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패닉'에 주가 4년 만에 최저
"HBM 퀄테스트 진전"도 무용지물
인사에서 '혁신' 메시지 보여주나
정현호 부회장 등 거취에 관심
"사법리스크 해소가 우선"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4만전자' 벼랑 끝에 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를 앞둔 것은 지난 2020년 6월 15일 이후 4년 만. 코로나 팬데믹에 버금가는 '트럼프 패닉'이 삼성전자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조만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다는 시그널도 무용지물로 돌아간 상황. 남은 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함께 강력한 위기 극복 메시지를 시장에 전해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3개월 만에 8만→5만...'트럼프 패닉'이 무섭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7일 사장단 인사를, 이틀 뒤 29일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 보다 앞당겨 이달 초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기에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변화와 혁신의 신호를 시장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주가는 뚜렷한 반등의 기회 없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8만원을 넘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3일 5만6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8월 16일 기준 56.26%까지 올랐다가 지난 13일 기준 51.87%까지 떨어졌다. 8월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7조571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HBM 경쟁력 확보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한 불안 심리가 겹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제품 테스트의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실적과 주가 반등의 '키'였던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수 있는 시그널이었지만,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6만원을 밑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잠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6만원의 벽을 뚫지는 못했다.
대신 도널드 프럼프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은 삼성전자 주가를 더 빠른 속도로 끌어내렸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5만7000원선을 유지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3거래일 만인 지난 13일 5만600원까지 밀렸다. 트럼프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의한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인 데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장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인사에서 마지막 반전 기회 찾나
정현호 부회장에 쏠리는 관심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별다른 반전의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서 찾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고 했고, 전영현 부회장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정된 사장단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으로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지가 관심이다.
인사 핵심에는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부회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비서실이나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조직이 해체되면서 각 사업군별 TF를 가동하고 있다. 재무통인 정현호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는 사라지고,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만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잘 나가던 D램과 낸드에만 안주한 현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실종된 벤처정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리스크가 큰 사업은 보고하지 않는 보신주의 등이 나타난 이유라는 것이다.
인사를 앞두고 이재용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정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담당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CFO) 등 요직을 거쳤다. 삼성전자 재무를 도맡으면서 이재용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내 핵심 사업과 부서를 두루 경험하면서 전체 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기술경쟁력 복원이 시급한 시기에 최 사장과 박 사장이 모두 CFO 출신의 재무통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법리스크 해소가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문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짓누르고 있는 것(사법리스크)을 해소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