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재산권 침해 논란에 서울시 유연화 방안 검토
대치 에델루이 "20억 내고 소셜 믹스 면제" 꼼수 발생
소셜믹스 회피 논란에…서울시 법령 개정 예고
"로얄층 소셜믹스 제외해야" vs "용적률 인센티브 안 받으면 된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사실상 '임대주택 분리 공급'을 강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가 내건 '완전한 소셜믹스' 원칙을 어긴 대가로 조합 측이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면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를 '꼼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소셜믹스, '한강뷰' 재산권 침해 논란이어 "20억 내고 소셜 믹스 면제" 꼼수까지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게 다양한 제도 운영 방법을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제도 개선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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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뉴스핌DB] |
이러한 지시가 내려온 까닭은 최근 불거진 재건축 단지 내 갈등 때문이다. 소셜믹스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한 건물에 함께 배치해 사회계층 간 분리를 막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다. 서울시는 특히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완전한 소셜믹스'를 강조하며,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간 동·호수 차별 없는 추첨, 동일한 마감재 사용, 커뮤니티 시설 공동 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는 재건축·재개발, 특히 강남권 조합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잠실주공5단지 등에서는 한강 조망권 배분 문제를 놓고 시와 조합 간 갈등이 장기화됐다. 조합원들은 '한강뷰'와 같은 핵심 입지에 임대주택을 배치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며, 사업성 악화와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사례가 나왔다. 해당 단지 조합은 일반분양분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별도로 진행해 사실상 임대와 분양을 분리했다. 서울시는 이를 조건부로 수용하는 대신, 조합에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했다.
시 관계자는 '페널티' 성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비업계에서는 '사실상 소셜믹스 면제 비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다른 강남권 단지들도 유사한 방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한강변 등 특정 위치에 임대주택을 배치하는 대신, 추가 임대주택 물량 확보나 다른 형태의 공공기여를 허용하는 등 유연한 접근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칫 부촌의 '소셜믹스 회피'를 용인하는 선례가 되어 정책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에델루이 사례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치구와의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로얄층 소셜믹스 제외해야" vs "용적률 인센티브 안 받으면 되는 문제" 분분
소셜믹스 정책은 사유재산권과 공공복리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문제시 돼 왔다. 특히나 '20억원 벌금' 논란은 이러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다. 특히 대치 에델루이 임대주택은 동별로 분리되지는 않았지만, 조망권 등의 침해를 받는 저층부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임대주택과 조합원의 권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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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
전문가들 역시 향후 서울시의 소셜믹스 대책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강뷰 등 조망권에서 유리한 로열동과 층을 제외하는 대신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주거 안정이 임대주택의 1차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완전한 소셜믹스'를 추구하던 서울시가 한발 더 물러나 임대주택 물량 확보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부동산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과도한 소셜믹스는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급만 강조하면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문도 동의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셜믹스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유연화 정책보다는 원리원칙에 따라 만들어놓은 틀에서 환원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거 세대 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유연화 방안이 마련될 경우 앞선 20억원 벌금 논란과 같은 꼼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공공임대주택은 용적률을 상향하는 대신 공공 차원에서 기부채납받는 공공자원이지 개인의 재산권과는 거리가 멀다"며 "재산권을 침해받기 싫으면 법적 허용 내에서 용적률을 받으면 되는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소셜믹스 규제에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규제 유연화로 방향을 잡으면 오히려 정책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