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바람의 파이터' 김판곤 울산 감독은 1일 K리그1 36라운드 강원과 홈경기에서 2-1로 이겨 우승을 확정했다. 1996년 겨울 무거운 마음과 아쉬움을 곱씹으며 울산 유니폼을 벗었던 김 감독은 28년 만에 친정팀 사령탑으로 돌아와 치열한 '도장 깨기'에 성공하고 울산의 K리그1 3연패를 달성했다. 1996년 선수로, 28년이 지난 2024년에는 사령탑으로 울산의 우승을 맛봤다.
울산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라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K리그1 2연패를 지휘한 사령탑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김판곤 감독이 1일 K리그1 36라운드 강원과 홈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빠르게 후임 사령탑 선임에 나선 울산은 지난 7월 28일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지휘했던 김판곤 감독을 후임 지도자로 선택하며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김 감독은 '신뢰·실리 축구'를 앞세워 사령탑 교체의 악재를 수습했다.
김 감독은 1992년 울산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울산에서 현역 시절을 보내며 1996년 울산의 정규리그 첫 우승을 함께 했다. 2000년 홍콩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다 2005년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수석 코치로 부임했고, 이듬해 감독 대행을 맡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8년 12월 홍콩으로 다시 떠나 홍콩 대표팀과 홍콩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도하다가 2018년 1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맡기도 했다.
2022년 1월 대한축구협회를 떠나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은 '친정팀' 울산의 러브콜을 받고 K리그 무대로 복귀, 울산의 정규리그 3연패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자로서 K리그에 배고픔과 갈증이 있었지만 먼저 오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고, 때를 기다렸다. 이제 그때가 와서 응답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역 시절 별명인 '바람의 파이터'를 언급하며 "무도가 최배달의 일대기처럼 '도장 깨기'를 하는 게 처음 지도자를 시작할 때의 심정이었다. 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을 안다. 도장 깨기의 심정으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이 팀을 맡을 당시 울산은 2연패를 당하면서 리그 순위도 올 시즌 가장 낮은 4위로 추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의 선택은 '홍명보 그림자' 지우기가 아닌 선수들이 그동안 잘해왔던 것을 찾아내 칭찬하고 신뢰하며 선수들의 각성을 유도했다. 여기에 능동적인 공격과 주도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고 통제하며 승리를 따내는 전술을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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