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하기관장 공석 7곳·임기 만료 8곳
'탄핵 정국' 혼란 여전…올해 임명도 어려울 듯
조기 대선에 정권 교체 시 새 후보 부상 가능성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공공기관 수장 임명이 정치권의 혼란 속에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기관장이 부재한 곳들은 최장 15개월여째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편, 임기가 만료된 곳들도 임명 절차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국 혼란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탓에 올해에도 기관장 임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정권이 교체될 경우 기존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사들이 다른 인물로 대거 교체되는 격변이 일어날 공산도 크다.
◆ 최장 15개월째 리더십 공백…국정 혼란에 임명 '멈춤'
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중 수장이 공석인 곳은 한국에너지재단을 비롯한 7곳,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곳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포함한 8곳이다.
공공기관 수장 임명은 각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후보자 공개 모집과 서류·면접 심사 등을 거친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후보자를 추리면 각 기관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내리고,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선임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절차로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임명 작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총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쳐 대통령의 임명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임명이 좌초된 일부 기관들도 존재한다.
직무가 즉시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 대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정치·경제·통상 등 거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공공기관 수장 임명을 단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관장이 공석인 산업부 산하 기관 중 일부는 무려 15개월이 넘도록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공석인 기관들은 ▲에너지재단 ▲강원랜드 ▲한국탄소산업진흥원 ▲한국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7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에너지 재단과 강원랜드는 이미 지난 2023년부터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지난해 1년을 꼬박 넘겨 올해까지도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관장이 물러난 탄소산업진흥원 등 5곳도 최장 7개월째 수장이 없는 상태로 운영 중이다.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곳들도 다수지만, 임명 절차를 밟아가던 중 탄핵 정국이 불거져 신임 수장의 취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임기 만료된 기관들은 ▲로봇산업진흥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한국제품안전관리원 등 8곳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 중 한전기술과 한전KPS 등은 주총 의결을 마쳐 대통령 임명만을 받으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는 상황이지만,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 대통령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세라믹기술원을 제외한 5곳도 채용 공고와 임추위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와중 당황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 올해 임명 전망도 어두워…탄핵 인용 시 후보 교체 가능성
올해에도 기관장 임명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명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정국 안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대통령과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거듭되며 여전히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탄핵이 인용되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녹록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도 기관장 임명은 상·하반기에 모두 주요한 정치 행사들이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절차대로라면 공석이 발생했거나 임기가 만료됐을 시 곧장 임명 작업에 돌입해야 하지만, 예정된 정치 행사들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지난해 4월 총선 당시에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험지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해 수장 자리를 비워두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신임 기관장들이 업무 파악이 미숙한 상태로 국감장에 나섰다가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을 우려해 해당 시기를 넘긴 뒤 절차를 이어가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며 정권이 교체될 경우 기존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기관장 후보들이 새 인물로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에도 사실상 임명이 확실시됐던 일부 기관장 후보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 임명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정치적인 혼란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상반기에 탄핵에 대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공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탄핵 인용 결정과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시 기관장 후보들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