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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반값' 기차표로 다도·치즈 체험…'지역사랑 철도여행' 관광객 눈길

기사입력 : 2025년05월07일 11:00

최종수정 : 2025년05월07일 14:25

코레일, 인구감소 지역 경제 활력 불어넣는 철도여행 프로젝트 개시
전국 33개 인구감소지역 345개 관광상품 운영… 할인 혜택 지원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은 지금 '지방소멸'이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인구 격차는 약 8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인구감소지역만 전국 89개 시·군·구나 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구 감소 문제를 겪는 지역에 관광객을 유입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코레일의 열차운임 50% 할인과 지자체의 지역 관광명소 체험할인 혜택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직접 여행지를 선택하는 자유여행과 전문여행사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상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익산=뉴스핌] 정영희 기자 = 1일 지역사랑 철도여행을 위해 방문한 익산역의 모습. 2025.05.07 chulsoofriend@newspim.com

◆ 익산서 백제 문화 속으로 '풍덩'… 인구 증대 효과는 덤

지난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전북 익산시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익산은 과거 광주, 전주와 함께 '호남 3대 도시'로 불릴 만큼 번화했으나 지난해 기준 인구는 26만8000명으로 2020년(28만2000명) 대비 5%가량 줄었다. 늘어나는 유출 인구를 막고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익산시는 관광 특화 지역으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백제 유산으로 빚어진 익산시에는 찬란한 역사 속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7세기경 백제 무왕이 창건한 미륵사지는 동아시아 최대의 사찰 유적지로, 익산 여행 필수 코스다. 

미륵사지를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전 익산 백제문화체험관에 들렀다. 지난해 개관한 곳으로 백제 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익산 캐릭터인 '마룡'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고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보니 과거 공주가 입던 의상이라고 했다. 

[익산=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익산시 백제문화체험관에서는 사전 신청 후 백제 다도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1일 문화해설사가 다도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5.05.07 chulsoofriend@newspim.com

다도 체험은 2명이 짝으로 진행했다. 순서와 예법을 따라 천천히 차를 내리고 맛을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체험을 함께한 20대 여성은 "과거에는 차 한 잔을 마셔도 이렇게 여유를 가졌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매일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스스로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일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체험은 사전 예약제로, 체험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푸른 잔디 위 우뚝 선 미륵사지석탑은 멀리서도 그 기세가 엿보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동시에 국내 최고, 최대 석탑이다. 미륵사지 바로 옆에는 2020년 1월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이 있다.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국보 '금제사리봉영기'를 비롯해 1400년 전 백제 후기 역사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사리장엄 유물과 기와, 토기, 금속공예품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서은숙 문화관광해설사는 "과거에는 익산에서 백제 유물이 출토돼도 국립박물관이 있는 부여나 전주로 가져가서 전시해야 했는데, 5년 전 익산에도 박물관이 생기면서 전주에 있던 국보를 이전해 왔다"고 말했다.

[익산=뉴스핌] 정영희 기자 = 1일 서은숙 익산 문화관광해설사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미륵사지 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5.07 chulsoofriend@newspim.com

박물관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익산이 백제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잘 몰랐는데, 자녀들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라며 "미륵사 터가 넓어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익산에서는 백제 무왕의 탄생 설화가 얽힌 마룡지나 11만9000여 점의 보석이 전시된 국내 유일 공립 보석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지를 들를 수 있다. 지자체 차원의 관광 지원도 상당하다. 두 명 이상의 관광객이 철도여행 상품을 통해 익산 관광지 2곳 방문과 식사 1식, 지정 숙박시설 1박을 충족하면 1인당 2만원을 지급한다.

