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륜은 다리심이 좋은 선수가 무조건 유리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14일 경륜경정총괄본부에 따르면 젊은 선수와의 경쟁에서 힘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전을 잘 구사한다면 얼마든지 순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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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스피돔에서 특선급 선수들이 경주를 펼치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또 임채빈, 정종진과 같은 특출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출전한 경주에서 이들을 넘어서 우승을 차지하기는 어렵더라도, 따라갈 힘이 좋거나 이들과 같은 팀이어야 어야 2∼3위 입상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릿심과 연대 면에서는 열세지만 이를 뛰어넘고 선전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는데, 대표적 선수가 한국 경륜의 정상급 기교파 황승호(19기, S1, 서울 개인)다.
황승호는 지난해 말 그랑프리, 올해 2월 스피드온배, 이번 4월 4∼6일에 열린 부산광역시장배 특별경륜까지 3회 연속으로 큰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며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최근에 열린 부산 특별경륜에서는 임채빈(25기, SS, 수성), 정종진(20기, SS, 김포)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황승호는 경륜훈련원 19기를 5위로 졸업하며 초기에는 평범한 선수로 여겨졌고, 우수급을 배정된 첫해를 제외하고 특선급 경주에서 입상 후보로 좋은 활약을 하리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황승호는 힘보다는 자신의 장점인 경주 운영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훈련을 해왔다. 2019년에는 500여 명의 선수 중에서 단 5명뿐인 슈퍼 특선 반열에도 올랐었다.
그런데 황승호는 23년부터 팀이 아닌 홀로 개인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기량이나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황승호의 기량과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다. 특선급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는 손에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정상급 강자인 경우는 황승호가 유일하다. 현재 임채빈(25기, SS, 수성), 정종진(20기, SS, 김포), 양승원(22기, SS, 청주)에 이어 성적 순위 4위, 상금 순위는 전체성적 4위, 상금 5위를 달리고 있다.
홀로서기 선언 이후 선전을 이어가는 황승호의 장점을 꼽자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상대가 누구건 간에 또는 특정 팀이 강력하거나 많이 진출한다고 해도 주눅이 들지 않는 투지다. 특정 강자의 후미를 확보하는 마크형 선수는 대게 그 팀 소속 선수가 대부분인데 황승호는 이 틀을 깨버린다.
두 번째는 정상급 기량이다. 마크를 지키거나, 이를 빼앗는 타이밍이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 번째는 마크·추입형 선수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완급조절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강자를 뒤에서 마크할 때, 상대방을 막아내거나 내선이나 외선에서 누르고 밀어 올리는 능력이 남다르다.
예상지 경륜위너스 박정우 부장은 "황승호는 강축 선수에 대한 마크 집중력이 남다르고 때로는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경륜이 단순히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며 "안전을 바탕으로 세련되고 박친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탁월한 선수다"고 손을 치켜세웠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