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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문기자 최헌규의 리얼차이나] <45> 구채구 보고나면 장가계 황산이 저 아래

기사입력 : 2024년09월06일 10:09

최종수정 : 2024년09월06일 10:09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옛 촉한의 무대였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일대는 인문 자연 경관을 통틀어 관광 명소가 손꼽을 수 없이 많다. 한 곳 한 곳이 모두 그냥 지나치기 힘든 빼어난 관광 명소다. 그중에서도 청두 북쪽 고원지대, 즉 아바장주창주(阿坝藏族羌族,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는 쓰촨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 교통은 청두 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버스 승용차 항공 철도를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항공과 철도의 경우 공항과 기차 역에서 내려 풍경구까지 버스나 택시로 다시 한시간 반 정도 이동해야 한다. 청두에서 부터 일반 차량으로 이동하게 되면 높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9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청두 동역에서 현재의 종점인 아바장족강족자치주 숭판현의 전장관(镇江关) 역 까지는 운행시간이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쓰촨(청두) ~ 칭하이 간 기차 노선은 후진타오 시대 개통한 허세호(조화) 둥처(动车) 고속철로서 시속 200킬로 미터로 주행하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서남부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구채구 장하이 호수.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중국 고속철은 시진핑 시대들어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둥성 홍콩 등 주요 경제 대 도시 중심으로 부흥호가 본격 투입돼 상용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속 350킬로 미터로 운행한다. 중국에선 흔히 시속 200킬로미터의 고속철은 둥처(动车), 시속 350킬로미터는 까오톄(高铁, 고속철)이라고 부른다.

고원의 고속철, 전장관 일대 관광지도 바꿔

현재 쓰촨~칭하이 기차노선은 이곳 전장관 역 까지만 연결돼 있고, 2024년 여름 현재 전장관에서 다시 북쪽을 향해 숭판역과 황룡과 구채구 역, 황성관 역으로 이어지는 철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전장관은 인근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로 접근하기 위한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전장관 역에서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는 차량으로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로 가는 교통 거점  전장관 역.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로 이동하는 교통 수단 쓰촨 ~ 칭하이성 기차 노선도. 사진= 중국 독자 제공.  2024.09.05 chk@newspim.com

전장관 역에서 쓰촨성 관광명소인 황룡 풍경구로 이동하는 도중에 옛날 마오쩌둥이 이끈 홍군 대장정 기념 광장이 눈에 띄었다. 2024년 6월 말 이 부근을 지나는데 군인들이 빨간색 기념탑 앞에서 무슨 기념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장시(江西)성 루이진(瑞金)을 출발해 대장정에 오른 중국 공산당은 험준한 산과 강, 고원지대와 설산을 통과하면서 사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바장족강족자치주 고원지대 어디를 가나 도로변에는 공산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인민들을 계몽하는 구호가 새빨간 색의 대형 입간판에 새겨져 있었다. 쓰촨 탐방 취재단이 황룡 풍경구에 거의 도달했을 때 '도농 융합발전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부자가 되자" 는 공동 부유 구호 선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공산당이 사회주의의 궁극적 목표로 꼽는 공동부유는 요즘 공산당의 중국 사회에 있어 시대정신과 같은 것이다. 중국 당국은 비록 느리지만 온 사회가 사회주의의 본질인 공동부유를 향해 매진해야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약 10년후 2035년에는 선진국 문턱에 발을 걸친다는게 중국의 국가비전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관광 명소 황룡을 찾은 유커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황룡과 구채구 풍경구는 해발고도 2500미터 ~4000미터 지대에 분포한다. 특히 지대가 더 높은 황룡 풍경구에서는 고산반응에 민감한 여행객의 경우 산소통을 준비해야한다. 공기(산소)는 한 깡통에 중국 돈 25위안, 우리 돈으로 약 5000원에 판매된다.