익산시는 코레일과 지역사랑 철도여행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자체 중 전국 5위의 운영 실적을 자랑한다. 전북에선 1위다. 서주희 익산시 문화관광산업과 주무관은 "철도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지역 경제 활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지역 방문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개발하는 등 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치즈 체험부터 휴양림 산책까지… 임실 매력 느껴볼까

[임실=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임실군에선 '성수산 왕의 숲 생태관광지' 내 자연휴양림을 즐길 수 있다. 2025.05.07 chulsoofriend@newspim.com

다음 행선지는 한국 치즈의 고향으로 불리는 전북 임실군이다. 임실역에 내리자마자 느껴지던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겨운 역사 모습이 반가웠다. KTX가 다니지 않아 무궁화호를 이용해야 하는 곳인 만큼 기차 안에서 봤던 여유로운 풍경과 어우러졌다.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자연휴양림 '성수산 왕의숲 생태관광지'로 향했다. 전북에서도 이름이 난 생태치유관광지 중 하나인 성수산은 고려와 조선의 건국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명산이라고 했다. 지금은 깊고 울창한 숲을 활용한 자연휴양림으로 탈바꿈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북카페, 물놀이장, 잔디광장은 물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농·산촌 힐링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생태 등산로를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자 도심에서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길을 오르던 다른 관광객들도 탁 트인 자연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며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휴양림 내 캠핑장과 카라반, 휴양관(펜션) 등 숙박 시설은 이미 예약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임실군이 관광객 대상으로 숙박시 결제액의 30%(5만원 상한)을 지원하는 등 가격 차원에서의 장점이 큰 데다 휴양림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반적인 시설 컨디션이 좋아서다. 

사실 임실군은 지난해 초등학교 3곳이 폐교할 만큼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다. 현재 인구는 2만5486명(2025년 4월 기준)으로 2년 전 같은 기간(2만6335명)보다 3.2% 줄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약 1만 명으로 전체의 약 40%에 육박할 만큼 생산가능인구가 적다.

임실군은 관광 활성화를 인구 반등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옥정호벚꽃축제, 오수의견문화제 등 계절별 축제를 유치하고, 섬진강 에코뮤지엄 조성사업을 통해 붕어섬과 출렁다리 등을 새로이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888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올해 목표는 1000만명이다. 

강명자 임실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있어야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다양한 보조금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며 "인구늘리기 시책을 통한 정착금 등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임실=뉴스핌] 정영희 기자 = 2일 임실치즈마을에서 피자 만들기 체험에 나선 관광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5.07 chulsoofriend@newspim.com

