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5는 단순히 신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기술과 혁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장으로 변모했다. 'Dive In(다이브 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첨단 기술의 실제 활용 방식과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들, 즉 'HOW(기술 실행 방식)'와 'WHO(사람 중심 혁신)'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강조됐다.

CES 2025는 기술 그 자체의 발전보다 그것이 실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고 활용되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통합된 기본 요소로 자리 잡으며, 단순히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닌, 그 활용 방식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경태 CTO

1년 전 CES 2024에서는 AI 기술 자체가 주된 화두였다. 그러나 CES 2025에서는 AI가 더 이상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 전반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기술로 간주됐다. 이는 인터넷 초창기에 홈페이지 보유 여부가 중요했던 시기와, 오늘날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가 된 상황과 유사하다. 결국, AI의 존재는 당연한 전제이며, 이제는 그 활용 방식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번 CES에서 특히 주목받은 기술은 산업 맞춤형 AI, 즉 버티컬 AI였다. 버티컬 AI란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로,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이는 AI의 실질적인 목표인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은 가전제품의 연결성과 제어를 통해 스마트홈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LG전자의 '인캐빈 센싱' 기술은 자동차 산업에 특화된 AI 활용 사례로, 운전자의 상태를 분석해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현대모비스의 '엠브레인' 시스템은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해 졸음운전을 예방하며, AI가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애보트의 '링고'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개인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는 기술이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건강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CES 2025는 기술을 넘어 인간 중심의 혁신과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기술 개발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화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CES는 단순한 기술 전시회를 넘어, 스타트업과 투자자, 대기업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참관단과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혁신상 수상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CES의 네트워킹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확인한 뒤, 이를 기반으로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기적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CES는 스타트업 간 협력과 벤치마킹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같은 분야에서도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협력하거나 타사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 현대차그룹의 ZER01NE은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협력하여 모빌리티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대만 TTA와 협약을 체결하며 아시아 테크 스타트업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했다.

CES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들은 창업진흥원과 함께 약 9000만 달러 규모의 상담 성과를 거뒀으며 많은 사례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과는 CES가 단순한 전시회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입증한다.

CES 2025는 신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더 나아가, 기술과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HOW'와 'WHO'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누구를 중심에 둬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의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AI의 일상화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CES 2025에서 얻은 통찰은 기술 발전이 단순한 기능적 개선에 머물지 않고, 인간 중심적 접근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CES는 기술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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