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이겨낼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
'바둑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솔직한 속내를 공개했다. 57개월 연속 왕좌를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그는 지난 8월에만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과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등 2차례 정상에 올랐다.
밝은 모습을 보인 신진서 9단은 "작년에 굉장히 큰 아픔이었던 란커배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올 시즌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해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굉장히 저한테 중요한 시험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은 올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인터뷰에 나선 신진서 9단. [사진= 한국기원] 2024.09.10 fineview@newspim.com |
신진서는 "2016년부터 한 2~3년간의 슬럼프가 제일 힘들었다. 생각도 어렸고 나이도 어렸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떻게 넘겼다고 말씀드리기가 힘들 정도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냥 이제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까 넘기게 됐던 것 같다"라며 지금의 자신에 대해선 "이겨낼수 있을 만큼 성숙해 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냥 하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 선수나 위인들 명언들이 있지만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냥 했던 것이 중요했던 것같다. 터닝포인트가 있던 게 아니라 그냥 했던 것이 영광스런 순간을 찾아오는 순간이 된 것 같다"라고 공개했다.
신진서는 사상 최초로 상금 15억 돌파에도 도전한다. 현재까지 13억4069만8200원을 기록한 신진서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연간 최다상금 기록(14억7961만7514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진서서는 "농심배 이후에 세계 대회에서도 굉장히 좀 많이 아쉬웠지만 국내 대회에서도 좀 몇 차례 패배가 있었다. 하지만 패배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삼성화재배에서 운이 안 따라준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운 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가장 기쁜 순간에 대해선 "우승했던 순간과 함께 묘수를 찾았을때다"라며 AI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신진서는 "AI가 보지 못한 수를 보았을 때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그런 수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바둑의 매력이다"라며 "완벽하다고 하는 AI도 아직까지 찾지 못할 정도로 바둑은 많은 수가 있다. 바둑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임이다. 저도 이제 수를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수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신진서는 "AI가 바둑계에 영향을 많이 줬다. 긍정적으로 볼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엔 형세를 볼 수 없고 지금은 한수 한수 역동적으로 볼 수 있다"라며 "8년전 알파고와 다시 승부를 한다면 승부 예측은 큰 의미가 없지만 3승까지는 할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신진서 9단 기자회견 전경. [사진= 한국기원] 2024.09.10 fineview@newspim.com |
알파고는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기록,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후 알파고는 중국 1인자 커제를 상대로 완승하기도 했다.
한국 홍맑은샘 4단의 제자인 이치키리 료가 한국식 교육을 받고 이치키리 료가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에 대해선 "이치기리 료는 응씨배서 우승할수 있었던 점은 뼈를 깎는 노력일 것이다. 불리한 제한 시간을 이겨낸 점도 중요하다. 또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기력이 더 발전해 재미있을 것이다"라며 "당분간은 한국과 중국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한국 기사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일본은 이치키리 료의 우승으로 19년 5개월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의미있고 좋은 일에 참여하려 한다"라며 "물론 시합이 우선이다. 외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세계대회 기록을 경신하면 뿌듯하고 노력하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바둑을 혼자서 지탱하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신진서는 침체기의 한국 바둑계를 위해 최근 첫 에세이집 '대국: 기본에서 최선으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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