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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에 길을 묻다] ①시인 문정희, "사랑은 고통,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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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언어들이 소비되는 시대, 시인으로 산다는 건
여성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과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기자 출신 칼럼니스트 유인경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벼운 언어들이 무한정 소비되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군다나 여성 시인으로 살면서 불편부당한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워왔다면 더욱 쉽지 않은 삶이었으리라. 여기자로 살면서 다니던 신문사 최초로 정년퇴직을 했다면 그 또한 쉽지 않은 인생이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문정희와 기자출신 칼럼니스트 유인경이 서울 여의도 뉴스핌TV 스튜디오에서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3.14 oks34@newspim.com

그런 두 사람이 만났다. 중견 시인 문정희와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유인경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 신산(辛酸)한 삶을 알아봤을까. 바쁜 와중에도 자주 만나서 세상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두 사람이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연애와 결혼, 출산과 노동 그리고 사랑이야기까지. 두 사람에겐 할 말이 너무 많아 보였다.

여전히 "나는 늘 불리해/ 사랑에 빠지면 생을 걸거든"이라고 말하는 중견 시인 문정희와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주로 써온 유인경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기자 유인경은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이제는 나를 위해서만','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등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세상이 되고 싶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건물 외벽에 내걸렸던 시 '겨울 사랑'의 시인인 문정희는 최근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아침달)를 내놨다.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 앞에 '헛'이라는 접두어를 쓰는 것은/ 시인이 할 짓이 아니긴 해/ '핫'이라면 몰라 서양말이긴 하지만// 사랑은 바람도시에 절뚝이는 가건물/ 시멘트로 지은 굴뚝"('헛사랑' 일부)이라고 쓰고 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새봄이 시작되는 2월말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인생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와 경험 등을 새로운 세대에게 조언하는 프로그램인 뉴스핌 유튜브 채널인 KYD '셀럽에 길을 묻다'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거창한 인생의 충고나 조언보다는 조금 먼저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두 사람이 겪은 연애와 결혼, 출산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유인경이 묻고, 문정희가 답하면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 했다. 평생 뜨거운 가슴으로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아온 시인 문정희와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으로 늘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유인경의 대화가 봄날 햇살처럼 환했다.

유인경 = 뉴스핌TV '셀럽에 길을 묻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영원한 소녀 그리고 또 영원한 시인이신 문정희 시인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문정희 시인과의 인연의 마일리지가 경향신문 기자 시절부터 굉장히 깊어요. 제가 늘 감동하는 건 이렇게 연령으로 볼 때는 어르신인데 한 번도 어르신 다운 조언이나 충고나 이런 거는 해 주신 적이 없기 때문에…. 오늘 제가 문정희 님을 꼭 여기에 모시자고 이제 부탁을 드렸거든요.

문정희 =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청춘들이 참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어른들 얘기를 듣고 싶지만 꼰대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싶어 가지고 어른들 만나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유인경 = 시를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하더라도 문정희의 시는 다들 너무 좋아하시겠지만 특히 '셀럽에 길을 묻다'에 시인이 이제 많이 나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 시인의 감성, 특히 봄 같은 푸릇푸릇한 감성이 묻어나는 말씀 기대합니다. 요새 꼰대, 베이비부머, 엑스세대 등 다들 세대를 나누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한테는 청춘이 있지 않습니까? 젊은 시절이 있고…. 선생님이 사실 여고 시절 고등학교 시절에 천재 문학 소녀로 등단하셨어요.

문정희 = 천재는 아니지만 시집을 냈죠. 고등학교 때 당돌했죠.

유인경 = 예. 그때 청춘과 지금 21세기, 2025년의 청춘 하고는 어마어마하게 다르죠. 학제도 그렇고 감성도 다를 것 같은데 그때 선생님의 사실 10대 시절이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문정희 = 네. 대개 회고하게 되면 그 어떤 한 프리즘을 통해서 옛날을 바라보죠. 그 프리즘 이름을 그리움이라고 한다면 그리움의 프리즘 속에 드러나는 옛날은 다 그립고 그때가 좋았던 것 같죠. 왜 그때가 좋았을까. 지금이 더 좋은 것도 있죠. 근데 제 생각에는 그때는 꿈이 너무 팽배해 있었어요. 가슴속에 가득. 근데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꿈이 있나요? 있겠죠. 아무래도 있긴 있지만….

