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베테랑이 알려주는 싸이카의 모든 것
"도로 위 악당도 있지만 시민 도울 일에 보람"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차도에 고급 승용차 앞에서 달리는 두 대의 경찰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정식 명칭은 '경찰 오토바이'지만, '싸이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명칭의 유래는 과거 경찰 오토바이 측차부에 장착한 '사이드카'에서부터 '사이렌+차(Car)'의 합성어라는 설까지 다양하다.
싸이카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사건 현장으로 빠르게 출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생명을 좌우하는 골든타임 안에 초기 조치와 구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의 존재로도 평가받는다.
경찰청은 지난 27일 네이버 블로그에 인천 경찰청 교통순찰대 싸이카팀(인천 싸이카팀)을 소개했다. 전국 각 지역마다 팀이 있지만, 인천 싸이카팀은 24명이 3교대로 배치돼 운용된다. 싸이카의 역할은 일상적인 치안 업무 외에도 국가적인 주요 행사나 외빈 경호, 긴급 상황 발생 시 출동으로 확장된다.
경찰 오토바이 '싸이카', 교통경찰의 꽃으로도 불리는데, 그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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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위방행위 단속하는 경찰 [사진=경기북부경찰청] 2022.03.06 lkh@newspim.com |
◆ "기동 경호 중에도 1순위는 단연 대통령 경호"
배용선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경위는 지난 1997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 오토바이 경력은 올해로 7년차이다.
배 경위는 2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싸이카팀의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일선 교통 경찰과 유사하지만, 우선 순위를 두자면 ▲기동 경호 ▲각종 행사 의전 ▲순찰 및 교통단속 순으로 볼 수 있다.
배 경위는 "기동 경호 중에도 1순위는 단연 대통령 경호"라며 "그 외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빈들, 역시 국가 원수급의 대통령, 국왕, 장관까지 경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천 싸이카팀의 관할 지역이 인천광역시이기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빈들도 경호 대상이 된다. 다만, 해당 국빈의 행선지가 서울 도심 호텔이라면 인천팀은 인천 시내와 고속도로 및 서울 경계 지역까지만 경호를 수행하고, 그 이후부터는 고속도로 순찰대와 서울 지역의 싸이카팀이 업무를 인계 받는다.
싸이카의 무게는 300kg에 달한다. 이 때문에 능숙하게 싸이카를 다루려면 체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배 경위는 "대원이 새로 오면 한 달 동안 싸이카를 밀고 끌고 일으켜 세우기 등의 기술 교육을 받는다"며, '체력도 체력이지만 일종의 요령이다 보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이륜차다보니 탑승자의 신체가 외부에 노출돼 있고, 이에 따라 임무 수행 중 대원들이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배 경위 역시 과거 신호위반 오토바이를 추격하다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해 오른쪽 손목을 크게 다쳤다. 현재도 손목 안에는 평생 빼지 못하는 나사가 들어가 있다.
그는 "오래된 대원들 모두 일종의 '훈장'처럼 이러한 부상들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며 "싸이카를 보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간혹 있다보니,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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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선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경위 [사진=경찰청 기자단 김완준] |
◆ 가짜 임산부 호송 사건 '황당'...보람 있는 일도
배 경위는 싸이카를 타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기억하는 '도로 위 빌런(Villain, 악당)' 에피소드는 가짜 임산부 호송 사건이다.
배 경위는 "신호 위반 차량을 단속하게 됐는데, 운전석에 있는 남편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아내가 출산이 임박해 애를 낳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임산부의 배가 불러 있어서 병원까지 사이렌을 키고 에스코트해줬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런데 병원까지 도착했는데도 차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알고 보니 임신을 한 게 아니라, 쿠션을 배에 집어넣었던 것이다.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더라"라고.
보람 있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평소처럼 퇴근길 교통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승용차 한대가 멈추더니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조수석엔 절단된 손가락을 들고 있는 시민이 있었고, 운전자는 차가 막혀 난감해하고 있었다.
배 경위는 "바로 사이렌을 크게 울리며 갓길로 길을 만들면서 그 승용차를 병원까지 에스코트했다"며 "조금만 늦었더라면 손가락 신경이 손상돼 봉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언제나 가장 멋있는 경찰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빈들을 빈틈없이 기동 경호하며 대한민국의 품격과 위상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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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경찰 싸이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제주신성여고 정문앞에 도착한 수험생 [사진=제주자치경찰단] 2021.11.18 tcnew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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