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미국의 제38대 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는 1989년 한 강연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냐"는 질문에 "남성 대통령이 죽어야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은 정상적인 과정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이나 민주당에서 대통령에는 남자를, 부통령에는 여자를 지명해서 선거에 승리하게 되면 남성 대통령과 여성 부통령이 탄생한다. 임기 안에 대통령이 죽게 되면 여성 부통령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오영상 국제부장] |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5일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링 위에 오른 선수는 남성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다. 당초 민주당 후보는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었지만, 그가 사퇴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링에 올랐다.
지난 7월 13일 트럼프 후보가 유세 중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판세는 트럼프 쪽으로 일찌감치 기운 것처럼 보였다.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 휘날리는 성조기 아래 주먹을 높이 든 트럼프의 사진 한 장은 대선 판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베팅이 몰리면서 당선 가능성이 70%까지 급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7월 21일 바이든이 후보를 사퇴하고 해리스가 등판하면서 대선 판도가 바뀌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유권자 13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42%를 기록하며 트럼프(37%)보다 5%포인트(p) 앞섰다.
이는 표본 오차범위(±3.1%p) 밖의 결과이며,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 중 두 후보의 격차가 가장 컸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과 함께 지난 1~5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경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누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2%가 해리스를 꼽았다.
트럼프는 41%로 차이는 1%p에 불과하지만, 약 1년 전부터 매달 실시한 해당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시간으로 베팅이 집계되는 폴리마켓에서도 12일 현재 해리스가 52%로 트럼프(46%)와의 격차를 6%p로 벌렸다.
11월 대선까지 아직 3개월여가 남은 만큼 예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낙승 분위기였던 판세는 이미 뒤바뀌었고,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미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도 가능할 일이다.
포드 전 대통령의 말과 달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바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살아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시나리오도 가시화되고 있다. 포드 전 대통령의 시나리오는 틀렸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