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즘 성격의 시 84편과 새들의 사진 82컷 묶어
인간의 상상력·지혜 고양시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들
[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시와 산문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황명자 시인이 자유에 대한 인간들의 강렬한 희구를 그린 포토에세이 '남천 일기'를 펴냈다.
작품집 제목의 '남천'은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를 잇는 작은 내(川)인데 시인은 지난 1년 동안 춘하추동 남천에 날아온 새들과 소통하고 교유하면서 새들의 언어를 받아적은 아포리즘 성격의 시 84편과 새들의 사진 82컷을 묶어 포토에세이집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표제목은 '에세이'지만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면 에세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상상력과 지혜를 고양시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들로 책 전체가 그득하다.
[대구=김용락 기자] 황명자 시인이 포토에세이 '남천 일기'를 펴냈다.[사진=백조출판사 제공] 2025.01.24 yrk525@newspim.com |
"인간들이 새를 부러워하는 이유는/날개가 있기 때문일까?/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새들은/그들이 자유로운 존재란 걸 알기나 할까?"('질문들')
"홀로 선다는 것은 고행이다./겁쟁이라서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 백로 떼,/첫눈처럼 내려온다./물에 발이 닿는 순간 녹아 버리면 어쩌지?/난 아직 홀로 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첫눈')
평소 단아한 문체와 깊이있는 문학정신으로 인간정신을 표출해온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귀단지' '절대고수'와 산문집 '마지막 배웅'을 비롯해 6권의 시집과 1권의 산문집을 펴내 필력을 인정 받는 중견시인이다.
이하석 시인은 표사에서 "황명자가 새삼 '새'를 드러낸다. 사진과 말로. 그녀의 일상사인 흐르는 남천 변의 산책에서 얻어진 시선과 주문들이다"라고 밝히면서 "그녀가 공허하게 허공을 올려다볼 때, 새들은 오히려 그녀를 두고 그들만의 향기를 뿜으며 날아오르는 것을. 그것을 숙명적으로 수용하는 시인의 애잔함이여. 어쨋든 그녀의 새를 향한 시선이 민감하고, 그 말들이 여전히 수줍다"고 평했다.
[대구=김용락 기자] 황명자 시인[사진=본인 제공]2025.01.24 yrk525@newspim.com |
황명자 시인은 이 책에서 "새들의 사랑법은 지극하다. 새들이 인간의 언어로 다가온다면 어떨까? 그들만의 언어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펼쳐보는 모든 이의 영혼은 매순간, 자유로워지라. 프리덤(Freedom)!"이라고 외치고 있다.
시인은 1963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1989년 '문학정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자줏빛 얼굴 한쪽' '아버지 내 몸 들락거리시네' '불 끈 사랑' 등과 산문집이 있다. 대구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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