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나 폐지 등 대체 법안 국회 통과하지 않으면 내년 법 자동 시행 돼
"유예, 폐지에 공감대 형성…추가 의견 수렴 없고 이 대표 결단만 남아 "
결정 미루면 시장 불확실성 계속…증시 우선 살리자는 명분도 약해져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의 과세 표준을 통일시키기 위해 추진됐으며 금융투자로 연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얻은 투자자에게 20%(3억 원 이상은 2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세제다. 2020년 말 금투세 신설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2023년 시행)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2022년 말 한 차례 개정돼 유예를 거쳐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이 폐지 법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거나 유예에 대한 새로운 개정안 등 대체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한 금투세는 내년 자동 시행된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본인을 비롯해 박찬대 원내 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이미 수차례 내년 시행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만큼 주된 기류는 시행 보다 유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근 금투세 정책토론회(9월 24일)와 정책의총(10월 4일)에서 일부 보완을 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당론 결정을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2024.10.04 leehs@newspim.com |
민주당 지도부의 관계자들은 17일 "일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도부 일원들은 유예 혹은 폐지 쪽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를 모았다"며 "지도부 내의 의견 수렴은 추가로 없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의 결단만 남았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전당대회 이후 유예와 함께 제안했던 '완화 후 시행' 방안에 대해선 여당 반대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가 여당과 합의하지 못하면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된다"며 "이렇게 되면 금투세 시행에 따른 부담은 오로지 민주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유예론이 다수인데 이럴 경우에 민주당의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진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폐지론이 나온 것은 지난달 말 5선 중진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제기하면서부터다. 정 의원이 친명계 좌장인데다 금투세를 2년이나 3년 유예하더라도 차기 대선이나 총선 등에서 또다시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승리를 의미하는 재집권 이후 재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이같은 주장을 한 배경은 지난달 24일 '끝장토론'을 내걸고 했던 공개 '정책토론회' 이후 유예론 못지 않게 '시행론'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내 분란이 더 확대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내 금투세 '시행론자'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과세 형평 제고를 위해 금투세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것이 민주당의 정체성과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유예론자들도 시행 자체에는 원론적으로 이견이 없으나 경쟁국 대비 저평가된 국내 증시 상황 등을 고려해 '증시 체력'을 살린 후 도입하자고 '현실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토론회는 열리기 전부터 한 토론참석자의 "이번 토론은 역할극의 일부일 뿐이다"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언급과 토론과정에서 시행팀으로 나섰던 의원의 '대한민국 인버스 투자' 발언 등으로 논란이 확대됐다. 당장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민주당의 금투세 시행론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당내 뿐만 아니라 여론까지도 찬반 양론으로 극명하게 갈라지면서 예정됐던 정책 의원총회 날짜가 애초 9월 말에서 한달 이후인 10월 말로 밀렸다가 다시 10월 4일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4일 정책의총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당 지도부에 일임한다"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봉합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낸 지도부 의원들도 많았다"며 "금투세를 단순히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 지표를 따져서 금투세 재도입 기준을 제시하거나, 주식시장 투명성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약속하는 등의 조건을 다는 식의 '조건부 폐지'"라고 말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금투세 폐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차별화하는 차원이다.
당 안팎에서는 금투세 당론 결정이 늦어지자 10.16 재보궐선거,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당력 집중으로 금투세 논의가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근 당이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금투세와 당 지지도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점도 이 대표가 당론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금투세와 관련된 민주당내 논의는 지난달 이후 크게 변한 것 없다. 금투세와 관련한 유예론 못지않게 시행론에 대한 반발이 작지 않아 결정을 서둘러 '정치적으로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인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한 가지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유예이든 폐지이든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는 순간까지 시장은 이를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쟁국에 비해 저평가된 증시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받아들이는 '금투세 시행'에 대한 민감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내 유예나 폐지 주장이 주식 시장을 우선 살려 놓자는 '현실론'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이같은 '현실론'의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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