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대비 압도적 1위, 지난해 5조원 넘어
중소기업 대출 및 예적금 집중에 '착시현상' 해명
불법행위인 '꺾기'는 근절, 의심거래 대책도 마련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의 '꺾기의심거래' 규모가 최근 5년간 2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 대비 최소 2.7배에서 최대 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다. 대출을 조건으로 금융상품 '강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특화 은행 특성상 이들의 대출과 예적금이 집중되며 발생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불법행위인 '꺾기' 자체는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나치게 큰 의심거래 규모에 대해서는 실효성있는 감축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9.06 peterbreak22@newspim.com |
6일 금융당국과 각 은행, 그리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을 통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간 기업은행 꺾기의심거래 규모는 2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KB국민은행 7조7344억원 대비 2.7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준이며 국민·하나·우리·신한·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전체 합산인 26조원과 비교해도 8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특히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서민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골목상권의 고통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에만 5조3000억원 꺾기의심거래가 발생,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꺾기의심거래 규모가 5조원은 물론, 4조원 이상을 기록한 건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꺾기란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등 금융상품을 가입(판매)을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를 의미한다. 은행법에서는 차주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금융상품의 월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 1%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주가 9월 1일 대출을 받았다면 8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의 금융상품 상품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전산상으로 해당 기간동안 상품판매 자체를 차단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고 위반 시 제재를 받기 때문에 현재 꺾기 자체는 사실상 근절된 상황이다.
꺾기의심은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이 아닌 2개월 이내 금융상품을 판매한 경우를 의미한다. 은행법상 불법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를 받는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상담 과정에서 은행들이 기간 조정을 통한 상품 판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규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의 꺾기의심거래가 도마위에 오르는 이유다.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이 높은 은행 특성상 법인사업자들의 예적금 가입 및 대출 신청 건수가 많기 때문에 의심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기대출 잔액은 240조9000억원으로 국내 전체 중기대출의 23%를 차지한다. 워낙 많은 중기 여수신이 집중되고 또한 이들에게 우대금리 등 혜택이 많기 때문에 대출과 금융상품 가입이 동시에 몰리며 꺾기의심거래도 증가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법에서 규정한 꺾기거래는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다만 그 기간 이상을 벗어나는 고객의 예적금 가입은 일종의 선택권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지난해 의심거래 중 63%는 만기도래 상품을 재예치(재가입)한 것이기에 은행이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주요 시중은행 대비 최소 2.7배에서 최대 5배에 달하는 막대한 꺾기의심거래가 발생한 부분은 내부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은행측은 "현재 꺾기거래의심 가입 실적은 경영평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점에서 의심거래를 권유할 유인이 없다"며 "영업점 업무지도와 상시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실효성있는 추가 개선방안을 마련해 감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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