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경제 전문가들은 2025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 위기와 유럽 각국의 정치적 마비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벨기에 브뤼셀 본부 앞에 서있는 EU기 기둥. 2022.09.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코노미스트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내년 유로존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0.9%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측한 1.1%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2기' 미국의 관세 부과와 이를 계기로 발생할 글로벌 무역 전쟁을 유럽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응답자의 69%가 글로벌 무역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68%는 그런 시나리오가 유로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상무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는 현재 (유럽에) 가장 큰 정치적, 경제적 위험"이라면서 "유럽은 미국의 관세와 함께 중국과 더 공격적인 분리를 강요하는 트럼프의 움직임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월 23일 조기 총선을 눈 앞에 둔 독일, 심각한 재정 적자와 여소야대가 빚고 있는 정치적 교착 상태로 정국 혼란이 극대화돼 있는 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의 주춧돌 국가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도 유로존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의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이 2월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연정 구성 협상은 복잡해질 수 있으며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국가 부채 상한 완화에 대해 크게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경제 싱크탱크 DIW의 마르셀 프라츠셔 이사는 "독일의 새 정부가 성공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럽이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인 상태에 접어들었고, 곳곳에서 막힘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독일 데카방크(Deka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울리히 카터는 "유럽이 곧 후기 합스부르크 제국과 비슷해질 것"이라면서 "경제적, 기술적으로는 뒤떨어지고 관료주의에 얽매이며 과거의 위대함에 대한 우울한 기억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 경제가 낙관적일 수 있는 요인과 관련,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속적인 정책 금리 인하와 소비자 수요 증가에 대한 희망을 꼽았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이 2025년에도 정책 금리를 계속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또 독일의 조기 총선이 엄격한 국가 부채 상한에 영향을 미쳐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은행 LBBW의 이코노미스트 모리츠 크라에머는 "새로운 연정이 일관된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부채 브레이크를 해제할 수 있다면 독일의 심리적 침체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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