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유전성 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치료제 승인 기대
AADC 결핍증 치료제, FDA 가속 승인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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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에 본사를 두고 희귀질환 치료제의 발굴과 개발에 주력하는 PTC 테라퓨틱스(종목코드: PTCT)가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에 올해 들어 네 번째 신약 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소아‧성인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FA) 치료제 후보물질의 허가를 신청했는데, FDA의 승인을 받으면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소아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PTC 테라퓨틱스는 최근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월가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올해 3월 방향족 L-아미노산 탈탄산효소(AADC) 결핍증 치료제의 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해 지난 11월 가속 승인을 취득했고, 이어 12월에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VS)와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페닐케톤뇨증(PKU)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FDA 심사완료 목표일이 내년 7월로 정해진 가운데 잠재적 승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호재를 중심으로 PTC 테라퓨틱스를 살펴봤다. 1998년 3월 설립돼 미국 뉴저지주 워런에 본사를 둔 PTC 테라퓨틱스는 2023회계연도 연간 매출 9억3782만달러(전년 대비 34.20% 증가)와 연초 대비 68%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당한 시장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 PTC 테라퓨틱스는 로슈의 파트너 의약품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에브리스디(Evrysdi, 성분명: 리스디플람)와 뒤센 근육병 치료제 엠플라자(Emflaza, 성분명: 데플라코트) 등 여러 제품을 판매 중이다.
PTC 테라퓨틱스 로고 [사진=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 AADC 결핍증 치료제 '케빌리디'
지난 11월 13일 뇌에 직접 투여하는 미국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케빌리디(Kebilidi, 성분명: 엘라도카진 엑수파르보벡)가 승인되면서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 PTC 테라퓨틱스는 생후 첫 달부터 신체적 · 정신적 · 행동적 스펙트럼에 걸쳐 심각한 장애를 나타내는 치명적 유전 질환인 방향족 L-아미노산 탈탄산효소(AADC) 결핍증을 치료하는 일회성 치료제 케빌리디에 대해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다.
AADC 결핍증은 도파 데카르복실레이스(DDC)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PTC 테라퓨틱스의 케빌리디는 인간 DDC 유전자를 포함하는 재조합 아데노관련바이러스 혈청형 2(rAAV2)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인간 DDC 유전자를 대뇌 시상하부 조직의 '조가비핵' 부위에 직접 전달하고 근원적인 유전적 결함을 교정하여 AADC 효소를 활성화하고 도파민 생성을 회복시키도록 설계됐다.
케빌리디는 글로벌 임상시험 'PTC-AADC-GT-002'에서 입증된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 결과를 바탕으로 가속 승인을 획득했는데, 임상시험 결과 유전자 치료 이후 도파민이 새롭게 합성되고 운동 발달 이정표가 점진적으로 달성된 것이 확인됐다. 케빌리디는 미국에 앞서 이미 유럽, 영국, 이스라엘, 브라질, 대만에서 '업스타자(Upstaza)'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허가가 났다. 지난 2022년 7월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출시 2년이 지난 지금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업스타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이 4000만~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DA는 케빌리디 승인의 일환으로 PTC 테라퓨틱스에 희귀질환 우선심사 바우처를 수여했다. PTC 테라퓨틱스는 이 바우처를 현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내 1억5000만달러에 바우처 판매에 성공했다. 지난 13일 모간 스탠리의 제프리 헝 애널리스트는 PTC 테라퓨틱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동일 비중'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45달러에서 67달러로 올려 잡았는데, 여기에는 FDA의 케빌리디 승인, 1억5000만달러에 희귀질환 우선 심사 바우처 판매 성공, 노바티스와의 수익성 높은 글로벌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 체결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업스타자 로고 [사진=PTC 테라퓨틱스] |
◆ 헌팅턴병 치료제 'PTC518'
FDA의 케빌리디 가속 승인에 이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NVS)가 PTC 테라퓨틱스의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PTC518'에 대한 최대 29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및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을 한층 자극했다. 상당수 투자은행(IB)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12월 2일 노바티스는 PTC518에 대해 PTC 테라퓨틱스에 10억달러의 계약 성사 선불금과 추후 개발, 허가 취득, 발매 성과에 따라 최대 19억달러의 성과금(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PTC 테라퓨틱스는 미국 시장에서 올린 이익을 PTC 40%, 노바티스 60%의 비율로 나누고,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마켓에서 올린 매출액과 관련해서는 단계별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헌팅턴병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전성 신경 질환으로, 미국에서 약 3만명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이다. 뇌의 신경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헌팅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하며,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어눌한 말투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행동 · 인지 · 운동 장애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헌팅턴병의 치료에 승인된 의약품으로는 미국 뉴로크린 바이오사이언스(NBIX)의 '인그레자(Ingrezza, 성분명: 발베나진)'와 이스라엘 테바제약(TEVA)의 '오스테도(Austedo, 성분명: 듀테트라베나진)' 등이 있다. 다만 이들은 헌팅턴병의 증상을 개선할 뿐 헌팅턴병의 발병을 지연하거나 진행을 멈추거나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올해 6월에 보고된 중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개월 차에 PTC518 치료는 말초 혈액과 뇌척수액(CSF) 모두에서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HTT) 수치를 지속적이면서 용량 의존적으로 감소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임상적 지표들을 측정했을 때 용량 의존적인 혜택의 초기 징후들이 관찰됐다. 헌팅턴 단백질은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능력을 손상시키는 단백질이다.
PTC518은 경구용 질환 조절 치료제로 PTC 테라퓨틱스의 스플라이싱(splicing: 생화학적 촉매반응의 일종) 플랫폼으로 개발됐으며, 현재 임상 2상 'PIVOT-HD'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PTC 테라퓨틱스와 노바티스가 협력 계약을 맺은 만큼 2025년 1분기로 예상되는 PIVOT-HD 시험에서 위약 대조 부분이 완료되면 노바티스가 추후 PTC518의 개발 · 제조 · 상용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앞서 개발 중이던 헌팅턴병 치료제의 개발을 환자의 신경 손상 우려로 지난해에 중단한 바 있다.
PTC 테라퓨틱스의 매튜 클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으로 저분자 스플라이싱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PTC가 축적한 개발 전문성과 신경과학 치료제 분야에서 노바티스가 축적한 글로벌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노하우를 결합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의 바스 내러시먼 CEO는 "PTC 테라퓨틱스와의 계약은 노바티스의 신경과학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충족 수요가 큰 신경퇴행성 질환 분야에서 새롭고 잠재적으로 혁신적인 접근법을 모색하려는 우리의 전략적 초점과 노력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②편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