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비공개 간담회 개최
소액주주 보호 방안 필요...日 합병유지청구권 등도 거론
이 원장, 이사 충실의무 확대 논의 다시 불씨 살리기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적 기업 지배구조 특수성과 국내 증시의 투자자 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 재편 추진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문제가 되고 있는 두산그룹을 재차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이 원장은 '두산그룹' 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적 기업'의 문제로 확대하며 개별적 규제가 아닌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복현 "개별적 규제 아닌 근원적 개선방안 고민해야"...'이사 충실의무' 재차 언급
이복현 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국내의 저명한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황선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와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 5명 등이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5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7.30 pangbin@newspim.com |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상법학계는 회사와 주주이익이 동일하며 충실의무 대상인 '회사'에 주주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가 다수인데도 현실은 이와 달리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일부 회사들의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해 발생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는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된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그룹 개편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합병비율이다. 지난해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밥캣과 만년 적자기업인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 0.63으로 정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이 원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8일 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비율을 조정할 때까지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하겠다고 특정 기업을 지목, 강경 발언을 했다.
이 원장은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 및 국내증시의 투자자보호 미흡이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개별적 규제방식보다 원칙 중심(Principle-based)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은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 낮은 배당 등 주주환원 미흡, 빈번한 일반주주 주식가치 침해 등을 뜻한다.
이 원장은 근원적 개선방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경영환경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재계의 고민도 함께 고민중이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적 이슈로 번짐으로써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 상법 전문가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필요성에 공감
이날 간담회에 자리한 상법 분야 학계 전문가들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행 상법의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이익 보호가 전제됨에도 법원이 조문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는 회사와 이사 간 위임의 법리 등 회사법 체계를 고려할 때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사의 책임 제한 관련 배임죄 폐지 등 주주 충실의무 도입시 예상되는 이사의 과도한 책임을 경감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배임죄의 지배주주 견제 기능 등을 감안할 때 배임죄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특별배임죄 폐지 등을 통해 형사책임을 민사책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있었다.
그 외의 대안들도 제시됐다.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상법 제382조의3의 이사의 충실의무와는 별도의 조문을 통해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의무'를 규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주주 간 이해상충 상황에서 준수해야 할 '공정성' 확보 절차를 명확히 규정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불공정 비율 합병과 관련해서는 합병유지청구권·합병검사인 제도 도입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시(소수주주 이익 침해등) 부당결의취소의 소(상법 제381조) 제기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이중 합병유지청구권은 일본 회사법에 있는 것으로, 불공정한 합병 등 조직재편시 주주의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주주가 회사에 대해 합병을 중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합병검사인 제도는 독일 조직재편법(Umwandlungsgesetz)에서 합병비율 공정성 담보 수단으로서 합병회사 신청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전문가에 의해 합병검사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편 이 원장은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투자자 및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만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논의가 상법 관련 사항이기는 하지만 투자자 및 자본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관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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