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위험 높은 '우선정비구역' 1848km 집중 조사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최근 연희동, 명일동 등 서울 일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30년 이상 하수관로에 대한 단계적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30년 이상 전체 노후 하수관로(6029km)를 관리하기 위한 장기계획의 첫 단계로,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선정비구역(D·E등급)' 내 노후 원형하수관로 1848km를 먼저 조사한다.
시는 관로 내부 CCTV, 육안조사 등을 통해 상태를 정밀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해 정비할 계획이다. 이 조사는 지반침하의 주된 원인이 되는 '원형 하수관로'를 대상으로 하며, 사각형거나 차집관로 등(1199km)은 별도의 관리계획에 따라 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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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현장에서 지반침하 사고 관련 지하공사장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25.04.23 leemario@newspim.com |
1단계 총 사업 기간은 2025년 8월부터 2027년 8월까지 24개월이며, 서울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총 13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시는 1단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2단계 A, B, C등급 내에 있는 30년 이상 원형 하수관로(2982km)에 대한 조사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서울의 하수관로 노후화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지반침하(228건)의 가장 큰 원인은 '하수관로 손상'(111건, 48.7%)으로 선제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2023년 기준 서울시 전체 하수관로 1만866km 중 30년 이상 된 관로는 절반이 넘는 6029km(55.5%)에 달해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다.
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하수도 관리에 대한 국비 지원 제도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며,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중앙정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는 노후 하수관로(6029km) 개보수·관리 예산을 시비로 부담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 명일동 지반침하 등 사회적 이슈 발생 시 정부 추경을 통해 한시적인 국비(338억 원)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시 측 설명이다.
현행 '하수도법' 제3조는 국가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나, 그간 서울시는 높은 재정 자립도를 이유로 국비 지원에서 사실상 제외돼 왔다. 그러나 하수도 노후화는 시민의 안전과 밀접한 문제가 되므로 공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이에 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원 기준을 단순 재정 자립도를 넘어서 노후관로의 길이와 지반침하 이력, 지하시설물 밀도 등 '실질적 위험도'가 반영되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취지에 부합하게, 서울시의 노후도와 정비 시급성을 고려해 광역시 수준의 국고보조율(30%) 적용 검토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일회성 예산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하수도 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측면이다.
정성국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번 전수조사는 하수도 관리 패러다임을 '사고 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시민 안전에 직결된 기반시설 관리에는 국가와 지방의 구분이 있을 수 없는 만큼 국비 지원 제도화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전했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