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보안법 제정 절차 가속화 전망
해리스, 트럼프 바이오 육성 전략 달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규제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각 후보의 산업 육성 기조가 일부 달라 기회와 도전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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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생물보안법' 제정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오 기업 규제를 겨냥한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통과했다. 현재 상원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았다. 다만 중국 기업의 로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KIET)이 최근 발간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리포트를 보면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기조는 자국을 보호한다는 생물보안법의 취지와 일치한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바이오·기술 제조 공급망 자강화 추진을 내세울 것으로 봤다. 생물보안법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보안 등급을 자체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약 개발을 위해 중국 기업과 협업할 경우 법적 분쟁 등 불필요한 위협을 회피하도록 사전에 검토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필수의약품 탈중국화를 선언하고 자국 기업 우선 지원 방침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품의 중국 수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4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필수의약품 및 의료기기 국내 생산을 촉진해 '미국산' 제품 구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현지 위탁생산개발(CDMO) 시설 생산 의약품의 미국 내 유통 우선권 요구 가능성에 대한 협상력 제고와 논리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바이오 기업에 크게 의존해왔다. 미국 바이오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24개 기업 중 75%가 전임상·임상을 위해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었으며 30%는 의약품 제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중국 바이오 기업의 입지가 약화되면 오히러 국내 바이오 기업에 수혜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실제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규제기관 누적 승인 건수가 326건을 돌파했으며 17개의 빅파마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최근 수주 문의가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CDMO 업계 관계자는 "생물보안법이 이미 미국 하원을 통과했고 대선 이후 연말에 최종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양당 모두 해당 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트럼프 후보 또한 과거 대통령 시절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기조를 보인 바 있어 대선 결과에 상관 없이 국내 기업의 수혜는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또한 최근 '미국 대선 향방, 우리 산업이 나아갈 길은'이라는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생물보안법 제정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국 시장 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점유율은 저하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에는 미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 기회지만 미국 규제에 대응한 생산설비 확충 등 비용 증가와 글로벌 제약회사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지만 육성 전략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후보는 바이오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헬스케어 접근성을 강화하고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지지한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바이오 산업 전반에 규제 완화를 강력히 지지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과정의 간소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가격 규제보다는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이 자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FDA 약물 허가 건수가 가장 많았다. 해외에 있는 공장들이 자국으로 옮겨오면 신약 허가에 이점을 주겠다는 기조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수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인데, 자국 생산을 중시하더라도 미국에서 자체 생산을 지속하려면 인건비 등의 문제가 있어 오히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CDMO 기업들의 전망이 밝다고 본다"며 "국내 CDMO 기업들이 향체약물접합체(ADC)와 RNA 치료제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전략이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