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건 넘는 교재 오류 시정 기간은 1달
학생 데이터 부재로 맞춤형 교육 물음표
무상급식 10년 걸친 점직적 확대로 성공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 실물이 개학 2주 전인 지난달 17일에야 학교에 전달됐다. 전체 교원의 93%(2월 24일 기준)는 새 교재의 첫 장도 열어보지 못했다. 학교별로 선택한 출판사의 실물을 처음으로 교실에서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뒤늦게 찾아왔다. 급했던 교육부의 바람과 달리 학교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AIDT 도입의 핵심 목표는 학생별 맞춤형 학습이지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AIDT의 핵심 기술인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교실에 있는 AIDT에는 학생 개인의 데이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맞춤형 학습에는 다른 학생들의 데이터와 수업 내용과 집단 내 학습 수준을 비교하는 과정도 데이터로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데이터가 축적되었어야 했지만, 이 과정이 생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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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사회부 기자 |
AIDT 자체 질 등 기술 성숙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교과서로 도입했다는 게 교육계 내·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AIDT가 출판사 부록보다 못해 일단 선정만 해놓고 수업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초적인 AI 기능도 구현하지 못하는 상당수 부실 AIDT가 검정 심사를 통과해 논란이 됐다. 본심사를 통과한 12개 업체의 AIDT 76종에 1만 4225건의 수정·보완 권고가 같은 달 24일에 내려졌다. 1만 건이 넘는 오류를 수정·보완하도록 주어진 기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시범 사업을 통한 점진적 확대와 예산·운영 방안의 구체화를 바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면 시행 일정이 촉박해지며 AIDT 유지·보수 비용과 내용도 확정되지 않아 향후 예산 추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교과서 선정은 적어도 전년도에 마무리하는데 촉박하게 만든 것이 주된 원인이다.
주요 교육 정책들은 통상적으로 일정 기간 시범 운영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상급식이 그랬다. 무상급식의 첫 시행부터 중·고등학교에 확대되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AIDT를 활용할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AIDT 오류와 학교별 교과서 채택 유무, 구독료 선정 논란이 2월 말까지 이어졌다. 이에 각 학교가 선택한 AIDT 교과서 실물본을 지난해 교실에서 한 번도 시연해 본 적이 없다. 지난해 3818억 원의 혈세가 든 AIDT 관련 교사 연수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 낭비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 당국 내에서도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임기 내 성과를 내세우려는 '실적주의'가 엿보인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사업처럼 가시적인 결과물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부른다.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혜택을 제공할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AIDT가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