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측 "정책 실패 후 기간 연기…20년 계획도 부존재"
정부 측 "파리협정 따라 시행…2010년부터 노력"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송이 첫 심리에 들어갔다. 아시아 최초로 2020년 소위 '기후소송'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의 첫 헌법소원 청구가 이뤄진 이후 4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등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탄소중립 등을 위해 정한 원칙 등 감축 목표가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시행령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유효하고 적절한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최근 스위스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불충분해서 스위스 여성 노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선고했다"며 "이에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재판부도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가 철회 후 재발의한 것이 적법했다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1명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2024.03.28 mironj19@newspim.com |
◆ "정부, 감축 실패 후 기간 미뤄" vs "5년마다 목표 제출"
청구인 측은 "이 사건의 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데, 2030년까지의 연도별·부문별 목표만 있고 2031~2042년의 계획은 아예 없다"며 "연도별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연도별 감축목표 실패 시 이를 반영한 감축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정부는 2020년 감축목표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방기한 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청구인 측은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에서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억4300만톤으로 규정했으나, 2016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집행 기간을 2030년으로 미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 측은 "파리협정은 헌법 6조에 의해서 법률적으로 규정돼 있고, 파리협정에 따라 5년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가 비전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상황에서 중장기라는 체크포인트를 정해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헌법 제6조는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각 국가에서 자발적으로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말한다.
아울러 정부 측은 "파리협정은 5년마다 자발적으로 NDC를 설정해 제출하도록 하고 개별 국가가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해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제재적 규정으로 오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감축 이행은 2년마다 국제사회에 제출하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이고 국가신임도에도 영향을 준다"며 "정부는 감축 이행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미래 세대에 책임 넘겨" vs "2010년부터 자발적 목표 세우고 노력"
청구인 측은 또 현재 감축 계획이 미래 세대에 책임감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은 "이 사건의 기본계획은 2023~2027년 5년의 누적 감축량이 4890만톤인데 비해, 2028~2030년 3년의 누적 감축량이 1억4840만톤이다"라며 "감축이 쉬운 초기에 감축을 적게 해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도 의견서를 통해 "현세대 부담을 줄이는 것에 급급해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이후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채 미래세대에 미루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 측은 "정부는 2010년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가 아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국가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목표를 세웠고, 정책 대부분은 2010년부터 시행됐다"며 "정책 효과는 굉장히 늦게 나타나는데 2018년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점을 보면, 기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력해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구인 측이 실패라고 하는 부분들은 정부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이러한 부분은 평가의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부 측은 "예를 들어 감축 목표를 43%로 세워놓고 40%를 이행하는 경우와 40%를 목표로 세우고 43%를 이행하는 경우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조치는 당연히 현재와 앞으로 자라날 세대를 포함한 개념으로, 인위적으로 나누는 부분은 조심스럽다"고 주장했다.
◆ "재생에너지 세계 꼴찌 수준" vs "당장 감축은 오히려 기본권 침해"
청구인 측은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대폭 감소가 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우리나라의 2021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의 87%는 에너지 부문으로, 여기서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의 핵심"이라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지난해 연간발전량(588TWh) 대비 시장잠재력 1.6배, 기술적잠재력 16배로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OECD와 인도, 중국 등 주요 40개국의 재생에너지 평균 발전 비중은 53.6%"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9.3%로 세계 꼴찌 수준으로, 이는 잘못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설치 시간은 거의 들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아주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해상 풍력의 지나치게 인허가가 복잡한 부분 등은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 측은 "즉각적인 감축 수단 부분은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것으로, 석탄 발전을 당장 줄이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인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에너지가 공급돼야 하는 게 현실인데, 우리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당장 이행가능한 수단이라는 표현은 조금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부 측은 "청구인 측에서 주장한 태양광 등은 설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송전선 설치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도 감안해야 한다"며 "또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태양이 비치는 이런 부분 등은 평가가 다를 수 있고 기술적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한 확인과 기술발전, 적용시간 등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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