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의협회장,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반대 입장 내놔
비급여 혼합진료...의원급 의료기관 수입에 타격
"첨단 장비 구비 못하고 결국 환자 의료質 하락으로"
"저수가 고치는게 순서...필수의료 고사시키나?"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 당선 소감에서 "정부의 필수의료정책 패키지(필정패) 등 다양한 정책들이 한순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올해 의대증원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은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인 소위 필정패의 내용 중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부문의 '비급여 관리체계 확립'에 주목하고 있다. 의대증원이 신규 의사들의 권익과 관계됐다면, 혼합진료 금지는 기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이해관계와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진=신도경 기자] 한 정형외과 운동치료센터에서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동시에 진행한다. 2024.02.04 sdk1991@newspim.com |
정부는 의료기관의 비중증 과잉 비급여(예: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혼합진료(비급여+급여 진료) 금지를 통해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최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초안에서 도수치료 등 과잉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부담률을 90%까지 대폭 인상하고, 비급여와 급여를 섞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혼합진료 금지 항목 검토는 모든 비급여가 아닌 '과잉' 비급여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수면내시경, 무통주사 등 '필수적인 진료에 수반되는 비급여 항목'은 혼합진료 금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며 "혼합진료금지 적용 기준, 대상, 방식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안내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환자들의 의료 옵션이 줄어들며 의료 서비스의 질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신임회장은 강원도의사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2월 22일에도 도의사회 명의 성명으로 "대한민국 의료계는 현재 의대정원 증원 정책 및 필정패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들은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저해하고 의사들과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A원장은 "비급여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병원들이 고급 의료 장비와 전문 인력을 활용한 첨단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의료가 시대에 맞게 발전하지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전체적으로 보험 재정에 대한 부담이 커져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료기관 원장 B씨는 "의원들은 저수가로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데,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급여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필수의료를 더 고사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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