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법 8조 1항 헌법불합치 판단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선입법 시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구 녹색성장법 등은 기각·각하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감축하라고 규정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시민단체 등이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에 착석해 있다. 2024.08.29 choipix16@newspim.com |
이에 대해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금지·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이번 환경권처럼 권리 보호를 다투는 사건에서 판단의 기준이 돼왔다.
다만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정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과소보호금지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해당 조항의 규범영역 전부에 대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 이전에 그나마 존재하는 정량적인 중간 목표마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해당 법 조항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정량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대강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날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설정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목표는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2018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를 때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전제로 한 중간 목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 비율의 구체적 수치 설정에는 개별적인 감축 수단들의 특성과 이들 사이의 조합 등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 헌재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도 재판관 4(기각)대 5(위헌확인) 의견으로 기각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 산정 기준이 과소보호금지원칙 또는 법률우위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관해 위헌의견이 다수였지만,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에 필요한 심판 정족수(6인)에 이르지 못해 기각결정이 선고된 것이다.
이 외에도 헌재는 구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녹색성장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조항, 이 사건 기본계획 중 재정기획, 공동심판참가 신청 및 보조참가 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이 사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완화 조치로 국가가 법령 및 행정계획으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불충분한지를 다툰 헌법소원으로, 헌재는 관련 사건 4건을 병합해 지난 4월 23일과 5월 21일 두 차례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여는 등 심리를 진행했다.
헌재 관계자는 "심판 대상이 된 법령과 행정계획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의 성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췄는지를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했으며,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할 때 입법자에게 더욱 구체적인 입법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심사는 헌법 제35조 제1항에서 '환경권'을 독자적 기본권으로 규정함과 아울러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한다"며 "이 사건에서 헌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제도적 실효성에 중점을 두고 심리했다"고 덧붙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