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채 투자 매력은
남미 지역 채권 인기몰이
엔 캐리 청산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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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월가는 다양한 채권 투자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 지방채부터 남미 지역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까지 기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베팅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금리 인하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타는 시나리오를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피벗(pivot, 정책 전환)이 마침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 경제가 크게 둔화되면서 2025년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 경우 채권 투자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월가는 설명한다.
하트포드 슈로더스 코어 채권 펀드의 닐 수더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2024년 말까지 두 차례의 금리 인하 전망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 미국 경제 성장이 큰 폭으로 둔화되면 연준이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에 빠져든 데 이어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 역시 앞으로 6~12개월 사이 상당폭 꺾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미 현지 통화 표시 채권 펀드 자금 동향 [자료=블룸버그] |
다만,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서 확인된 데이터에 따르면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2025년 9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3.75~4.00%까지 인하될 가능성을 19%로 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연 5.5~6.0%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강조한다.
채권 가격 상승을 겨냥한 베팅부터 장기 자금을 고수익률에 묶어 두려는 전략까지 기대 수익률이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연준] |
블랙록이 출시한 미국 장기물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인 TLT(아이셰어 20+ Year Tresury Bond ETF)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규 자금이 밀물을 이루는 가운데 TLT는 최근 1개월 사이 4.66%의 수익률을 냈다. 지난 2020년 7월 171.00달러에 거래됐던 TLT가 추세적인 하락을 연출하며 8월28일(현지시각) 97.85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단기 수익률에서는 뚜렷한 턴어라운드가 확인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TLT가 만기 20년 이상 장기물 국채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사이클에 더욱 투자 매력이 크다고 말한다.
단기물 국채에 비해 수익률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듀레이션이 긴 장기물의 특성상 수익률 변동에 대한 가격 민감도는 단기물보다 크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초 이후 TLT에 유입된 투자 자금은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늦추는 동안에도 뭉칫돈이 밀려들면서 TLT는 뱅가드 토탈 인터내셔널 본드 ETF(BNDX)를 제치고 미국 채권 ETF 3위에 올랐다.
이 밖에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전략으로도 TLT가 효과적이라고 월가는 입을 모은다.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알트페스트 퍼스널 웰스 매니지먼트의 루이스 알트페스트 대표는 고객들에게 미국 지방채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은행 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에 연동하며 단기간에 변동하기 때문에 인컴 투자자들에게 이자율 하락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데 반해 지방채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연방 정부 세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지방채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미국 국채가 제공하는 쿠폰 금리는 전적으로 연방 정부의 세수에 연동하지만 주정부나 시의 세수와는 무관하다.
아울러 일부 지방채는 투자 수익률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미국 지방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아이셰어 미국 지방채 ETF(MUB)로, 총 운용 자산이 387억달러를 웃돈다. 펀드는 2024년 초 이후 1.34%의 수익률을 올렸다.
2024년 초 이후 운용 성적이 가장 높은 상품은 자산 규모 약 7억달러의 퍼스트 트러스트 지방채 하이 인컴 ETF(FMHI)로, 5.30%의 수익률을 냈다.
남미 지역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 역시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특히 멕시코와 칠레, 페루의 채권 상승 모멘텀이 두드러진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 역시 유동성 이탈 없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도 남미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자극한다는 해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채권은 8월 초 이후 1.9%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특히 브라질과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의 지방 정부채가 강세 흐름을 탔다.
콜롬비아와 페루 지방 정부채는 평균 3%에 달하는 수익률을 창출했다.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상승 흐름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UBS도 한 목소리를 냈다. 대다수의 남미 신흥국이 금리 인하를 추가로 시행할 여지가 높은 만큼 해당 국가의 채권이 상승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특히 멕시코 중앙은행이 2024년 초 이후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10.75%로 내린 데 이어 통화 완화 정책을 추가로 시행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밴엑의 에릭 파인 신흥국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멕시코 페소화가 6월 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13% 급락한 데 따라 해당 국채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도 남미 지역 채권이 강세 흐름을 보이며 투자 자금을 흡수한 데 대해 '서프라이즈'라는 반응을 보였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