유인경 =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좀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문정희 = 그리고 그 꿈의 칼라가 너무 바뀌어 가지고 그때 꿈이 좋았다 이렇게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 젊은 날 가슴을 가득 채웠던 꿈 더구나 현실은 굉장히 가난했고 폐허였거든요. 그런데도 그런 가난이 하나도 눈에 안 보이고. 조금 불편했을 뿐이고. 그런 것들이 우리 젊은 날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인경 = 우리는 교복도 입고 다니고 선생님하고 저하고 조금 연배 차이가 있지만 근데 그때는 갇혀 있다는 느낌이 되게 많이 드는데. 요즘 청춘들을 보면 너무 자유롭고 뭐 말의 표현도 그렇고 얼마 전에 뉴스를 봤더니 초등학생들의 15%도 화장을 한다더군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문정희 = 네 그런가 봐요.

유인경 = 여고생은 필수라고 얘기도 하고. 그러면 벌써 뭐 라고, 느낌이 들고 하지만. 그들의 자유분방함과 달리. 또 놀랐던 게 어린이날 설문조사를 했는데 원하는 선물이 뭐냐 그랬더니, 안마기였어요. 학원 돌아다니느라고 너무 바쁘고 힘들다라는 거예요.
문정희 = 교복 세대를 어떤 제도에 얽매이고, 사춘기를 교복이라는 제도 안에 가두었던 기억도 하는데, 교복이 흠모의 대상이기도 했어요. 여학생의 경우는 여성의 3%만이 대학 졸업자가 됐거든요.

유인경 = 그렇죠 .1960대에는 그랬죠.

문정희 = 그러니까 그 교복을 갖춰 입고 제가 서울에 유학 온 학생이잖아요. 고향에 내려가면 너무나 모두들 부러워서. 어쩌면 저렇게 그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고 저러나 하는 그 눈빛을 받았던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요. 그래서 항상 그 교복이라는 것이 어떤 나를 가두는 제복이기도 했지만 그런 선망 때문에 그 선망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그런 어떤 의욕도 왕성했었어요. 근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게 그 최근에 내가 '그 끝은 몰라도 돼' 뭐 이런 시집을 내놓으면서 특히 젊음이 너무 넘친다는 그런 평가를 받으면서 웃었죠.

유인경 = 저도 그 주변에 그 책을 많이 선물도 하고 또 나누기도 했는데 도대체 이분이 정신적 연령이 몇 세인지 너무 궁금하다라고요. 푸릇푸릇하다, 젊다 라고 하더라고요.

문정희 = 당신 지금 젊음이 뭐야? 이런 질문을 받게 돼서 생각하니까 제가 20대 초반 갓 등단해 가지고 '젊은 늙은이'라는 그 칼럼을 써서…. 그 당시 조선일보에 굉장히 인기 칼럼인데 그 각 분야의 패기만만한 신인한테 지면이 돌아가는…. 그래서 뭐 일설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일 먼저 보는 지면이었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거기에 내가 왜 그 젊은 늙은이를 썼냐 하면 나는 23살 너무나 젊고 패기만만한 신인으로 등단한 나이였는데 내면을 보면 너무나 늙은이가 많았어요. 내 마음 속에. 왜냐하면 어떤 기득권에 빨리 가서 성공하고 싶은. 그러니까 성공이라는 단어가 기득이 이루어낸 어떤 그 부류에 같이 끼고 싶은. 그리고 그 이름을 어떤 형태로든지 빨리 막 날리고 싶은 막 이런 열망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이거야말로 얼마나 늙은 것인가. 모르지만 가보지 못한 길, 위험하고 좀 더 넓고 이런 길에 도전하는 것이 젊음이라면 너는 너무나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 이런 것을 썼던 기억이 나요.

