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누적 흑자 기록…한전 당기순익 7103억·가스공사 6602억
한전 4년 만에 상반기 영업익 흑자…가스공사 영업익 70% 상승
영업익 대부분 이자 갚는 데 소모…천문학적 부채에 이자 늘어
4분기 전기·가스요금 모두 인상 시사…안덕근 "하반기 정상화"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에너지 공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의 적자 행진을 딛고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누적된 부채 규모가 여전해 '호실적' 시기로 들어섰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을 받는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해마다 영업이익보다 많은 이자비용을 지출한다. 정부는 근본적인 재무 정상화를 위해 오는 4분기께 요금 인상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 한전·가스공사, 올 상반기 2.5조·1.3조 영업익 창출…당기순익도 '플러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영업 잠정 실적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상반기 누적으로 모두 흑자 창출에 성공했다.
한전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연결 기준 43조7664억원으로 지난해 반기(41조2165억원)보다 2조5499억원(6.2%) 증가했다. 반면 영업비용은 41조2168억원으로 지난해 반기(49조6665억원)보다 8조4497억원(17.0%) 감소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액은 늘고 영업비용은 줄면서 2조5496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8조4500억원)와 비교하면 10조9996억원(130.2%)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플러스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20년(8203억원) 이후 4년 만의 성과다. 그동안 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2019년 -9285억원 ▲2020년 8203억원 ▲2021년 -1872억원 ▲2022년 -14조3032억원 ▲2023년 -8조4499억원 등으로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10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조8156억원)의 큰 손실폭을 딛고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2020년 상반기 -10조7617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6조 수준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가스공사도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가스공사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20조3004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575억원)보다 5조7571억원(-22.1%) 줄었다. 이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평균 판매단가는 지난해 상반기 메가줄(MJ)당 24.66원에서 올 상반기 19.22원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3872억원으로 전년 동기(7934억원)와 비교해 5938억원(74.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602억원으로 전년 동기(726억원)보다 5876억원(808.4%) 대폭 늘었다.
올해 영업이익은 최근 6년간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다. 2019년(1조741억원)과 2022년(1조2019억원)을 제외하고는 줄곧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지만, 올해 1조3872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6년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022년(8874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냈다.
◆ 영업익 벌어 다 이자로…안덕근 장관 "하반기 요금 현실화 계획" 시사
올 상반기 누적 실적을 보면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재무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 해석되나, 이미 수년간 누적돼 온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사실상 형편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에 달한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 2014년 108조원 수준에서 10년간 약 2배 가까이 늘어 2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던 2021~2022년에 대폭 증가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역시 갈수록 규모를 불리고 있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 간 차액을 나중에 받을 외상값 명목으로 장부에 기록해 두는 금액을 말한다. 올 2분기 기준 미수금은 1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조원)보다 약 7000억원(5.3%) 늘었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로 인해 양 공기업은 매년 영업비용을 넘어서는 규모의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자를 내고 나면 사실상 수중에 남는 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전의 이자비용은 4조4516억원, 가스공사의 이자비용은 1조6762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이자보상배율은 최근 5년간 2020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0.6배 ▲2020년 2.0배 ▲2021년 -3.0배 ▲2022년 -11.6배 ▲2023년 -1.0배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유일하게 흑자를 거뒀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영업이익의 수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이자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이자보상배율은 0.9배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0.9배 많았다. 가스공사는 해가 지날수록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이자비용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정부도 이같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사정을 고려해 오는 4분기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 인상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으로 동결됐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1년째 동결된 뒤 지난 5월 인상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하절기가 지나고 전기요금 정상화 수준과 적절한 시점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하반기에 (요금 정상화를) 할 계획"이라며 "가스요금 인상 효과와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문제들, 기타 산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계속 (가스요금을) 현실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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