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스라엘에 대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란이 절제된 보복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새벽 헤즈볼라의 공격이 임박했단 징후를 포착해 전투기 약 100대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목표물을 겨냥해 선제 공습에 나섰고, 헤즈볼라는 320발이 넘는 로켓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군사기지 등을 포격했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격에 불길 치솟는 레바논 남부 지역.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헤즈볼라는 이를 지난달 30일 푸아드 슈크르 고위 지휘관 암살에 대한 보복이었으며, 작전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헤즈볼라 공격 규모를 사전에 축소할 수 있었다고 하는 등 양측은 더 이상의 교전 없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양측 교전의 결과는 매우 어정쩡하단 진단이 나온다. 양측 모두 주요한 인프라나 민간인 사상 피해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NYT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제한적인 공격을 가한 것은 이란도 확전 위험을 피하고 싶어 하는 점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지난달 31일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 등 역내 대리 세력들을 총동원한 대규모 이스라엘 공습을 단행할 수 있단 우려가 나왔지만 이란은 헤즈볼라가 먼저 공격하게끔 의도적으로 용인했다고 중동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장 단체이자 정치 정당인 헤즈볼라도 중동 확전은 정치적으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리스크여서, 이번 제한적인 공격으로 보복을 끝내려고 할 것이며 이란의 보복 역시 대리 세력 총동원의 총공세가 아닌 정밀히 계산돼 절제된 형태의 공격을 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란 전문가이자 독립 중동 매체 암와즈.미디어(Amwaj.media)의 에디터인 모하메드 알리 샤바니는 "이란은 정밀 타격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란 힌트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지난 26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다짐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리 세력을 뜻하는 '저항의 축'과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공격은 잘 측정되고 계산될 것"이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다르게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사진=로이터 뉴스핌]2024.04.19 mj72284@newspim.com |
이란은 역내 전함을 배치해 놓은 미국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이스라엘에 보복하는 방식을 추구할 텐데 옵션이 많지 않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출신의 케니스 F. 맥킨지 주니어는 이란이 유럽, 아프리카나 남미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등 비교적 보안이 약한 목표물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지속되는 대로 이란이 최대한 오래 보복을 미루려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란의 최종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전날 TV연설에서 "적과의 협상에 장벽은 없다"고 해 서방과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겠단 신호로 읽혔다.
마하 야야 카네기재단 중동센터 소장은 NYT에 "이란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활용해 이익을 얻을지 궁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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