역으로 최근에 나는 어떤 생물학적 나이는 많아졌지만 그렇게 본다면 내 마음 속에 너무 젊음이 넘치거든요. 아직도 그렇죠. 그래서 이 젊고 늙는다는 문제를 단순히 신체적 어떤 한 기간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신체적 기간을 얘기한다면 이거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 그런 생각들을 좀 해 봤어요. 그래서 저는 옛날이 그리웠다, 오늘이 그립다 이런 것이 아니고. 모든 순간은 불꽃이고 아름답다, 늘 이렇게 생각을 해보죠.

유인경 = 모든 순간이 불꽃이라는 건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꽃일 때는 제가 타오를 때는 몰랐고 모르죠. 이제 나이가 드니까 '맞아 불꽃인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너무 개인적인 얘기긴 한데 정말 기자생활을 일제 강점기 만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그런대 꾸준히 날짜 정해서 약속 정해서 만나는 분이 참 드물거든요. 인터뷰를 했고 취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문정희 시인과는 제가 꼭 날짜를 정해서 밥 먹어요.

선생님. 그리고 제가 먼저 제안하고 그런데 한번 궁금했어요. 왜 내가 이렇게 문 선생님을 좋아하나, 왜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질까 생각해 봤더니 제가 만나는 분들 중에 가장 선생님이 대화가 싱싱하고 젊어요. 그래서 그 얘기는 젊은 사람들 분위기를 낸 게 아니라 선생님한테 제가 항상 오늘 이야기를 들어요.

문정희 = 너무 다행이에요.

유인경 = 그러니까 신간이라든가 새로 나온 영화라든가 뭐 어때서 일어나 갖고 있는 문단 일들은 선생님이 문학 담당 기자보다 먼저 저한테 알려주실 때가 되게 많고 지금 신간도 저도 열심히 책을 읽는 너무나 예쁘지만 선생님이 늘 이렇게 추천해 이 책 읽어봐요. 이거 이거 너무 좋아요. 그래서 사실은 근데 나이가 들면 항상 어제 얘기를 하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 늘 오늘을 사실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문정희 = 저는 이거는 또 분명해요. 누가 이렇게 만나자고 그랬을 때 가슴이 뛰어야 나가거든요. 근데 주로 정말 많은 여성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남성과의 약속이 더 좋아요. 그 남자가 연하면 더 그렇죠.

유인경 = 그렇죠. 설렘이 좀 있어야 되죠.

문정희 = 그렇죠. 그래야 뭐 립 세팅도 빨갛게 바르고 이런 기분이 나는데 유인경 작가님이 부를 때는 정말 가슴이 뛰어요. 그래서.

유인경 = 제가 좀 남성 호르몬이 많기는 했어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문정희 = 그렇게 밝게 받아들여지고 막 이렇게 하고요. 그래서 만나고 돌아오면 사람을 저렇게 긍정적으로 기쁘게 해주고 밝게 해주고,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어떤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끝없이 지독하게도 책을 읽어대고 자기 갱신을 하고 있는 그 모습 그걸 볼 때 저는 아주 놀라죠. 그래서 굉장히 내가 설레고 만나는 한 분 중에 하나죠. 저는 아마 거의 유일하죠. 많이 안 만나니까

유인경 = 선생님 시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사랑받고 있어요. 뭐 아까 선생님이 깊이가 없다고 하셨지만 선생님 시에서 수많은 그러니까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시를 많이 쓰셨지만 많이 널리 회자되고 암송되고 하는 사랑 시들이 참 많고 그렇죠. 연애할 때 많이 인용되고. 한계령 폭설만 쏟아지면 인용하기도 하고. 뭐 '찔레꽃'도 그렇고. 그런데 사실 연애라는 말조차 요즘은 굉장히 희귀한 단어인 것 같아요. 썸 탄다라는 말, 속된 표현으로 하면 간만 보는 거잖아요. 그렇죠. 썸탄다 라고 썸남썸녀라고 하지만, 연애나 애인이라는 단어가 지금 박제된 단어로 쓰일 정도가 되면….

문정희 = 너무 흔하고 너무 때가 묻어버렸어요. 사실은 사랑 그런 말이.

유인경 = 얘기하지 말자고 그랬지만 예전의 연애는 목숨 바쳐 하는 연애가 정말 많잖아요.

