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90% 이상 방글라, 사회 혼란기 때마다 소수 종교인 겨냥 공격 발생
전 총리가 힌두교도 많은 인도로 대피하며 힌두교에 대한 반감 더 커져
전 총리 "미국 눈 밖에나 쫓겨난 것" 주장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방글라데시 과도정부가 혼란에 빠진 정국 수습에 나섰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로 축출돼 인도로 피신한 뒤 힌두교도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수파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과도정부는 지난 8일 출범했다. 하시나 전 총리가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 반대 시위에 부딪혀 지난 5일 인도로 달아난 뒤 사흘 만이다.
12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힌두교 등 소수 종교 보호를 위해 관련 단체 등과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의 전체 인구 1억 7000만여명 중 90% 이상이 무슬림이고, 힌두교 신자들은 약 8%(1300만여명)에 불과하다.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때마다 소수 종교에 대한 일부 극단주의 이슬람교도들의 공격이 발생했는데, 반정부 시위로 사임한 총리가 국민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인도로 도피하면서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도들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인도 매체 NDTV 11일 보도에 따르면,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한 지난 5일 이후 방글라데시 소수 공동체를 상대로 한 공격이 205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체는 "힌두교 신자 수백명이 자택 및 사업체 습격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과도정부는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당국 진압과정에서 숨진 450여명의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까지 수도 다카 시내 전철 운행도 재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시나 전 총리 퇴진 후 군중으로부터 공격받다가 파업을 선언했던 경찰도 전날 파업을 철회했다. 경찰은 과도정부 내무고문인 M. 사카와트 호사인과 만나 12일 업무에 복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글라데스 전국 경찰서 건물 대부분이 총리 퇴진 이후 일어난 공격으로 파손된 상태다. 시위 과정에서 대학생뿐 아니라 경찰관도 40여명 사망했다.
과도정부는 또한 하시나 전 정부에 의해 임명된 중앙은행 총재와 방글라데시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임명하기로 했다.
한편 하시나 전 총리는 자신의 축출 배후로 미국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하시나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이 이끌던 방글라데시 집권당 아와미연맹(AL)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가 (벵골만 북동부 섬) 세인트 마틴과 벵골만을 미국에 넘겼더라면 권좌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며 "올해 1월 총선 이전에 '한 백인'이 공군 기지를 넘겨주는 대가로 순탄한 권력 유지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섬을 군 기지로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거절해 미국의 눈 밖에 나면서 자신이 쫓겨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하시나 전 총리 측은 인도 매체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는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축출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인도 매체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다카 로이터=뉴스핌 특약] 홍우리 특파원 = 8일 방글라데시 다카 방가바반(대통령실)에서 노벨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과도정부 최고 고문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hongwoori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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