버스를 타고 15분여를 달려 임실 치즈마을에 도착했다. 1960년대 초 스위스에서 온 지정환 신부가 임실에 정착하면서 시작된 곳이다. 국내 최초로 치즈를 테마로 한 농촌체험학습이 가능하다. 마을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개별 주민의 역량을 활용한 수십 가지의 도농 교류·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체험은 임실 치즈를 활용한 피자 만들기였다. 1인분씩 소분된 피자 재료를 각자 취향에 맞게 도우에 올렸다. 평소 별 생각 없이 먹기만 했던 피자를 직접 만드니 새삼 새롭고 신기했다. 체험을 함께한 한 30대 여성 관광객은 "짧은 시간 안에 재미있는 체험도 하고 임실치즈 맛도 볼 수 있어 좋다"며 "다음엔 치즈 만들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요즘엔 요거트 만들기, 산양 먹이 주기 등 체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인근엔 로컬푸드직매장과 식당, 숙박 시설 등도 있어 주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코레일은 올 하반기 인구감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3차 업무협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33개인 참여 지차체를 더욱 늘리는 것이 목표다. 관광객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 연계교통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요응답형(DRT) 관광버스를 운영하는 한편, 연계교통 체계도 정비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MZ세대(1980~2010년 출생자) 감성부터 황혼기 낭만을 동시에 만족하는 여행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정부 등 관계기관과 지자체가 힘을 모으면서 기대 이상으로 관심과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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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테이지' 첫 주자 민주·김마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개최하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 '히든스테이지'가 드디어 막이 오른다. 20일 오후 4시 10분 유튜브 '뉴스핌TV'를 통해 공개되는 '히든스테이지'는 미래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갈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경연 대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4팀(명)이 매주 2명(팀)씩 출연하여 실력을 겨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의 첫 경연 주자는 민주와 김마누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민주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민주(본명 김민주·24)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아직까지 정형화된 음악 대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부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고향 부산에서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세상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번 '히든스테이지' 출전을 계기로 부산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다섯 살 때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불러서 칭찬을 받은 것이 노래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7살 무렵부터는 빅뱅의 열렬한 골수 팬이 됐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성악을 공부하면서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음대에 진학하여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김마누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밴드 '밍글'로 활동할 당시에 KT&G 상상 라이브 연습실 우승(2023)을 차지했고, 부산 MBC '마이스테이지' 가을 특집 출연(2024), KNN '마실가요, 따스함으로 물들다'에 출연(2024)하는 등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음악과 달리 개성이 넘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좋아한다. 또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여성 로커 제니스 조플린의 음악도 좋아한다.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참가곡은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와 '수도 없이'라는 곡이다. '너가 외롭고 아프지 않았음 해/ 내가 외로워져 아파지더라도 말야/ 넌 좀 달랐으면 해. 나와는 말야/ 내가 흘린 눈물의 반의 반만 흘렸으면 해'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는 이타적 감성이 돋보이는 노래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새웠어/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어 왔어/ 수도 없이 많은 사람 만나왔고/ 수도 없이 별 수도 없이/ 이제 나는 빈껍데기만 남아/ 아직도 꿈을 꿔/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며/ 밤을 새워'라는 노랫말을 가진 '수도 없이'는 코로나 시국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만든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민주. 2025.06.19 oks34@newspim.com 김마누(본명 김지범 ·34)는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는 싱어송라이터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언젠가는 음악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음악인 베드룸팝과 인디록을 지향한다. 베드룸팝의 대표주자인 Mac de Marco의 노래를 좋아한다. 엄청난 훅을 가진 그의 노래들과 일상 하나하나가 밈이 되는 스타일까지 마음에 든다. 제28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JTBC '슈퍼밴드 1'에도 출연했다. 멜로망스의 7집 앨범 '너랑'의 작곡자이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에서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2년도 1월 'I'll Be There'로 데뷔했으며 올해 또 다른 앨범 발표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히든스테이지' 출연을 계기로 국내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해외 페스티벌 참가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꿈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고 있는 부모님, 연인, 친구들에게 주는 노래 'I'll Be There'는 김마누의 대표곡이다. '이제 내게 기대/ 내가 늘 옆에 있어 줄게'라는 노랫말처럼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아련하고 고요하다. 여기에 비 오는 날의 숨결과 사랑의 리듬을 표현한 'Tiny Couch'를 부른다. 'Tiny Couch'에서 김마누는 사랑이란 거창한 말 없이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속삭인다. 'You hum that tune like you always do/ And I'll sing low, just like I promised to/ Your laugh fills me, baby I won't let go'라는 노랫말처럼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포옹과 같은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김마누.2025.06.19 oks34@newspim.com 미래의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히든스테이지'는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화 경연을 진행 중이다. 9월 첫째 주 본선 경연이 끝나면 심사위원과 응원단의 점수를 합산하여 톱 10 진출자를 결정한다. 10월 1일 오후 서울 홍릉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문화광장에서 마지막 톱 10 경연대회를 펼친다.  '히든스테이지' 대상(1명)은 500만 원, 최우수상(2명)은 각 300만 원, 우수상(1명)과 루키상(1명)에게는 각 200만 원 등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이 주어진다. 본선 진출자 모두에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라이브 클립 제작, 각종 공연 참여 기회 및 언론 인터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최종 우승자인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를 지원한다.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후원하는 '히든스테이지'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미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로 손꼽히고 있다. 제1회 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에이트레인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파일럿과 우수상을 탄 미지니가 배출됐다. 지난해 2회 대회에서는 뉴스핌 '히든 스테이지' 대상에 이찬주, 최우수상은 헤밍·채겸이 차지했다.  oks34@newspim.com 2025-06-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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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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