문정희 = 근데 제가 연애를 아직도 못 잊고 사랑 얘기를 지금도 막 쓰고 싶은 이유는 제대로 한 번도 못했다는 열등감이 커요. 내가 생각하는 진짜 연애, 정말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이쯤은 돼야 하지, 그런 걸 거의 한 번도 한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최근에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에서 '헛사랑' 그런 얘기했잖아요.

허무함과 헛것이 덧없었다는 그것이 배면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에 사랑이 사실 절박한데 그 정도 갖고 사랑이라고 내가 이름을 붙일 수 있었겠나. 이런 사랑 정도는 조금씩 했지만 정말 그 어떤 불후의 명작 속에 나오는 사랑이라든가. 우리 주변에서도 목숨을 건 사랑, 이런 거 보면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해요. 한 생명을 갖고 태어나 어느 기간을 살면서 적어도 한 인간이면 인간, 어떤 장르면 장르를 저 정도는 가야지. 좀 그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깊이 빠지는 그런 것들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못 했어요.

유인경 = 그렇죠. 근데 뭐 실연당해서 어떤 때는 정말 아득한 얘기지만 라디오 프로 사연을 보내기도 하고. 뭐 이별 때문에 뭐 여러 가지 극단적인 선택한 사람도 되게 많았는데. 연애 그 다음에 순종, 사랑, 연인 이런 단어들이 너무 흐릿해지고.

왜 연애를 안 하냐고 제가 MZ세대 잘파세대 한테 이제 물어봤더니 신경 소모나 에너지 소모도 소모하지만 그러니까 자기가 열심히 번 돈 그 데이트 비용으로 쓰는 게 너무 아깝다는 거고. 또 하나는 그러니까 연애 소설이나 연애 시조차 잘 안읽기 때문에 연애에 대한 환상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것 같아요. 예 그런 것도 좀 보여지거든요.

문정희 = 그러니까 뭐 황폐화하고 사막화 하는 거죠. 자기가 번 돈은 자기를 위해서 쓰고 연애하는 시간 그런 시간이 소모로 느껴지고 이거는 어떻게 보면 영리해지고 또 똑똑해지는 한 모습이기도 해요. 그러나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복합다난 해서 그러면 결국은 자기 황폐화에 도달하고 불행하고. 그 자체야말로 비극이 아닌가 이런 느낌이 듭니다.

유인경 = 저는 그래서 사실 연애라는 게 눈만 마주치는 게 아니라 이제 손도 좀 잡아야 되고 오감이 다 황홀하게 왜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문정희 = 한 번도 그런 좋은 소리 안 들어봤어요.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3.14 oks34@newspim.com

유인경 = 종소리는커녕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 무서운 거는요 선생님. 이게 너무 놀라운 속도로 과학이 발달돼서 챗GPT라든가 AI라든가 그런데 그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만족하는 청춘들에게 많다는 거예요.

문정희 = 만족은 무슨. 그 시간 소모를 하는 거죠. 만족이 되겠습니까? 저는 외국에서 한 3개월 정도 외국 작가하고 만나서 같이 생활한 적도 있잖아요. 마지막 헤어질 때 그래서 마지막 손을 잡을 때 그 살과 살 사이에 전해지는 따스한 피, 가슴이 무너지는 데도 아팠어요. 왜냐하면 이 살을 다시 이 피를 우리가 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너는 어느 다른 벌판에 너는 재가 되어 누워 있을 거고 나는 또 어떤 우리 코리아의 한반도에 누워 있겠지.

이런 생각하면 인간으로 잠깐 태어나서 만났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고 즐거운데. 그래서 인간의 구원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승리를 하는 거지만. 네 종교도 그렇고. 그러나 그래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런 따스한 피를 교류하고 그 이야기 때문에 아파하고 이런 것이야말로 삶이 아닌가.

사랑을 왜 기쁘려고 합니까? 사랑처럼 힘들고 품이 많이 들고 고통스러운 게 없죠.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근데 그만큼 아프고 고통받고 열패감을 갖고 수모를 당하고 감정도 그래볼 가치가 있어요. 적어도 그 가치를 겪어서 나오면 어떤 위대한 교사나 어떤 위대한 책보다도 더 자기를 성장시켰다는 걸 볼 수 있는 경험이 바로 그 속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저는 생각해요.

