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전자 부진 속 조직 쇄신·인사 조치 주목
"기술 경쟁력 복원하겠다" 후속 전략 기대
DS부문 인력 재배치 등 유력 거론
필리핀 방문 중 파운드리 분사에 선 그어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 순방 경제 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이 앞서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1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재용 회장에게 기업 쇄신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 위기설과 인사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조직 쇄신과 인력 개편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핌DB] |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동남아 경제사절단으로 출국한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예상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PC 수요 부진으로 인한 D램 가격 하락과 반도체 사업에서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부진이 꼽힌다.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표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이 나서 사과했다. 10일에는 주가가 종가 기준 5만89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다시 썼다. 11일에도 종가 기준 5만9300원에 마감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적 경쟁력 복원 ▲미래를 철저히 준비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법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S부문 산하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3개 사업부 수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조 및 기술담당 등 5명의 사장단 진용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장은 이정배 사장이며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최시영 사장으로 이들은 지난 2020년 12월에 각 사업부장에 임명됐다.
이 회장은 이번 순방에서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현지 파트너와 교류 및 현장을 점검했다.
우선 이 회장은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IT와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와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선점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현지 삼성전기 경영진과 만나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따른 전략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생산 시설을 직접 둘러봤보며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노고를 격려했다.
이번 방문은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수시로 찾아 고부가가치 MLCC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최근 부산과 중국의 톈진, 수원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문 중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사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 필리핀을 방문 중인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을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 우리는 사업을 키우고 싶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인텔이 지난달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 회장이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장 점검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협업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싱가포르 현안 사항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에 원활한 협조와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으며 동남아 법인장들과 현장 간담회로 시장을 점검하고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총괄법인을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이며 삼성SDI는 현지에 판매법인을 최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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