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17년..."상당액 공탁 반영해 일부 감형"
"의사 지위를 성적 욕구 충족으로 악용...중형 불가피"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황진구 지영난 권혁중 부장판사)는 8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의료법 위반, 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염모 씨에게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792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마약 처방 염모 의사가 지난 2023년 12월 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 지위를 자신의 변태적·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수면마취 상태에 빠져 항거 불능에 빠진 여성 환자를 상대로 준강간·준강제추행 등을 저지르고 그 과정을 촬영하는 범행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범행 당하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장기간 성폭력 범죄를 이어와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이 사건 피해자 중 상당수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다수 피해자가 자해 시도와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 준강제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의사로서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에 의료 행위를 빙자해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 투여 방법으로 수익을 올렸다"며 "이러한 범행은 마약류를 실질적으로 불법 판매한 것과 다를 바 없고, 피고인에게 이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으며 항소심에서 준강간 및 유사 강간 피해자 4명과 준강제추행 피해자 11명을 위해 상당액을 공탁했다"며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염씨는 2023년 8월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 씨에게 프로포폴·미다졸람·디아제팜·케타민 등을 혼합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다른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수면마취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 10여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마약류 남용을 예방하고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 복지에 앞장서야 할 의사가 프로포폴 처방을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염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792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의사 지위를 이용해 수면마취 중인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범행 역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지적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