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내년부터 학교에서 사용될 역사 교과서 출판사 중 한 곳인 한국학력평가원의 집필진이 기존 역사 교과서에 대해 "편파적", "민주화 세력이 좌편향된 교육을 학생에게 심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학력평가원의 집필진 중 한 명인 이병철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2022년 8월 26일 역사 연구재단 제7차 학술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의 집필진 중 한 명인 이병철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2022년 8월 26일 역사 연구재단 제7차 학술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사진=역사연구재단] |
당시 세미나 자료를 보면 이 교사는 "한국사의 어느 시대보다 현대사만큼은 방송 기획자와 대중 역사가의 편향된 의식이 현저하게 보인다"라며 "대중 역사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에 관해서는 거의 융단폭격 하듯 비난하는 것이 다수"라고 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점은 좌파 성향 인물들이 수십 년간 방송 미디어에 진출해 각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방송 미디어를 통해 좌편향된 교육을 학생에게 심어 대한민국의 국가관과 자유 시장 체제를 뒤엎고 좌파 중심의 국가 주도 체제를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교수(당시 숭의여고 역사 교사)는 2022년 9월 23일 역사 연구재단 제8차 학술 세미나에서 "자유당 정부와 군인 정부 시절의 정책에 의해 민간인이 다치거나 죽게 된 아픈 과거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 난 한국사 교과서"라고 했다.
이 세미나 자료를 보면 배 교수는 "일본에 의한 손해나 피해는 실제보다 더 과장하여 드러내며 청(중국)의 경우는 그 반대"라며 "구한말뿐이 아니라 이는 한국사 근현대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서술 원칙. 이를 편파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편파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한국사 교과서 서술은 역사 서술이라기보다 자기 연민의 소설"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일제의 지배 정책은 사실상 착취라기보다는 동화가 그 본질"이라며 "진정한 착취와 수탈 관계는 일제 시대의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라기 보다 그 이전 19세기 조선 사회 속 양반과 농민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한국학력평가원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교수가 2022년 9월 23일 역사 연구재단 제8차 학술 세미나에서 서술한 내용. [사진=역사연구재단] |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배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내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다"라며 "교과서 집필은 검정 기준에 맞추어 집필하게 돼 있고, 그에 따라서 집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과 달리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친일과 이승만 독재 등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역사 속 인물의 친일 행각에 대해 '이들이 왜 친일하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는 활동을 넣고 이승만 정권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일제의 불법적 주권 침탈과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경술국치일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서서 독립운동의 혼을 부정하더니, 오늘은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뉴라이트에 물들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일제에 협력한 친일 지식인들과 일제 치하에서 자치권 획득을 주장한 자치론자들이 친일 행보를 걸었던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되묻는 표현을 기술함으로써 친일 행적을 일부 정당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