25 choipix16@newspim.com |
티몬, 위메프의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파악한 티몬과 위메프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8%로 나타났다. 다만 2022년 기준인데다 올해는 C커머스(중국 플랫폼)의 등장 등으로 점유율이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업황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는 미미한 수요라도 포섭하기 위한 치열한 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11번가는 정산 일정을 앞당겨 배송 완료 다음 날 정산 금액 70%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결제한 뒤 2~3일 만에 판매 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받을 수 있고, 기존 일반 정산 대비 7일 정도 앞당겨 수령할 수 있어 판매자들의 원활한 자금 회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머지 30%의 정산 금액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 날에 지급된다.
또 '안심 쇼핑 착한 기업' 기획전을 열고, 최근 정산 지연 사태에도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배송 약속을 끝까지 지켜 화제가 되었던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해 선보인다.
G마켓에서는 신규로 '환불 예정금 서비스'를 오는 9월부터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이 환불을 요청할 시, 기존에는 환불 비용을 '스마일캐시'로 지급하던 것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고객 환불 금액을 따로 보관해둘 것으로 예상되어 이번 미정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 또한 지난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사안을 의식한 듯 '재무 안전성'을 강조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커머스 업체 유동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쿠팡의 2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600만 달러(7조5867억 원)로 작년 말 52억4300만 달러보다 2억9300만 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06 leehs@newspim.com |
현재 티메프 사태로 인한 업계 파장은 지속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매각·투자 유치 등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최대 주주 SK스퀘어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며 매물로 나온 상태이며, SSG닷컴도 연말까지 재무적 투자자(FI)의 엑시트를 위한 투자자를 포섭해야 하는 상태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도 있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데,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장을 두고 탐탁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 사태 영향이 미칠 경우, 상장이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에 판매 대금 별도 관리를 의무화하고, 정산 주기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 어려운 업황 속 규제 악재가 겹치자 업계에서는 '티메프' 포섭 등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SSG닷컴과 롯데온에서도 신규 서비스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적은 수요라도 포섭하기 위한 경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