유인경 = 일단 이제 연애가 성공적으로 된다면 이제 그게 결혼과 뭐 이렇게 이어질 텐데 일단 결혼도 엄청나게 예전에 비해서는 청첩장 받는 빈도도 줄어들었고요. 저 출생 아이를 낳지 않는 거는 세계적으로도 속도감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선생님은 시에도 또 수필집에도 그런 얘기 말씀 많이 쓰셨잖아요. 그렇습니다. 출산 과정 그다음에 아이 키우면서 이제 워킹 맘으로 사시는 거. 시인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어머니로 사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문정희 =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다른 것으로 변질하는 거지요. 그래서 뭐 심지어는 화장실과 부엌이 있는 배경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에 에로스의 사랑 이거 거기에 포함이 되어야 하는데 있지만 다른 어떤 깊이를 갖게 되는 식으로 바뀐다. 그래서 자꾸 결혼을 사랑의 완성이라든가 사랑의 꼬임이라든가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훨씬 마음이 상할 수도 있어요.

유인경 = 실망하죠. 실망하고 꽃다발 받기를 기대했는데 정작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분리 쓰레기, 쓰레기 분리해야 되는 일이고 하니까.

문정희 = 그러니까 그 삶이라는 것은, 일상이라는 것은 자꾸 이렇게 소모되고 반복하잖아요. 네. 그러면서 보이지 않게 굉장히 소모적인 것 같은데 뭐가 또 인생이 쌓이잖아요. 네. 그래서 사실은 이제 뭐 얘기를 제가 급격히 대답을 하자면 제가 인생 동안 싸웠던 거는 가난한 남자와의 결혼이었다던가, 또 그 남자와 결혼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남자가 아니어서 대화가 안 통하고 서로 굉장히 벽이 있었다든가, 이런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제가 가장 크게 싸웠던 것은 너무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었어요. 그 일상에 마모되는 나와 나의 언어들, 나의 감각들, 그래서 그 혈투를 벌이면서 그 상투화되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제가 갖는 언어들도 굉장히 일상에 매몰되죠. 밥 먹어라 뭐 아이고 살쪘구나. 뭐 이렇게 하고

유인경 = 왜 양말을 그렇게 벗어놨냐?

문정희 = 네. 그래서 그 일상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독서를 했고, 호기심을 가졌고, 영화를 봤고. 이런 걸로 나를 이제 개척하는 건데. 아까 말씀하신 아이 문제는 아이를 처음에 안 낳고 좀 버텼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무모하게 일찍 결혼을 해서 그때도 뭐 조금 똑똑했는지. 가만히 있어. 좀 생각해 보자. 이런 생각 때문에 그래서 점점 멀어져요. 이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과정이 알고는 못할 짓이죠. 그러나 그 아이 낳을 때 한 여성으로서 세상에 자기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치부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고 가장 위대한 곳이기도 한 그걸 열어버리잖아요. 그렇죠. 그 완벽한 절망과 패배감 그 극도의 아픔 한 동물인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그것을 통해서 아이가 탄생되잖아요. 그래서 위대하다 이렇게 함부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걸 겪으면서 달라져버린 거죠.

이걸 겪었으니. 앞에는 오는 것은 그 품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한 인간으로 태어나 그래도 결혼 제도라는 것이 우리가 지금 발견한 제도 중에 그중 또 괜찮다는 제도니까 그렇죠. 그것을 거쳐서 아이를 하나 낳고. 결혼 제도를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한 생명을 또 이 세상에 이렇게 등장시킨다는 것은 더 없이 내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으로서의 한 좋은 절차 하나를 크게 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굉장히 그 생명다운 생명 이렇게 보기는 합니다.

근데 이게 각자 개인이랑 인간이라는 게 이 똑같은 생각을 너에게도 적용하고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네 그래서 혹시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그러면 또 그대로 저는 존중을 하기도 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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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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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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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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