쓰촨성 여행의 명소로 이름난 황룡은 말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와 같은 풍경이다. 황룡 풍경구에서도 특히 다섯 색깔 무지개를 뜻하는 오채구 연못은 유커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고원 관광지로 꼽힌다.

짙은 청록색 녹음과 검회색의 전통 기와 건물, 연한 하늘색 오채구 연못이 신비스런 조화를 연출한다. 유커(游客, 여행객)들은 엷은 하늘색 에메럴드 빛깔을 비롯한 영롱한 무지개 색깔의 연못을 바라보면서 마음껏 원시림의 비경에 도취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 야산에 도시와 농촌 공동 부유를 선전하는 입간판 광고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쓰촨에서 엿들은 고시 '강족의 피리소리'

아바장족강족자치주에서 먼저 황룡을 보고 난뒤에는 구채구로 이동한다. 구채구는 물경치의 제왕으로 불린다. 경내에는 숱한 계단식 대소형 호수와 17개에 달하는 고산 호수 폭포가 분포해 있다. 주변산림과 멀리 설산이 호수 뒤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선계와 같은 비경을 자아낸다.

구채구 풍경구는 행정구역상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 구채구현에 속해 있다. 구채구현 일대에는 소수민족인 장족과 강족들이 주로 거주한다. 이들 장족과 강족들은 각자 고유한 종교 관습 생활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아바자치주에서 강족에 대해 묻자 동행한 중국 사람은 강족은 서북방 일대에 많이 거주했던 민족으로 당나라 왕지환의 양주사(凉州词)라는 고시에도 등장한다며 그 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황하는 저 멀리 흰구름 사이로 흘러들고
외로운 성하나 높은 산속에 우뚝 솟아있네
강족의 피리소리에 뉜들 봄이 늦는다고 탓하랴
봄 바람은 아직 옥문관 밖까지 불어오지 못했다네

黄河远上白云间 一片孤城万仞山
羌笛何须怨杨柳 春风不度玉门关

옥문관은 중국 간쑤성 둔황 서북쪽에 있는 서역을 오가는 관문이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자락인 자위관(가욕관)보다도 훨씬 서쪽에 있다. 시는 오래 고향을 찾지못하는 변방을 지키는 병사들의 고단한 정회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래전 고교 과정에선가 이와 비슷한 한시를 배웠던 것 같은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 구채구 풍경구의 에메럴드 빛깔 연못앞에 유커들이 몰려 있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구채구가 품은 보석 진주탄 폭포

'에메럴드빛 연한 하늘색과 짙은 남색, 흰색과 담황색, 청옥을 닮은 진한 청색에 하얀색 까지.' 해발 3000미터 쓰촨성 지우자이거우(九寨沟, 구채구)의 창하이(長海) 호수는 시원의 세계다. 형형색색의 영롱한 자연의 색깔로 신비스런 자태를 뽐낸다. 선계의 색깔을 품은 호수에 유커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아홉개의 장족 마을로 이뤄진 구채구 고산지대 100여 개의 호수들은 각기 고유한 모습으로 태고의 신비를 발산한다. 바위와 잡석 고원의 하늘과 햇볕이 물의 색깔을 빚어낸다. 그림속 몽환의 세계와 같다. 카스트지형 고원의 석회질은 청옥 빛깔의 원시 비경을 연출한다.

파란 하늘과 짙은 녹색 수림, 먼 설산을 배경으로 바다처럼 펼쳐진 구채구 창하이 호수. 이런걸 녹수청산이라고 하는 걸까. 남색 하늘을 품은 호수의 빛깔은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코발트 블루다.

