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구속은 줄었지만, 오히려 단단해졌다.
류현진(한화)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 선발 등판, 5.1이닝 6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2승과 함께 통산 110승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1회에만 3안타 2볼넷을 내주며 31개의 공을 던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2회부터 안정을 찾은 류현진은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자신의 시즌 다섯 번째 선발 등판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12년 만에 친정팀 한화로 복귀한 후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데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 문제가 겹치면서 시즌 초 어려움을 겪었다. 한 경기 7실점과 같이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기력 기복이 심해져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 |
[서울=뉴스핌]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이 17일 SSG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2025.04.17 photo@newspim.com |
이렇다 보니 2024시즌은 158.1이닝 평균자책점 3.86 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 1.36으로 기대에 비해 부진했다.
지난 시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류현진은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히 준비했다. 그 노력이 이번 시즌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류현진은 5경기에 선발 출전해 28.1이닝 2.54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전체 선발진 중 10위에 올라 있다. 토종 선발 투수로는 5위에 해당한다.
류현진은 구속은 줄었지만, 제구력과 노련미로 승부한다. SSG와 경기에서 최고 구속은 시속 144km로 전성기에 비하면 10km나 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ABS에 완벽 적응한 류현진은 스피드 대신 제구에 집중했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라인 끝에 걸치는 공들과 다양한 유인구를 통해 타자들의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했다.
류현진이 보여준 '느림의 가치'는 한화 선발진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한화 선발진과 불펜진은 모두 강속구를 뽐내는 투수들이다. 외국인 선발 투수인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토종 선발 문동주는 150km를 넘어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 김서현도 154km가 넘는다.
![]() |
[서울=뉴스핌]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이 11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2025.04.11 photo@newspim.com |
류현진은 이 모든 선수를 제치고 140km 초반의 직구로 한화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폰세가 2.81로 뒤를 따르고 있다. 문동주는 3.71, 와이스는 4.91, 엄상백은 6.75다. 베테랑 류현진이 중심을 잡아주자 초반에 부진했던 한화 투수들도 힘을 내고 있다.
SSG와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내가 던지는 경기에서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내가 승리를 못 해도 팀이 이기면 만족한다. 오늘은 두 가지를 다해서 좋다. 선수들이 계속 집중력을 갖고 플레이를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한화 선발진에 대해 "내가 선발진 평균 구속을 다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선발투수들은 힘과 강한 공으로 승부를 해도 괜찮다. 나는 괜히 오버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제구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활약으로 한화는 4연승과 함께 시즌 11승 11패로 승률을 5할로 끌어올리며 공동 5위에 올라섰다. 2위 kt와는 0.5게임 차에 불과하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