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박병호의 최다 타점(146타점) 도전
[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어디서 이런 외국인 타자가 나타났을까.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전무후무한 시즌을 써 내려가고 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홈런 기록과 '국민 거포' 박병호의 타점 기록을 동시에 넘볼 기세다.
디아즈는 지난 18일 대구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1볼넷 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연장 10회말, 상대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터뜨린 끝내기 3점포는 그의 현재 위상을 대변하는 한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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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지난 18일 대구 두산전에서 6회 2점 홈런을 기록한 뒤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 = 삼성] 2025.06.18 wcn05002@newspim.com |
이날 26·27호 홈런을 한꺼번에 기록한 디아즈는 LG 오스틴 딘(19홈런)을 8개 차이로 따돌리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공고히 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홈런왕 등극은 시간문제다.
디아즈는 홈런왕 타이틀을 넘어 KBO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 삼성은 71경기를 소화했으며, 디아즈는 전 경기 출전 중이다. 이대로 시즌 144경기를 모두 소화할 경우 55홈런이 예상된다. 이는 이승엽이 2003년에 세운 KBO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과 단 1개 차이다.
홈런 기록을 뒷받침하는 건 구장 특성도 한몫한다. 팔각형 구조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지난 시즌 파크팩터(Park Factor, 구장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1.153(1보다 높은 경우 타자에게 유리)으로 홈런 공장이라고 별칭이 붙은 인천SSG랜더스필드(1.171)에 이은 2위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홈플레이트로부터 107m에 불과해 다른 구장에 비해 홈런을 생산해 내기 쉽다. 디아즈 역시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디아즈는 총 27개의 홈런 중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1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타자 친화적인 제2의 홈구장 포항에서의 2홈런을 더하면 총 85%에 달하는 홈런을 홈경기에서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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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삼성] |
디아즈는 홈런뿐 아니라 타점에서도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사실 홈런보다도 타점 생산능력이 경이로울 수준이다. 그는 현재 79타점으로 2위 빅터 레이예스(56타점)와는 무려 23점이나 차이가 난다. 144경기로 환산했을 때 무려 158타점으로 경기당 1타점이 넘는 페이스다. 이는 박병호가 2015년 넥센(현 키움) 시절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타점(146타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에서도 158타점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단 26차례뿐이다. 가장 최근은 2001년 새미 소사(160타점)였다. 21세기 이후에도 아무도 넘지 못한 고지를 디아즈가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디아즈의 폭발적인 타점 생산력은 득점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360(89타수 32안타)이며, 이 중 10개의 홈런과 54타점을 만들어냈다. 전체 타율 0.30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득점권 OPS는 무려 1.181에 달한다.
전반기 기록에서도 새 역사를 노리고 있다. 19일 기준, 삼성은 전반기 종료일인 다음 달 10일까지 1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전반기 종료 시점에는 34홈런 100타점이라는 전례 없는 수치를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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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 = 삼성] |
아직 KBO에서 전반기 30홈런과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는 없었다. 역대 전반기 최다 홈런은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37개다. 전반기 30홈런은 역대 7번이나 나왔지만 100타점은 아무도 기록하지 못했다. 역대 전반기 최다 타점은 2010년 롯데에서 뛰던 홍성흔의 97타점이다.
디아즈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매일을 새로운 하루라고 생각하며 야구장에 나온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 전에는 40홈런을 목표로 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몇 개를 치고 싶다는 생각보다, 시즌이 끝난 후 결과를 지켜보는 게 더 흥미롭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어려움은 하나도 없었다. 한국 문화도 좋고, 생활도 즐겁다"라고 말했다. 또 "구자욱 선수가 와서 자꾸 뭔가를 이야기해 주는데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한국어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디아즈가 삼성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야마이코 나바로를 넘을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나바로는 2014~2015년 2시즌 동안 265경기에서 타율 0.297, 79홈런, 235타점, 47도루, OPS 0.978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바 있다. 디아즈가 삼성의 장수 외인으로 활약해 나바로의 기록을 아성을 깰 수 있을까.
wcn05002@newspim.com