이어지는 진주탄 폭포는 구채구가 품은 보석이다. 진주탄 폭포는 하늘에서 구슬이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구름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천상에서 흘러 내린다. 구채구 여행객들은 맑고 영롱한 물방울이 빚어내는 원시 폭포의 비경에 취해 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구채구 풍경구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진주탄 폭포.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진주탄 폭포를 뒤로하고 숲길을 걷는데 어디서 이동해온 듯한 거대한 자연석이 눈에 띄고 그 앞에 관광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기자는 2007년에도 구채구를 방문했는데 그 당시엔 볼수 없었던 산속의 자연 구조물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관광 안내판에 '8.8석'이라는 제목이 장족 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다. 안내판에는 2017년 8월 8일 진도 7의 지진으로 산채가 붕괴되면서 해발 2600킬로 지대에서 굴러내려온 거석이라고 적혀있었다.

'8.8석' 설명문은 거석의 무게가 522톤이라고 소개한뒤 2017년의 지진은 구채구의 일부 산세와 지형을 바꿨다며 대자연 앞에 인간은 경외심과 함께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적어놓고 있었다.

장족마을에서 만난 마오쩌둥과 부처

구채구를 포함한 아바장족강족 자치주에는 어디를 가나 오색 깃발이 펄럭인다. 마을 어귀 동구밖이나 구릉과 산중턱 마다 나부끼는 오색 깃발은 티벳트 장족들의 생활 구역임을 말해주는 상징물이다. 붉은 색과 흰색 황색 남색 녹색으로 알록달록한 오색 깃발은 각각 태양과 구름, 대지(땅), 하늘, 숲을 뜻한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장족 마을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장족인들의 신앙을 표시하는 오색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9.05 chk@newspim.com

장족들에게 있어 오색기는 대자연과 교감의 수단이며 오색기를 내거는 것은 자연에 대한 숭배의 의식이다. 그들은 오색기를 쳐다보면서 자연에 순응하고 감사해하며 경건한 태도를 지니고 살아간다.

구채구 경관을 다 즐기고 나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오색 깃발의 마을 장족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것도 아바자치주 여행의 팁이다. 기자는 구채구 풍경구 참관을 마친뒤 오색깃발이 걸린 구채구현 중차(中査)촌 마을의 한 장족 가옥을 찾았다.

마당에는 한켠에 장족 양식의 백옥탑이 설치돼 있고 향을 피운 흔적이 보인다. 거실로 들어가는 현관문 입구 왼쪽에는 마오쩌둥 초상화, 오른편 기둥에는 '당원의 집' 빨간 표찰이 붙어있다.

초로의 집주인은 집 마당의 백옥탑에 향초를 피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소개한뒤 장족 사람들이 외부 손님을 맞는 예법에 따라 방문객을 거실로 안내했다. 부인과 함께 칭커(青稞, 청보리)차와 청보리 빵, 삶은 감자를 내놓고 장족의 생활에 대해 들려줬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아바장족강족자치주의 한 장족 가정 거실에 대형 마오쩌둥 초상화가 걸려있다. 사진=뉴스핌 촬영.2024.09.05 chk@newspim.com

노인은 5무(1무는 약 200평)의 밭에 청보리와 감자를 심는다고 했다. 농사 일 외에 외부 여행객들을 상대로 부수입도 올린다. 노인은 경제 수입보다는 만족함을 알고 언제나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비해 쓰촨성 청두 사람들의 생활 템포가 느린 편이었는데, 같은 쓰촨성인 아바장족강족자치주 구채구현의 장족 사람들을 대하니 생활 모든 면에서 청두 사람들보다 훨씬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도회지 사람들은 걸음이 빠르고 매사를 서두르는 편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게되면 삶이 훨씬 가볍고 즐거워지는게 아닐까요." 노인은 장족 사람들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현관문에 붙어있는 '당원의 집'이라는 문패에 대해 연유를 묻자 노인은 아들이 공산당원이라고 소개했다. 집안 거실에는 현관문 밖에 걸린 것 보다 더 큰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장식돼 있었다. 장족 사람들은 누구나 공산당의 상징인 마오쩌둥과 부처(장족 불교)를 숭배한다고 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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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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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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