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순위 청약 규제 개선 의지…지역·주택유무 등 제한 검토
"자격 제한둬도 경쟁률 소폭 줄어들 뿐 시장 영향 크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는 '사후 접수 무순위 청약 제도'에 대해 정부 개선을 예고한 가운데 줍줍 열기가 가라앉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구상하는 개선안은 규제 완화 이전처럼 지역과 주택 유무로 자격을 제한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전매 기간을 강화하거나 '우선 넣고 보자'는 식의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청약 신청 시 계약금의 성격으로 증거금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다만 수요자들이 쏠리는 직접적인 요인인 시세차익을 해소할 수 없어 경쟁률은 줄어들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결국 '로또 청약'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지방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상급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고 쓸데없는 시장 간섭 효과만 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하면서 열기가 가라앉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김보나 인턴기자] |
◆ 정부 무순위 청약 규제 개선 의지…지역·주택유무 등 제한 검토
정부는 규제 완화로 무순위 청약 접근이 쉬워져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수요가 급증하며 과열 양상이 벌어지자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이나 동탄 등 일부 인기 지역에서 나오는 무순위 물량에는 전국에서 수만 명의 수요자들이 몰렸고 청약홈이 마비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특별 공급, 1순위 청약, 2순위 청약이 모두 마감된 이후 부적격 당첨자 등 계약 취소 물량이나 입주 이후 해약 등으로 발생한 미계약 물량에 대해 청약 순위와 상관없이 따로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크게 '사후 접수 무순위 청약'과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 청약'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통상 '줍줍'이라고 표현하는 무순위 청약이 바로 '사후 접수 무순위 청약'이다. 주택 소유 여부와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아무나 청약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줍줍'이란 말이 붙은 것은 이처럼 청약 자격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식 공고에서 주택형별 공급 가구 수보다 신청자가 많거나 같았을 경우에는 계약 이후 잔여 가구에 대해 공개 모집으로 입주자를 다시 선정한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동일 주택 당첨자만 아니면 신청하는 데 제한이 없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5월까지만 해도 사후 접수 무순위 청약 대상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였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침체기가 오면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지역과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전국 성인이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 청약'은 청약 당첨자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서 계약이 취소된 잔여 물량의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법이다. 당첨자가 전매 제한을 어겼거나 청약통장을 양도하는 등 공급 질서를 교란한 경우가 대표적인 불법 행위다.
역시 청약통장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유형별 신청 자격을 갖춰야 한다. 계약 취소된 물량인 일반 공급이었다면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신청이 가능하다. 특별 공급이었다면 당초 공급된 유형(신혼부부, 다자녀 등) 자격을 갖춘 무주택자만 자격을 갖게 된다.
당초 주택 미분양 해소를 위해 도입된 것이 무순위 청약 제도지만 이는 최근 약 5년간 집값과 분양가 급등으로 인해 지금의 '줍줍' 현상이 만들어지게 됐다. 2021년부터 2년여 간 이미 크게 오른 집값이 집값 급등기 이전으로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2018~2019년에 분양했던 단지들이 사후 접수 무순위 물량으로 나오면서 분양 당시 가격으로 청약이 가능해진 것. 당첨될 경우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사후 접수 무순위 청약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들어 공사비가 급상승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이에 정부는 지역 제한을 부활시키고 유주택자에 대해서는 청약을 금지하는 방안 등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규제를 완화하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전매 제한 기간을 더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약 증거금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거금은 주식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구매하기 위해 증권사에 계약금 형태로 내는 돈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식을 청약 시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선 넣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청약은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자격 제한 둬도 경쟁률 소폭 줄어들 뿐 시장 영향 크지 않을 것"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편이 줍줍으로 얻는 이익을 차단할 수 없는 만큼 효과가 회의적인 제도 개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세차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이 '로또 청약'이란 인식은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다. 자격에 제한을 두더라도 경쟁률만 줄어들 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이)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전국 단위에서 지역이 한정되면서 과열됐던 열기를 좀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3구나 수도권, 지방의 온도 차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등을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최근 대출에 대해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눈다고 한 것처럼 지방으로 수요가 갈 수 있도록 제한을 덜 둔다는 식으로 하면 수요 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분양 주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주택자의 무순위 청약을 제한할 경우 지방 미분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별로 상황에 맞게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인가 고민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과도 불확실한데 정부의 시장 간섭은 강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로 인해 수요자들은 물론 부동산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변동되기 직전 분양한 단지가 집값이 오르는 시점에 무순위 물량으로 나오면서 시기적으로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시세차익이 커진 것일 뿐"이라며 "무순위 청약으로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물량들도 이제 나오기 시작할 것인데 정부가 너무 현 상황에만 몰두해 제도를 손질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세차익 현상을 막기 어려운 만큼 지방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상급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을 받으려면 서울 거주 기간이 있어야 하는데 무순위 청약마저 막아버리면 결국 갈아타기할 때는 서울로 이사를 가서 일정 기간 살거나 구축으로 들어가는 방법 말고 없다"면서 "물량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무순위 청약에 자격 제한을 걸어야 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