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낙선 좌절감이 정치권으로 이끌어
노무현·문재인 정부서 요직…원내대표 비서실장 맡기도
李 대선후보 수락연설문 작성…실적 인정받아 측근 등극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의 입' '실력파' '정무 전략의 귀재'. 권혁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권 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그 곁에서 당대표 정무기획실장을 맡았다. 21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메시지팀 선임팀장으로 일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메시지를 총괄하며, 외부에 공개되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모두 관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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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좌)과 이재명 대통령(우). [사진=권혁기 정무기획실장 페이스북] |
그는 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거나 원내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인물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일 때부터 함께 일한 이른바 '성남·경기 라인'도 아니다. 오랜 세월 당과 민주정부에서 근무한 경력 탓에 이 대통령과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국민대 국사학과 88학번인 그는 총학생회장을 지내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낙선하며 좌절감을 느꼈는데, 이때의 좌절감이 그를 정치권으로 이끌었다. 대학 졸업 후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7년 대선에서 정치권에 뛰어들어 김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돕는 민주연합청년동지회의 청년조직국장을 맡았다.
이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실 행정관을 맡았고, 부산시장을 지낸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는 그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또 민주당 전략기획국장, 국회 부대변인 등을 지냈고,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모두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이후에는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근무했다. 민주정부와 내각에서 메시지와 정무, 정책을 다루는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춘추관장을 거친 이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후인 2020년 5월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당시 민주당은 권 비서관을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민주당을 대표하는 공보맨', '당 전략을 결정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기획통'이라고 소개했다.
권 비서관은 뒤이어 박홍근 원내대표의 정무실장도 맡았고, 이재명 당대표의 정무기획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다만, 이 대통령과는 이보다 훨씬 이전에 인연을 맺었다. 권 비서관은 민주당 공보국장을 맡은 적도 있는데, 그는 당시 성남시에서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일한 이 대통령의 논평을 언론에 공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권 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확정된 날 수락연설을 작성하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과의 합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메시지는 명료하게, 곤란한 질문은 부드럽게, 일처리는 빠르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같은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올라섰다는 게 당내 평가다.
다만 권 비서관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매번 낙방을 한 것이다. 20대 총선에선 당직자 몫으로 비례대표 22번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21대 총선 당시에는 서울 용산구 후보로 출마하려 했으나, 당에서 강태웅 전 서울시 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분루를 삼켰다. 22대 총선에선 경기 의정부을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경선에서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재강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pc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