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 전기조차 없던 백사마을, 서울시 통합심의, 정비계획 확정
총 3178가구 단지, 2029년 준공 목표...5월 본격 철거 개시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 노원구 불암산자락의 '달동네' 백사마을이 마을 형성 60년, 재개발 추진 16년 만에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을 개시할 전망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 속칭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의 철거 작업이 지난 8일 시작됐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 정비계획에 대한 통합심의를 확정했다.
서울과 경기도 경계인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과거 주소인 산 104번지를 따 '백사(104)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사마을은 지하 4층~지상 35층의 26개 동 총 3178가구 규모로 자연 친화형 공동주택 단지로 새로 탄생한다. 특히 기존 2437가구에서 741가구를 추가 확보한 사업계획으로 사업성을 개선하고 주택수급 안정과 저소득 주민의 입주 기회를 확대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또한 분양과 임대 단지가 구분됐던 계획을 '소셜믹스'로 대체하며 입주민 간 위화감도 해소했다.
이에 더해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도시환경 조성 및 특색 있는 단지 디자인과 불암산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높이, 스카이라인 계획과 통합 지하 주차장의 차량 동선 계획으로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보행 환경을 계획했다. 주민의 편의성·접근성 향상을 위해 불암산 경관을 고려한 단지 내 자연 친화적인 공공보행 통로, 오픈 스페이스 중심의 고품질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했다.
![]() |
백사마을 투시도 [자료=서울시] |
1960년대 산업화로 서울 인구가 급증하고 도심 개발 압력이 커지면서 청계천변 등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정착지에 대한 철거가 이뤄졌다. 정부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무허가 정착지를 철거했고 1960~1970년대 철거민들을 서울과 경기도 경계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집단 이주 정착지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대부분 유휴 국·공유지 산비탈에 조성돼 '산동네' 혹은 '달동네'라 불렸다.
초기 백사마을은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열악한 위생 상태로 인한 감염병 발생 등으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마실 물, 전기도 없었다"는 주민의 말에서 당시 힘들었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무허가 주택지에 공동 수도 등 지원 정책이 도입되면서 백사마을 생활 여건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백사마을 재개발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서부터 시작됐다. 다른 이주 정착지들은 1990년대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지만 백사마을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어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2년 8월 건설교통부에서 시·도지사로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이관되자 서울시는 2008년 1월과 2009년 5월 중계동 30-3번지 일대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
서울시는 중계동 30-3번지 일대를 노후·불량 주거지 정비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고자 2009년 5월 총 2758가구를 건립하는 내용으로 '중계본동 제1종지구단위계획 및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을 지정했다. 이어 다음 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됐다.
하지만 서울시 주거지보전계획에 따라 정비계획이 변경되면서 LH는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2016년 1월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획지 구분으로 입주민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기존 지형·터·골목길 등을 유지한 계획으로 사생활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주민대표회의의 요청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고 2017년 2월 SH공사·노원구·주민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오랫동안 지체됐던 사업이 다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서울시는 2018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해 임대주택 매매 가격을 현실화하는 내용의 주거지보전사업을 제도화했다.
이후 서울시와 백사마을 조합원들은 150회 이상 협의를 갖고 사업의 얼개를 맞췄으며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 4월 백사마을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이후 16년 만에 재개발정비계획안이 확정됐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통합심의에서 기존 계획의 분양·임대주택 획지 구분을 하나로 통합해 새롭게 수립한 백사마을 정비계획안에 대해 '조건부 가결'을 이뤄냈다.
백사마을은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본격적인 공사가 추진될 예정이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이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시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며 덕분에 모든 주민이 원하는 자연친화 주거단지 계획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사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